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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찌들이 떴다! ㅣ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30
양호문 지음 / 비룡소 / 2008년 12월
평점 :
좋은 소설에는 세 가지 조건이 있다.
첫째, 설명이 아니라 묘사를 잘 해야 한다.
지루하게 설명을 늘어놓는 게 아니라 정황묘사를 실감나게 잘 해서 독자 스스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둘째, 작은 이야기에 큰뜻을 담아내는 거다.
거창한 이야기를 주저리 주저리 엮어놓기보다는 작은 듯하면서도 그 밑바탕에 큰뜻을 깔아놓은 소설을 말한다.
셋째, 답이 아닌 질문을 제시하는 것이다.
독자에게 시시콜콜 이게 이게 답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독자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질문을 은근슬쩍 던져주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조건을 놓고 볼 때 양호문의 '꼴찌들이 떴다'가 단연 뛰어나다.
먼저 배경묘사와 정경묘사에 공력을 들여 그것이 마치 직접 보듯이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진다.
서정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한 편의 훌륭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하다.
다음으로 이 소설은 기존 청소년 소설과 달리 소재와 내용이 독특하면서도 범위가 확장적이다. 단지 그것 뿐이 아니라 청소년 소설 범주에 넣기에 이야기의 규모와 주제의 비중 또한 크다.
겉으로 보기엔 성년을 코앞에 둔 청소년들의 여름 한철 이야기 같지만, 내면은 그게 아니다. 이미 다른 독자들이 간파했듯이 우리의 현 정치 사회에 대한 신랄한 풍자요, 비판이다.
그러기에 상대적으로 작은 이야기라 할 수 있는 청소년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내면에다 엄청난 다이너마이트를 매설해 놓고 있는 것이다.
끝으로 이 소설은 독자들에게 참으로 많은 질문을 던져준다. 그거 하나하나가 다 다이너마이트다.
그 다이너 마이트는 농촌고령화, 농촌의 피폐화, 교육정책의 실패, FTA, 생명존중, 전통문화멸실, 기업윤리, 청년실업, 진정한 어른의 부재, 역사의 중요성, 군대 본연의 의무, 싸움판인 정치계, 만연한 조폭문화, 영어우선주의,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 탄생과 죽음의 의미, 등등등. 실로 무궁무진하게 깔아놓았다.
읽다보면 정말 우리 나라가 이런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구나, 느끼게 돼 모골이 송연해진다.
분명 작가는 주인공들이 참다운 어른, 진정한 어른으로 성장하여 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기 위해 작가는 이 소설에서 참답지 않은 어른, 진정하지 않은 어른들을 많이 등장시켜놓았다. 아이들 스스로 누가 참답고 누가 참답지 않은 어른인지 구별하는 시각을 주기위해서다.
나 역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이런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나는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그리고 과연 나는 참다운 어른인가? 진정한 성인인가? 고개가 숙여졌다.
우리는 이 '꼴찌들'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더 이상 이 사회가 이 국가가 병들게 해서는 안된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연륜이 만만찮고 경험 또한 녹록찮은 대형작가가 분명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수준높은 소설을 읽게 되어 매우 기쁘고 가슴이 뿌듯하다.
서슴지 않고 누구에게든 당당히 추천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