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몸 - 그동안 방치했던 내 몸과 하는 느린 화해
피톨로지 지음, 한동석 감수 / 청림Life / 2015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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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누구 눈치를 봤는가? 언제나 삐딱하게 생각하는 부장님? 오늘따라 유난히 날카로운 팀장? 아니면 곧 추석인데 이번에도 혼자 오냐고 묻는 부모님?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살고 싶은데, 말이야 쉽지 불가능한 일이라는 건 모두 잘 알 것이다. 그런데, 항상 남의 눈치만 보면 내 눈치는 누가 보는거지? 내가 남들에게 주는 눈치 말고, 내 몸이 내게 보내는 좋지 않은 징후들 말이다. 어깨가 뻐근하고 팔이 저리고 목이 뻣뻣해지는 그런 것들. 하루 종일 모니터만 바라봐 점점 휘는 목뼈가 주는 눈치, 쉴 새 없이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목이 주는 눈치 말이다. 지금껏 애써 무시하던 내 몸이 주는 눈치. 아마 잘은 모르겠지만 그동안 무시했던 것 때문에 내 몸은 내게 단단히 삐친 상태일 것이다. 아무리 잠을 자도 온 몸이 뻐근하고 어깨는 점점 더 결린다. 큰 맘 먹고 오늘부터 꾸준히 운동 하겠답시고 스쾃 런지 플랭크를 잔뜩 하고 나면 다음날은 일어날 힘도 없다. 그렇게 하루만 하고 그만 둔 운동 계획이 몇 개나 되는지. 

나 운동 시작했어, 하면 헬스장 끊었어? 하고 되묻는다. 피티 끊고 하면야 좋겠지만, 멀리 나가기도 귀찮고. 사실 집 밖으로 나가는 게 귀찮지 않은가. 헬스장에 가지 않아도, 땀을 흠뻑 흘리지 않아도 운동은 할 수 있고 생각보다 어렵지도 않다. 

피톨로지의 두 번째 운동 책 '다시, 몸'은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스트레칭 책이다. 목부터 어깨, 팔다리, 코어까지 우리 몸의 근육을 죽 훑어내린다. 여기는 어떤 근육이 있고 무슨 기능을 하는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알려주며 적절한 스트레칭법을 제시한다. '다시, 몸'은 알고 있었지만 새삼 다시 생각해보게되는 것들, 가령 24시간 머리를 받치고 있는 목에 대한 이야기로 본격적인 시작을 연다. 피톨로지는 전작 '생존체력'에서도 그랬고 '다시, 몸'에서도 망가진 몸을 누구의 탓으로도 돌리지 않는다. 몸이 이지경이 될 때까지 몰랐냐고 되묻지도 않으며 얼마나 바빴길래 몸 관리도 안하냐며 타박하지도 않는다. 그냥 조근조근, 스트레칭을 말한다. 누군들 건강하고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모두 건강하게 살고 싶을 것이다. 우리가 건강하지 못했던 건 내 탓이 아니다. 내 몸이 이토록 삐친 건 내 잘못이 아니다. 어쩔 수 없었지, 열심히 살려다 보니.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이제라도 먼저 손을 내미는 것이다. 

보통 운동 책에서 자세를 알려주는 사진은 모델이 찍곤 하는데, '다시, 몸'의 사진은 저자(AZURA)가 직접 모델이 돼 사진을 찍었다. 제작비 절감 차원(!)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자 입장에서는 이 편이 좋다. 조금 더 신뢰가 가고 조금 더 친근하니까. 시종일관 나긋나긋한 문체와 어울리게, 사진 속 모델도 품이 크고 부드럽게 떨어지는 옷을 입고 있다. 힘이 바짝 들어간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 집에서 찍은 것 같은 편안한 느낌의 사진이 많다. 그래서 더 쉽게 따라해볼 수 있지 않을까. 친한 언니가 옆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 봐, 하는 느낌으로. 

사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가 아닐까. 피톨로지의 두 저자가 풀어놓는 운동에 얽힌 본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이게 수필집인지 운동책인지 헷갈릴 수준이다. 운동 책이라고 운동 이야기만 하란 법 있나. 그만큼 재미있고 몰입도 높은 이야기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다시, 몸'은 우리 몸을 살피는 책이며 동시에 내 마음도 어루만져주는 책이다. 건강을 챙기지 못했던 게 잘못이 아니라며, 그저 건강보다 더 우선시했던 것들이 많았을 뿐이라며 따뜻하게 안아주는 책이다. 누구를 탓할 수 있나. 그저 다들 열심히 살았을 뿐이다. 그러니, 열심히 산 당신.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이제 몸 구석구석 자리잡은 이런저런 근육에게 안부를 건네자. 평생 한번도 움직여보지 않을 것 같았던 근육부터, 매일 움직이고 있었지만 느끼지 못했던 근육까지. 자기 전이나 일어난 후, 점심먹고 난 후의 자투리 시간이나 미팅을 기다리는 찰나에.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고 거창한 동작이 필요하지도 않다.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혹은 아무도 없는 회의실에서, 아침나절 울어대던 아이가 까무룩 잠든 아주 잠깐의 시간으로도 충분하다. 

다시, 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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