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체력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피톨로지 지음, 한동석 감수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생 서바이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체력만들기

-생존체력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

 

 

 

 

 

 



 

이 책, 프롤로그부터 굉장히 세다. 한 페이지에 당신은 속았다는 말이 일곱 번이나 반복된다. 이 책을 집어든 독자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쉴 새 없이 비판하는 이 프롤로그는 나에게 운동 실용서라기 보다는 자계서에 가까운(저자가 들으면 굉장히 싫어하겠지만)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프롤로그가 끝나 본격적인 본문에 들어서면 마치 에세이를 읽는 착각에 빠진다.

 

생존체력이라는 단어 아래 '이것은 살기위한 최소한의 운동이다'라는 다소 장황한 제목의 책이 출간됐다. 생각하는 운동쟁이들이 모여 만든 피톨로지라는 이름 아래 A와 K가 글을 썼다. A는 뼈밖에 없었고 K는 살밖에 없었다. 그렇게 운동이라고는 하나도 모르던 둘이 만나 운동밖에 모르는 사람이 되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일들을 풀어나가며 책장을 술술 넘어가게 한다. 

 

 




 

 

이 책은 화려하지 않다. 멋진 운동, 예쁜 몸, 에스라인, 꿀벅지, 식스팩을 상상하며 독자를 꿈 속에서 헤엄치게 하지 않는다. 그저 월급날까지 살아있을 수 있는, 야근을 연달아 삼일동안 해도 다음날 두 발로 출근할 수 있는 최소한의 체력을 기르자고 말한다. 간단히 말해 "예쁜 몸? 좆까고 당장 내일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는 체력이나 만들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 

 

 

정리하고 넘어가자. 몸매는 이 책의 우선순위가 아니다. 이 책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지속 가능한 생존체력 확보다. 몸 예쁘고 '못 하는' 남자보다는 살쪄도 '잘 하는'남자가 좋은 법이다. 몸 만들기는 체력이 받쳐주고 시간도 허락되면 그때 하면 된다. 식스팩과 말벅지는 의자에 구부정히 앉아서 골골대는 당신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 결코 아니다. 

 

그래도 기왕이면 예쁜 몸 만드는 게 좋지 않냐고, 하지마라. 퍽이나 예쁜 몸 만들겠다. 여기, 헬스장 세 달 치 끊어놓고 세 달 동안 꾸준히 나간 사람?

 

있는게 신기할 거다. 나는 이주일간 계획된 도로주행 강습도 지겨워 잠수타고 싶었는데 세 달 동안의 헬스라니. 끔찍하다. 인간은 절대 쉽게 변하지 않고 항상 같은 실수를 반복하기 마련이다. 언제나 그랬듯 저렴한 가격에 세 달, 여섯 달 치 회원권을 끊어놓고 나가는 건 한 달에 한 번? 그렇게 공중으로 돈을 뿌리고 운동은 운동대로 못하고 살은 살대로 찌고... 어디 이게 운동 뿐이랴.

 

이야기가 다른 길로 샜다.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오자. 이 책은 가장 밑바닥의, 기본 체력을 키우기 위한 맨몸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스쿼트라고 부르는, 하지만 스쾃이라고 불러야 하는 운동부터 푸시업, 플랭크, 버피.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운동들이다. 이 운동들의 특징은 아~무런 도구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몸뚱아리는 필요하다. 매트도 있으면 좋겠지. 하지만 이것 말고는 준비할 것이 아무것도 없다.

 

 



 


 

 

까칠하고 전투적이었던 프롤로그와는 달리, 후반부로 갈 수록 책은 점점 상냥해진다. 예쁜 언니와 멋진 오빠가 정확한 운동방법을 설명해주는 것 부터 시작해 각 운동을 어떻게 세트로 만들 것인지 그 예시까지 짜 놓았다. 다 차려진 상에 음식을 떠 먹여주는 꼴이다. 이렇게까지 하는데 정말 운동 안 할 거냐는 메세지가 전달된다. 

 

 

 

 

운동과 필수적으로 동반되야 하는 것이 식이요법이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채소들을 들먹이며 닭가슴살로 샐러드를 해 먹으라는 둥, 그런 식상한 식이요법을 기대했다면 당장 사과해야 한다. 책은 우리 삶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과일을 먹으라고 강조하며 어느 계절엔 어떤 과일이 좋은지 표로 작성해 알려주고 있다. 이정도면 우리 엄마도 못해주는 정성이다. 게다가 요즘은 인터넷으로 시키면 집 앞까지 가져다주지 않는가!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음식을 조절함에 있어서 단호함이 필요하다는 말을 연애에 비유해 풀어낸 점이 재미있었다. 이별 후에 미적지근하게 남은 미련으로 마이너스 스토킹을 하거나 새벽 두 시에 '자니?' 같은 문자를 하는 행동은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후회하게 돼 있다. 오늘 한 번만 치킨을 시켜먹자는 굳은 의지로 야식을 먹는다면 당신은 분명 후회할 것이다. 단호박 먹은 듯이 딱 잘라 거부하라고, 그래야 당신이 바뀔 수 있다고 책은 말한다.

 

 

사랑할 가치가 있는 사람만 사랑해도, 먹을 가치가 있는 음식만 먹어도 모자란 삶이다. 버릴 건 버리고 가도 안 죽는다. 지저분한 미련으로 옛 애인의 카카오스토리를 훔쳐보는 삶, 밥이 남았다는 핑계로 한밤중에 밥을 비벼먹는 삶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게으른 당신보다 독한 당신이 훨씬 섹시하다.

 

마지막 책장을 넘겼을 때, 운동서를 읽었다는 느낌 보다는 두 사람의 인생역정을 함께 되짚어 온 느낌이 들었다. 백팔돼지와 알콜홀릭이 운동을 통해 다시 태어난, 한 권의 소설을 읽은 것 같기도 했다. 실제로 이 책은 만 오천원 짜리 실용서지만 내게는 에세이이자 소설이었고 다른 이에게는 또 다른 책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저자의 멋진 몸을 강조한 사진이 크게 박힌, 운동서의 보편적인 표지에서 벗어난 것 부터가 모험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한 것은 눈에 띄기 쉽지만 그만큼 위험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게 아니면 안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A와 K가 말하는 운동은 몸을 성형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힘을 기르기 위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조각같은 몸매의 저자를 내세울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도 저 사람 처럼!'이 아니라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각자 자신의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