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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의 항해일지 - 인생의 항로를 설계하는 법
이동현 지음 / 일요일오후 / 2025년 11월
평점 :
* 본 포스팅은 출판사의 서평 지원을 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국적 글로벌 에너지를 운송하는 영국 해운사 Seapeak LNG 소속 선장이자,
항해 현장을 담은 VitaminSea 채널을 운영하고 있는 이동현 선장의 에세이다.
제목 그대로 실제 항해일지를 바탕으로 한 자전적 기록이며, 30대 중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해외 에너지 선박의 선장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동안 겪어온 시행착오들을 군더더기 없이 담고 있다.
책은 총 다섯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 부록에는 뱃생활을 꿈꾸는 이들을 위한 현실적·실무적 정보가 정리되어 있다.
해외 해운사로 개인 송출되는 경우가 흔치 않은 만큼, 저자도 여러 곳에 직접 자문을 구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실제 항해 준비 과정, 근무 환경, 진급 체계 같은 정보를 얻고 싶은 사람에게 꽤 도움이 될 만하다.
그렇다고 반드시 ‘직업적으로 접근해야만’ 읽을 수 있는 책은 아니다.
각 장마다 항해 지식, 선장의 역할, 법률, 배 위의 생활 방식 같은 정보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어서
해운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도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오히려 뱃생활에 대한 상상력을 넓히게 하는 부분도 많다.
사실 초반에는 “아, 직업적 자부심이 정말 강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깊어지면서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가 더 크게 와닿았다.
고립 된 공간에서의 감정 관리, 사람 사이의 갈등, 외로운 환경에서 버티기 같은 ‘뱃생활의 현실’이
오히려 인간적인 고백으로 풀려 있어 의외의 공감이 생겼다.
특히 사관학교 지원 실패로 3수를 하게 된 이야기, 어려운 형편 속에서 가족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았던 죄책감,
해양대에서 겪은 부조리한 관행, 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절에 들어갔던 일, 상사의 미묘한 미움에 흔들렸던 순간들까지..
이 모든 경험은 ‘배 위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 이야기’라서 더욱 진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나는 처음엔 이 책을 통해 더 거시적인 해양 산업의 배경을 알고 싶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상세한 경험들이 담겨 있어서 오히려 더 신선하게 와 닿았던 것 같다.
현장감 있는 경험담이 구조적인 이해를 돕는 방식이랄까.
전 세계 무역의 80%가 해상 수송으로 이뤄지는 만큼, 해운은 지금도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이다.
국제 무대에서 해운이 차지하는 비율이 여전히 90%에 달한다는 말은, 그만큼 해상 물류가 싸고 효율적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보내는 비용이 서울–부산 간 운송 비용과 비슷하다는 예시는 유명하다.
저자가 운항하는 LPG 선박처럼 대형 에너지 선박은 특히 그렇다.
항구가 없는 내륙국의 경우, 에너지 확보를 위해 송유관·가스관을 직접 건설해야 하고 이는 막대한 비용이 든다.
제조업 성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가의 지리적 조건이 경제 구조와 직결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빈국 중 상당수가 내륙국이며, 항구 사용료를 이웃 국가에 지불하느라 매년 큰 비용을 지출한다고 한다.
이처럼 지리의 한계는 그대로 경제의 구조가 된다.
팬데믹 이후에는 컨테이너 화물 수요 증가로 해상 물동량이 급증했다는 UNCTAD의 보고가 있었던 만큼
공급망 붕괴와 항만 병목, 해상 운임 급등 등으로 운송체계의 중요성이 다시 부상했고 해운·항만·조선·물류 관련 직무 수요도 늘었다고 알고 있다.
그런 흐름 속에서 이 책이 출판된 것도 꽤 시의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도 말미에 이야기했듯이 돈 많이 벌면서 쉬운 직업이란 없지만서도.
이 책은 개인의 경력 이야기처럼 읽히면서도,
결국 더 넓은 관점에서 직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