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인격장애를 가진 이들이 등장하는 소설을 묶은 앤솔러지이다. 소시오패스, 나르시스트, 히키코모리, 리플리증후군, 사이코패스. 일상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증상이라 낯설고 특이하다고 느낄 수 있는 장애들이 이야기에 녹여져 주변인이 되어 있는 것을 느꼈다.* 아메니아스 칼 쌍둥이 자매 선희와 수미. 똑같은 얼굴로 태어났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두 자매. 기이한 관계에서 묘한 긴장감이 흐른다. 누가 칼을 들고 있지?*지상의 밤임선우 저자의 <유령의 마음으로>에도 수록된 해파리 세계관. 촉수에 닿기만 하면 해파리로 만든다는 세상에서 해파리의 빛은 히키코모리로 살던 수를 바꾼다. 나에게도 해파리의 빛이 있길 바랐다. 나를 x되게 만들거나, 나를 움직이게 만들거나.어쩌면 인간은 해파리가 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부터 반쯤은 해파리가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수는 생각했다. -p91*레지던시남자친구와 헤어지고 글을 쓰기 위해 들어간 정미는 묘한 분위기의 그녀를 만나 새로운 감정을 느낀다. 정미의 시점에서 서술되는 터라 그녀를 엿보는 것 같은 묘사와 스스로를 끊임없이 의심하는 생각의 흐름에 푹 빠져 읽게 된다. 여운이 가장 길었던 작품나는 당신이 내는 소리에 시달리고 있어요. - p174* 안뜰에 봄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큰 댁에 얹혀 살며 사촌 리의 하녀가 된 정원의 이야기. 전형적인 환경에 뻔한 이야기 일 수 있지만 한 편의 드라마를 본 듯했다. 어쩐지 어리숙하고 억울한 그녀를 응원하게 된다.*없는 사람소설가 '나'의 글쓰기 수업에 등장한 'L.' 뛰어난 그의 능력에 나는 열등감을 느끼기도 하고 질투심을 느낀다. 추리 미스터리 스릴러. 끝을 예상할 수 없다. 되풀이되는 문장이 뒤로 갈 수록 힘이 실려 눈덩이처럼 반전을 선사한다. 대박대박설득보다 속이는 게 쉽고, 속이는 것보다 죽이는 게 더 편하다. -p243단편집이라 끊어 읽기 좋았다. 지하철에서 읽다가 못 내릴 뻔할 정도로 각 단편의 색깔이 뚜렷하고 흡입력 있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