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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페이지 저자, 송섬별 역자 / 반비 / 2023년 10월
평점 :
나는 과연 한국 사회의 시선 아래에서 얼마나 나 자신으로 있을 수 있을까.
이 책은 엘리엇 페이지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을 찾는 여정을 담은 에세이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다른 사람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사회에서 환영받지 못한다는 것도. 그래서 저자는 본인을 숨기고 사회에서 원하는,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겉모습을 바꾸고 행동도 바꾸며 살아가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본인을 갉아 먹는 자기혐오와 우울함에 빠지기도 하고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채서 괴롭힘을 당하기도 한다. 이 책은 이런 과정을 솔직하게 담음으로써 세상에 외치는 선언과도 같다. 더 이상 눈치 보지 않고 본인으로 살겠다는 이 외침이 뜨겁고 응원을 보내고 싶을 정도로 멋있다.
이 책은 여정을 담은 에세이라고 하긴 했지만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흘러가진 않는다. 저자의 인생에서 겪은 중요한 사건들을 장마다 이야기하고 있다. 보이는 직업을 가진 저자는 가족으로부터, 대중들로부터, 사회로부터 하나하나 재단 당하고 사회에서 정한 정상성을 강요받았다. 레즈비언으로서, 트랜스 젠더로서 살아온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다. 태어난 성별과 인식하고 있는 성별이 같은 나로서는 그의 인생을 감히 이해한다고, 느끼고 있는 감정을 안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매번 상처받고 혐오와 맞서 싸우면서도 사랑을 하고 본인을 표현하는데 멈추지 않는 저자를 모른 척하고 싶지 않다. 저자가 겪었던 억압을 겪고 있을 다른 누군가를 위해 당신은 혼자가 아님을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 틀렸다고 말하며 싫어하는 사람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