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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의 위로 - 해야 하는 일 사이에 하고 싶은 일 슬쩍 끼워 넣기
김지용 외 지음 / 아몬드 / 2024년 7월
평점 :
한국 사회에서는 나이에 따른 잘 사는 모습이 정해져 있다.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해서 결혼하고 아이도 낳고 아이도 '잘' 키워야 한다. 좋은 부모의 조건 또한 존재한다. 모두가 이런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기 위해 정작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볼 새 없이 달려간다. (주관적인 '좋다'는 감상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 모순이지만) 이렇게 살다 보면 분명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노력하고 있는데 어딘가 틈이 벌어진다. 이렇게 생긴 마음의 빈틈으로 생기와 여유가 빠져나간다. 이 책은 이런 빈틈을 위로하고 자신만의 색깔을 찾은 이들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이 주는 위로는 예전에 한창 유행했던 힐링 에세이와 다르다. 우선 왜 우울과 불안에서 벗어날 수 없는지 환경적 요인을 이야기하고 실제 저자의 진료실에서 있었던 예시를 들어 읽고 있는 독자가 스스로를 되돌아보고 깨닫게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나운서, 라디오 PD, 전 프로농구선수의 이야기는 나 또한 무기력을 벗어낼 방법이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게 한다.
최근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명문 대학을 나온 것도 아니고 대기업에 다니고 있지는 않지만, 한국인의 생애 주기에 맞게 졸업 - 취업 -독립의 수순 대로 살고 있는데 누군가 봤을 때는 순탄하다고 할 수 있는 생활이 너무나 버겁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면 대학을 선택할 때도, 취업을 결심할 때도 나의 바람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나중에 취업이 잘 된다고 해서, 노는 것보다 돈 버는 것이 '맞으니까' 그렇게 타의에 의해 선택한 것들이 무거운 돌덩이가 되어 내게 굴러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책의 첫 장을 읽고 내심 많이 놀랐다. 나만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 아니구나, 대단한 노력을 하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게으르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책에 나와 있어서 안심 되면서도 인정하기 쉽지 않았다. 뒤늦은 주관 찾기, 꿈 찾기, 여유 찾기를 해 보려고 해도 일상을 굴리는 데만 해도 힘이 많이 들어갔다.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춰 살다 보면 내 힘으로, 내 속도로,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 책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찾아보도록 힘을 북돋아 준다. 깨닫는 것부터 바뀔 수 있다고 말해준다. 한동안 제자리걸음이 계속되겠지만 페르소나에 먹히지 않도록 '자기'의 목소리를 듣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K자존감 라이팅에 당하지 말고 자기 자신의 속도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