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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간 미스터리 2024.가을호 - 83호
염건령 외 지음 / 나비클럽 / 2024년 9월
평점 :
이번 계간 미스터리 가을호는 "그것은 사랑이 아니다"라는 부제로 이야기를 묶었다. 사랑이라는 원초적인 감정에서 피어나는 다양한 형태의 감정은 미스터리에서 다른 모습으로 피어났다.
계간 미스터리를 매 호 기다리게 하는 것 중 하나는 특집 주제인데 이번 호의 특집 주제 중 <실재하는 탐정의 세계 >이 인상 깊었다. 외국의 경우에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뚜렷하게 그려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나에게는 흥신소 이미지밖에 그려지지 않아서 흥미롭게 읽어나갔다. 탐정의 영역은 다양했고 이미 알고 있는 직업도 탐정의 영역 중 하나라는 것에 놀랐다.
이 책에 수록된 <냉장고에 들어간 남자들>, <깊은 산속 풀빌라의 기괴한 살인>, <망>, <살인자의 냄새>는 주인공도, 각자가 처한 상황도 다르지만, 사랑에서 파생되었다는 점으로 엮인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4편 모두 후각적인 심상이 강하게 다가왔다. 쓰레기 더미에서 나는 악취, 풀 냄새와 피비린내, 마른풀, 축축한 이끼와 흙냄새. 실제로 나는 것도 아닌데 인상을 쓰고 읽었다.
신인상을 받은 <냉장고에 들어간 남자들>은 동네에서 쓰레기 할머니로 소문난 할머니의 집에서 시체가 나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한 구는 할머니의 전 남편이었고 한 구는 할머니와 인연이 없는 것으로 보이는 실종자였다. 왜 시체들은 냉장고에 있었던 것일까. 이 이야기의 화자는 자주 바뀐다. 각 화자의 사연과 형사가 사건을 파헤치며 드러난 숨은 실마리로 진실은 밝혀진다. 가정폭력, 데이터 폭력 피로 얼룩진 어두운 사랑은 더 이상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고 집착, 폭력이라는 형태로 남는다. 슬프게도 우리에게 익숙해 져버린 이 폭력이 잘 드러나는 작품이었다. 무서운 것이 귀신이나 도깨비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아니라 곁에 있는 사람이라는 점이 섬뜩하게 다가왔다.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가 더 안전하게 보인다) 이제는 이야기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이 폭력들은 눈에 보이는 공포로 다가와 내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여자들에게 안전한 곳은 어디일까.
작품 외에도 특집 주제, 인터뷰, 미스터리를 주제로 한 글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면 읽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