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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전 (문고판) ㅣ 네버엔딩스토리 17
강숙인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8월
평점 :
운영전이라니...
제목부터 약간은 거부감이 느껴지는 고전.
작가는 책의 마지막에
고전을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어린이와 청소년 독자들에게
이 책을 통해 재미와 감동을 알게 되길 바란다는 글을 써두었는데 나에겐 성공적이었다.
마음속 어딘지 모르게 느껴지던 거부감은 책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가슴찌릿한 감동으로 바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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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진사님이 붓을 휘날릴 때 먹물 한 방울이 내 손가락에 잘못 떨어졌지 뭐니. 파리 날개 같은 그 먹물이 마치 진사님이 내 마음에 찍은 점 같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내 가슴이 또다시 심하게 두근거렸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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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44쪽 운영이 처음 사랑에 빠지는 장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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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눈에 반한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일까.
붓을 휘날릴 때 떨어진 먹물 한 방울에 가슴이 두근거리며 사랑에 빠지고
또, 그런 감정을 임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나도 운영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사랑이라는 건 현실적 제약으로 이루어질 수 없을 때
더욱 애타고 간절해지는 것이다.
견우 직녀의 사랑도 그렇고
부모의 반대 때문에 죽네 사네 하는 수많은 드라마들의 연인들을 봐도 그렇다.
하물며 임금이 아닌 남자를 사랑하면 죽음으로 이어질 궁녀의 신분과
임금의 여자인 궁녀를 넘본 선비라니.
어쩌면 가족들까지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닌가.
이 책은 고전이기 때문에 청소년들의 학습서로 읽혀질 확률이 높겠지만
애타는 사랑의 마음은 누군가를 좋아하기 시작한 사춘기 청소년에게나
누군가를 짝사랑하기 시작한 사람들에게도 큰 공감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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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씻으니 눈물은 물줄기 되고
거문고 타니 원한은 줄에서 우네.
한없는 원한을 가슴에 품고
머리 들어 홀로 하늘에 하소연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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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48쪽 운영이 진사를 그리워하며 쓴 시의 일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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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개에 기대어도 나비의 꿈은 이룰 수 없고
눈을 돌려 남쪽 하늘 보아도 외기러기조차 날지 않네.
임의 얼굴 눈앞에 있는데 어이 그리 말이 없는가
푸른 숲 꾀꼬리의 울음 들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시누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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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지 : 55쪽 김진사가 운영을 그리워하며 쓴 편지에 있던 시의 일부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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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위해 애써준 궁녀들이 위태로워질까 싶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운영
운영을 위해 부처님께 불공을 드린 후 나흘동안 먹지 않고 죽은 김진사.
이 책을 읽는 내내
이들의 사랑이 서양의 줄리엣과 로미오 못지않게 아름답다는 생각을 하였다.
유영은 수성궁에서 죽은 김진사와 운영을 만나
그 둘의 사랑이야기를 듣고, 운영전을 책을 갖게 되었다.
유영이 김진사와 운영은 다시 만날 수 없었으나
운영전은 유영의 손에 남았다는 부분을 읽으며
이 이야기가 단순히 꾸며진 것이 아닌
사실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비추며
이야기를 신비롭게 끝맺는 부분까지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