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지하에는 시체가 있다.
우리집은 대대로 수산물 가게를 해오고 있다. 시간이 지나도 거의 변함없는 작은 시골에서 번영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른 수산물 가게와는 조금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먼 선조 때부터 소씨가문 핏줄은 죽었을 때 몸에서 수산물이 쏟아진다. 덕분에 가난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고 하지만 이 수산물을 파는 게 옳은 것일까?
이 책은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시리즈의 두 번째로 미스터리, 호러 소설이다.
한국 문학에서 공포 소설은 죽은 자에 대한 공포나 이상 현상을 주제로 하지 않았다는 것이 해외 문학과 꽤 다르다고 느꼈다. 대신 인간이라면 느낄 법한 기이한 심리나 현상을 포착해 몰입하게 해서 공포를 준다는 것이 찝찝하다. 이 책 또한 그러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오랜만에 고향에 방문한 주인공 정유는 변하지 않은 고향, 집을 보고 자신이 다른 사람과 달리 집을 떠나게 된 이유에 대해 생각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하에 있는 수조를 발견한 것,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사건 등,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화자의 내면이 복잡해진다.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현실과 부딪히면서 부유한 집안 또한 독재, 침묵, 누군가의 희생 위에 있음을 되새긴다.
집안의 결정권자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집안의 악순환이 끊어질 수 있을까? 죽음에서 태어나는 생물의 탄생은 저주일까 축복일까.
인간의 욕망, 인간들 간의 위계 구조, 사회를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