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회복을 위한 우리의 역할

진실과 회복 - 트라우마를 겪는 이들을 위한 정의
주디스 루이스 허먼 지음, 김정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3월

내게는 어린시절부터 갖고 있는 트라우마가 있다. 이 트라우마는 매 순간 나를 괴롭히지 않지만, 일상 속 작은 트리거만 만나도 고통스러운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현재의 내가 앞으로 나아갈 수 없도록 멈춤 버튼을 누른다. 이런 트라우마를 지우기 위해 관련된 책을 읽었지만 막상 현실에 바로 적용하기 어려운 환경이었다. 이 책은 이런 환경을 조성하는 문제를 지적한다.

이 책은 트라우마 생존자의 시선으로 작성된 트라우마와 회복에 대한 이야기이다. 트라우마의 원인을 분석하고(독재, 가부장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에 정의가 구현되어야 하며 어떻게 치유할 수 있는지 다룬다.

저자가 인터뷰한 대상자 (트라우마 생존자), 피해자의 시선으로 작성되었다. 그래서 서론에서 언급했던 대로 특정 이야기에 한정되어 있어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지 않는다. 이런 서술이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에 고통 받는 원인을 가해자 뿐만 아니라 방관자와 사회 통념을 지적하는데, 그래서 독자에게 공감을 느끼게 하고 책임을 생각하게 한다. 누구나 피해자는 아니더라도 방관자가 될 수 있다. 어떻게 보면 가해자보다 더 길게 피해자를 힘들 게 하는 것은 방관자이다. 방관자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이 생각을 계속 갖게 되었다.

저자는 미국 출신이고 환경 또한 서양권이지만 트라우마의 원인으로 지적한 사회 현상이 한국과 매우 동일해 놀랐다. 피해자 중 특히 성폭행 피해자는 상처가 깊은 것에 비해  쉽게 지워진다. 한국에서 근친 성폭행을 신고한 건 수는 얼마나 될까. 문제가 들어나 강력하게 올바른 절차로 처벌된 게 몇 건이나 될까. 한국의 현실을 마주 볼 수록 아프고 답답했다.  트라우마 생존자라는 칭호는 피해자는 이 사회에서 사는 것을 포기하고 죽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에 기인 한 것이 아닐까.  가해자를 위한 나라. 2차 가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계속 깨어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