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희의 스케치북 산하어린이 103
김혜리 지음 / 산하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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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꾸러기 고아 소녀였던 진희가 5살에 우리나라 가정에 입양되면서 겪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입양을 잘 하지도 않지만, 그나마 아기 때 건강한지 잘 생겼는지, 혹은 그 부모가 어떤 사람인지까지 모두 조사해서 입양을 한다고 한다. 게다가 입양한 사실을 아이에게나 주위 사람한테나 모두 숨긴다. 사회적 분위기가 입양된 아이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 양부모와 같이 산다는 사실, 그리고 주위 사람들이 자신이 고아라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는 5살이라는 나이에 우리나라에서 입양을 한다는 사실은 실로 드문 경우이다. 작가는 그런 우리 현실을 얘기하고 싶어 했던 것 같다.

진희 또한 입양되어서 갖은 고초를 겪는다. 양부모는 낮에는 일하러 나가시기 때문에, 낮에는 고모랑 동희랑 지내야 된다. 그런데 고모는 진희의 아픈 사실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떠들고 다닐 뿐만 아리라, 동희 또한 그런 진희를 못살게 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희는 동회랑 고모를 무척 미워하게 된다.그러나 진희가 아플 때 안타까워하며 간호를 해 주던 고모의 모습을 보여 주면서, 고모 또한 그저 ‘평범한 사람’일뿐 ‘악의 화신’은 아님을 보여주고자 한다. 다만 우리나라의 현실을 이 고모를 통하여 말하려 한 것 같다. 선천적으로 마음이 악한 사람은 아니지만, ‘고아’로 ‘고아원’에서 5살이 될 때까지 자라면서 겪은 진희의 마음이나 상황을 이해해주고 배려해 주는 마음은 부족했던 것이다. 어떤 마음의 상처를 가지고 있는지, 어떻게 보듬어 주어야 하는지...그건 바로 나의 모습, 우리의 이웃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도 빈 구석이 있다. 어렵게 살림을 키워 나가면서 지금은 사장님이 된 양엄마는 어려운 사람들을 남몰래 도와주면서 살고 있다. 진희를 입양하게 된 것도 그래서이다. 그런데 고모가 진희를 이해하지 못하고 마음 아프게 할 때도 항상 진희의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고모편만 들어 준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해결사는 양아빠이다. 양아빠가 진희의 말도 들어 보자고 해서, 진희의 입장을 알게 되고, 그제야 진희를 다독거려 준다. 그런데 이 이야기에서 양아빠에 대한 설명이나 역할은 진희가 양엄마와 갈등상황이 되었을 때 뿐이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보살피는 일은 양엄마가 하고 있는데, 진희와의 관계에선 항상 양아빠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마지막엔 진희에게 고모 때문에 진희가 힘들어하는 걸 다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고모도 마음이 나쁜 사람은 아니니 이해하라고 한다. 여기서 보여 주는 양엄마의 모습이 너무 선명하지 않다고 해야 할까? 이야기의 구조가 엉성한 것 같다. 또한 남자인 수홍오빠의 역할도 아주 좋게 보여 준다. 친 아들과 양딸의 갈등 구조는 전혀 나오지 않는다. 다만 고종사촌겪인 동희와의 갈등만 나올 뿐. 그런 면에서 이 이야기에서 나오는 남자들은 모두 좋은 이미지만 있다.

이 이야기의 주제는 우리나라의 입양현실에 대한 것이어서 신경을 못 쓴 건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많은 이야기들이 가정사에서 악하고 속 좁은 역할은 여자가, 마음이 넓고 이해심 많은 역할은 남자가 담당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 또한 그런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그러나 해외로 입양되어 가는 비율이 너무나 높은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좀 더 많이 다루어지면서 일반 사람들의 이해의 폭을 넓혀가는 계기가 되어 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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