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 건축가 조한의 서울 탐구
조한 지음 / 돌베개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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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년이 지나면 강산이 바뀐다는 말이 있다. 현대의 10년은 빌딩이 바뀌는 시간이다. 주택이 있던 자리엔 SPA브랜드 건물이 들어서고 전통 찻집이 있던 자리엔 프랜차이즈 카페가 입점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 경관이 변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낯선 건물이 들어선 자리를 보며 익숙했던 건물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것도 당연하다.

 

 건축가 조한의 서울 탐구라는 부제를 단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은 우리에게 익숙한 서울의 모습을 소개한다. 정동길, 홍대 앞 주차장거리, 인사동 쌈지길은 나와 같은 20대 젊은이들에게 익숙한 공간이다. 그곳의 10년 전 모습이 손수 그린 투시도와 함께 설명되어 있다. 

 

 홍대 골목 사이에 숨어있는 카페에서 데이트를 즐겼던 기억은 그 카페가 없어진 후로 이따금씩 기억나곤 했다. 2층 한옥을 개조해 만든 카페는 소란스러운 1층과 달리 2층은 조용히 공부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넓게 자리한 창가에 가로로 길쭉한 테이블이 있었다. 열 명 남짓 앉을 수 있는 큰 테이블은 볓이 잘 들어 추운 겨울에 볕을 쬐기에 좋았다. 까맣고 커다란 도베르만과 리트리버 두마리가 지키고 있던 카페, 레아. 얼마 전 가본 그곳은 건물을 허물고 새로운 가게가 들어선다고 했다. 카페 레아를 운영하던 사람은 홍대 근처의 다른 곳에서 캐주얼 다이닝 레스토랑을 열었다고 했다. 발품을 팔아 찾아가 본 그곳은 카페 레아와 비슷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두마리의 개가 손님을 반기고 있었다. 

 

 시간의 흐름이 당연하듯, 공간의 변화도 당연하다. 하지만 추억이 담긴 곳 만큼은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이기적인 소망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내게는 레아가 그랬고 조한에게는 홍대의 주차장 거리가 그랬을 것이다. 조한은 서울의 곳곳에 쏟았던 애정을 한권의 책에 정리해 담았다. 손수 그린 듯 한 건물의 투시도와 정동길 지도, 현재의 모습을 찍은 사진 위에 옛 모습을 덧그린 이미지 등 책장을 넘길 때마다 저자의 정성을 느낄 수 있다. 

 

 저자가 갖고있던 추억의 타래를 풀며 서울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 '서울 공간의 기억 기억의 공간'. 공간은 기억을 품고 기억은 공간을 품는다. 비록 공간은 변할지언정 기억은 남아있고 기억은 잊혀질지언정 공간은 남아있을 것이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 서울은 깊다/전우용/돌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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