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
김민 지음 / 도서출판이곳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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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를 쓰고 밥을 짓는다

 

저자) 김민

출판) 이곳

 

책의 겉표지는 여성의 손이며 작가의 이름은 배우 김민씨와 동일하여, 나의 알고리즘은 여성 작가일 거란 생각을 만들었다.

오류다. 남자다.

 

유서... 여성 작가도 아닌 남성 작가가 다룬 심약한 글은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읽는 나까지 힘들어지기 때문에...

 

! 그러고 보니 나도 유서를 참 많이 썼었다.’ 연달아 좌절 된 꿈과 희망이 꺾이고 자존감까지 지옥의 구렁텅이로 내팽겨 쳤을 때 말이다. 그래서 지금은 술을 끊은 지 4년이 되어간다. 그리고 그때마다 자살방지 콜센터의 도움을 많이 받긴 했지만...

그렇다면 나와 유사한 생각을 가지게 된 이 책의 저자는 어떠한 사유로 인하여 이 글을 집필하게 되었던 걸까? 이 궁금증이 나를 책으로 인도하였다.


이렇게 살 수 없으니

유서를 쓴다

 

이렇게 죽기 싫으니

유서를 쓴다

 

죽음을 앞에 두고 진실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

죽음을 뒤에 두면 살아보지 못할 삶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나도 죽기를 각오 했을 때 참 많은 물건들을 주변 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던 적이 있다. 물론 나는 죽음의 목전 앞에서 겁이 나고 무서워 포기 하였지만 말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가난에 사무쳐 살았다고 한다. 네 식구가 사는 단칸방은 비가 새고 미닫이문에 바람까지 새며 방에서는 입김이 났다고 한다. 태풍이 불면 두 칸짜리 공동화장실은 오물이 흘러넘치며 수채 구멍으로는 쥐가 드나들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하고 같다. 그래서 그런지 작가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며 읽어나갔다.

 

연탄 배달을 시작으로 주유소, 공사판, 조선소, 세차장, 단란주점, 노래방, 식당, 민방위 대타까지 했으며... 일하다가 죽을 뻔했던 적도 몇 번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임금체불에 폭력, 감금에 협박까지 당한 저자의 이야기를 접하니... 순간 옛 생각이 나기 시작했다. 저기 있는 일들은 조선소와 민방위만 빼고 다 해봤으며 심지어 나는 팔려가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로 지쳤었다. 그만 편해지고 싶다던 나를 친구가 살렸다. 손목에 빨간 줄은 남았지만 주민등록증에 둘은 안 그어졌으니 다행이다.”16p 작가의 이 말에 절실히 공감이 갔었다. 돈은 벌면 벌 수록 모이지는 않고 오히려 병원비와 골병만이 내 몸을 감싸 않았다. 온 몸의 신경세포는 나를 통증으로 몰아넣고 숨 쉬는 것조차 너무 고통스러워 잠을 이루지 못한 날들이 더 많았다. 그래서 그냥 영구적 잠자리에 들어 삶을 내려놓고 싶었다. 그런 내 행위를 눈치 채신 어머니는 항상 내가 잠자리에 들면 숨이 붙어 있는지 확인하시는 게 하루 일과이셨다.

 

다들 저마다의 불행을 감당하며 산다.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 있고 전쟁 아닌 삶이 어디 있을까.” 242p 이 부분에서 인생은 <고통>이라는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떠오른다. “인생은 고통과 권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시계추와 같다는 말을 남긴...

 

사람은 누구나 모든 일이 내가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고통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세상사가 내 뜻대로 이루어 진다해도 평온한 행복감보다 오히려 권태를 느끼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게 된다. 그래서 귀족의 고통은 권태고, 민중의 고통은 궁핍이라고 말한다. 결국 사람 사는 것은 고통이다.

 

삶의 문제와 고난들은 개개인이 혼자 해결하기에는 매우 벅차고 고통스럽다. 살아가는데 있어 이런 고통은 어떻게 대면해야 할까? 나는 이 부분을 독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책은 먼저 앞선 삶을 살아간 현인들의 지혜와 지식을 담은 매개체이기 때문이다.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유서를 쓰세요. 죽음을 대비하기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제대로 살기 위해 쓰는 거예요.” 개인적으로 쓰는 형식은 유서가 아니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일기든, 인스타든, 뭐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기록하고 남기며 또 그럴만한 필력을 갖추기 위해 많은 독서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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