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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메스
야마다 무네키 지음, 김진아 옮김 / 빈페이지 / 2024년 12월
평점 :
지구에 소행성이 떨어지고 지하에 거대 도시가 생긴다면?
지구 멸망, 신세계를 만든다는 어쩌면 흔한 소재로 이루어져 있지만 작가만의 상상력과 설정에 실패 없는 즐거움을 안겨준다.
2029년 지구에 거대한 소행성이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진다. 어떤 작용에 의해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사람들은 다른 소행성이 떨어져 지구가 멸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던 중 지하 세계를 만들어 지구가 멸망해도 살아갈 수 있게 만들자는 사람이 등장한다. 실제로 사람이 살 수 있는지 테스트하기 위해 10년 동안 거주할 사람을 모집하게 되고 거대한 보수에 사람들은 몰려든다. 퀴퀴한 환경, 인공 햇빛, 오직 영양만을 위해 만들어진 식사(생김새는 마시멜로 같다고 한다), 냄새. 결코 쾌적하지 않은 환경 속에서 사람들은 살아낸다. 실험 종료까지 몇 달만 남겨둔 시점에서 나가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거대한 보수를 마다하고 실험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구한다. 이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인공인 세라는 실험 세계인 eUC 3에 거주 중인 실험자들의 정신 건강을 분석하고 치료하는 심리 상담가로 지상 세계와 지하 세계를 왕래할 수 있는 인물이다. 세라 또한 의료 스태프로 참가한 것이기에 10년이 지나면 지상으로 올라간다. 지상의 쾌적한 환경과 달콤한 식사를 알고 있기에 보수를 마다하고 계속 지하에 살겠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세라의 시선과 입장에서 이야기를 빠져 읽어서 나 또한 왜 저러지? 싶었고 지하의 지원을 종료하겠다는 엄포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몇 차례의 반전에 놀라고 '만약 나였다면....'하고 생각하게 된다.
지하 실험 세계는 eUC 3은 인간을 극한 상황에 밀어놓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는 거대 심리 수용소 같다. 일부는 포기하고 일부는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일부는 남고 싶어 한다. 모두 동일한 환경, 동일한 식량 배급 등 모두가 동일한 조건에서 다르게 행동하는 그 기저와 심리가 궁금해진다. 이 한정된 상황 속에서 나는 과연 어떻게 행동할까라는 생각을 계속할 수 있어 즐거웠다. 과연 나는 지하에 남을까?
SF소설이지만 몇 가지 설정을 이해하는 것 외에는 큰 어려움이 없어 SF 소설이 처음인 사람도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