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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색 자전거 - 장애아 부모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용기
스탠리 D. 클레인 지음, 킴 스키브 엮음, 이나경 옮김 / 청림출판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쉼 없이 움직이는 모니터 화면과 작은 몸 구석구석 쓰임을 알 수 없는 링거 줄들, 그리고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을 더 부추기는 의료기기의 소음.
중환자실에서 본 아이는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야말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잠깐의 면회시간이 끝나고, 떠밀리듯 밖으로 나오면서도 안아볼 수조차 없는 아이의 모습에 그저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면회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갑작스런 상황이 닥쳤을 때 좀 더 빨리 대처할 수 있도록 중환자실 밖 복도에서 돗자리를 펴고 새우잠을 자던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가슴이 떨린다.
당시 10개월이었던 나의 첫 아이는 올해 초등학생이 된다.
아직도 1년에 한 번씩은 뇌 사진을 찍고, 성장에 이상이 없는지 숙제검사를 받듯 꼬박꼬박 확인해야 하지만 별 탈 없이 잘 자라주니 무엇보다 감사한 일이다.
「장애는 ‘극복’하는 게 아니라 ‘수용’해야 하는 것(p. 141)」이다.
이 책 ‘초록색 자전거’는 장애를 가진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정신적, 육체적 고통의 치유과정과 아이의 장애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노력들을 적고 있다.
짧은 글이긴 하지만 그들이 느꼈을 슬픔과 분노, 좌절이 고스란히 담겨, 읽는 내내 눈시울이 뜨거웠다.
또한 희망을 품고 새롭게 한발 한발 내딛는 용기에 박수가 절로 나왔다.
「장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애를 죽음과 같은 말로 취급한다.(p. 306)」
생김새나 말투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가던 길을 멈추고, 힐끔힐끔 곁눈질 하던 일이 있었던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보고도 ‘다른 누군가가 나서겠지’하며 외면한 적은 없었던가!
이러한 편견어린 시선은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을 성자 취급하거나 안 된 일이라는 식의 위로와 마찬가지로 큰 상처를 준다고 말한다.
그들은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그 자체를 축하받고 싶어 하며, 주변사람들이 돕고 싶어 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다른 어떤 위로의 말보다 강력한 인상으로 남았다고 한다.
장애를 가진 아니든 그렇지 않은 아이든 육아는 부모의 끊임없는 인내와 이해, 노력을 필요로 한다.
처음의 많은 준비에도 불구하고,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아이가 커갈수록 더 어려운 일인것 같다.
「누구에게도 보장된 인생이란 없지 않은가.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곧 인생의 본질이며, 그로 인해 인생은 특별해 진다.(p. 144)」
건강한 아이를 전제로 꿈꿔오던 많은 일들이 장애를 진단받는 순간 모두 깨져버리고, 현재의 상황을 받아들이는 고통과 두려움의 시간이 지나면 또다시 다른 희망을 꿈꾸게 된다.
부모인 나의 꿈이 아닌, 특별함을 지닌 아이가 만들어가는 꿈을.
이 책의 부모들은 아이를 통해 인생의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말하며, ‘정상적인’, ‘완벽함’, ‘완전함’의 의미를 새롭게 이야기 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을 무지개로 봐야한다. 그들은 모두 고유하고 서로 다른 존재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아이들의 존재 그 자체로 감사해야 한다.(p. 319)」
잠든 아이의 얼굴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 무엇이든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 아닌지.
장애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