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는 등이 가려워 난 책읽기가 좋아
수지 모건스턴 글, 세르주 블로흐 그림, 이은민 옮김 / 비룡소 / 1997년 8월
평점 :
절판


'공주는 등이 가려워.' 일단 제목이 좀 우스꽝스러웠다. 그러면서 귀여운 여자아이의 어리광같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고 지레짐작했는데, 이건 진짜 공주의 이야기였다. 진짜 공주가 진짜로 등이 가려워서 괴로운 이야기였다.^^

책읽기를 좋아하는 공주는 책 속에 나오는 진짜로 멋진 왕자를 실제에서는 만나보지 못했다. 모두가 거만해 보였고 시시해 보였다. 언제나 멋진 진짜 왕자를 만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을 하는데, 공주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등이 가려운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해도 손이 닿지 않았다. 얼마나 괴로웠던지, 공주는 자기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왕자라면 무조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건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여러 왕자를 만나봤지만, 누구도 공주의 등을 긁어 주려고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이유도 가지가지였다. 모두들 자기 나름대로의 잣대대로, 자기의 기준대로, 자기의 방식대로 하려고 하였다. 아무도 공주가 가장 필요로 하는 걸 공주의 방식대로 하려 들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날 공주의 등을 시원하게 긁어 주는 왕자가 나타났다. 그는 공주가 말하자말자 단박에 아주 시원하게 긁어준 것이었다. 이런저런 조건도 없이... 그런데 그런데... 공주는 자신의 등만 시원하게 긁어 주면 다른 건 아무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등이시원해지고 나서 그 왕자를 바라보니, 그 왕자는 너무나 멍청했다. 공주가 좋아하는 책읽기를 싫어하는 것이었다.

이건 아니야! 공주는 충격을 받았다. 자신의 등은 시원하게 긁어 주지만, 자신과 전혀 맞지 않는 왕자랑 결혼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후에도 공주의 등은 여전히 가려웠던 것이다. 어쩌면 좋을까?

그러다가 공주는 자신처럼 책을 사랑하는 왕자를 만났다. 그 왕자를 만나면서 비로소 공주는 행복함을 느꼈다. 그래서 그 왕자에게 자신의 등을 긁어 달라고 했다. 물론 그 왕자는 공주의 등을 정성을 다해 긁어 주었지만, 그렇게 시원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공주는 행복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깨닫게 되었다. 인생이란 서로의 가려운 어딘가를 긁어 주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결말을 내고 있다. 제대로 맞는 인생의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 기준은 어디에 맞춰야 가장 적절할 것인가?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현실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 물론 그것이 너무도 절실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곤란하다고 여기서는 말한다. 서로의 관심사가 비슷해야 하고, 또한 현실문제도 어느 정도는 해결해 줄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생각까지 못 하더라도 아이들이 이 책을 읽고는 유쾌해질 것이다. 아마도 깔깔거리면서 읽지 않을까? 그렇게 우리의 기분을 기분좋게 해 주기만 해도 큰 소득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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