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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청소년인 두 아이들이 방학을 해서 함께 책을 읽는 게 요즘의 나의 커다란 즐거움이다.
소위 이름이 나 있는 책들만을 골라 지난달과 이달 모두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두 아이와 함께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 책들 중 나는 이 양호문 작가의 '꼴찌들이 떴다'를 조금의 주저도 없이 제일 먼저 추천한다.
이 책은 기존의 뻔한 청소년 소설이나, 유명작가의 단순한 추억회고담에 불과한 것들과는 차원이 확실히 다르다.
우선 다루는 주제부터가 범상치 않다. 이미 어느 기자가 지적했듯이 이 책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이미 열아홉이 되어 거의 성인이 다 되어 있지 않은가?
게다가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디디기 직전이다. 다 컸다는 얘기다.
이 소설은 아이들끼리의 자잘한 이야기로 보면 절대 안 된다. 그게 아니라, 분석을 해서 속을 들여다 보면 작가는 주인공들을 곧바로 어른사회와 맞닥뜨리게 해서 부조리한 기성세대와의 대결구도로 돌입시킨다. 즉 우리 어른세계에 대한 꼴찌들의 공격인 것이다.
거짓과 사기, 가식, 술책, 자기이익에만 눈 먼 어른같지 않은 기성인들에 대한 날카로운 펀치다. 뒤틀린 우리 현사회에 대한 매질인 것이다.
대여섯 군데 편집자국이 있기는 해도, 흥미롭게 아주 쉽게 읽히면서 알게 모르게 던져 놓는 작가의 질문에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그러고는 멈추어서 나 자신을, 우리 사회를 되돌아 보았다. 읽다보니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고 말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도직입적으로 그런 질문을 무례하게 던지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에 대한 질문이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풍자를 대화와 사건, 등장인물, 심지어 묘사 곳곳에 자연스레 숨겨 놓았다는 점이다. 나이와 이력만큼이나 대단한 공력의 작가라 아니할 수 없다.
말초적 재미만 추구하고 말장난이나 늘어놓는 요즘의 소설같지 않은 가벼운 책들과 이 얼마나 차원이 다른 소설이란 말인가.
단언컨데 양호문의 이 '꼴찌들'이 홀로 우뚝한 소설이다. 아주 큰 작품이다. 심사위원 성석제 선생의 평대로 대형 다이너마이트 급을 넘어 핵폭탄급이다.
청소년이나 어른 구별없이 누구든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