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별을 바라본다 - 김기갑 시집 J.H Classic 71
김기갑 지음 / 지혜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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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별을 바라본다

 

저자) 김기갑

출판) 도서출판 지혜

 

시인은 1974년 생으로 경찰대학을 졸업했으며 2019년에 시와 수필로 등단했다.

 

는 인간人間의 감정에서 뻗어 나오지만,

동시에 인간의 감정 바깥으로 뻗어 나가는 힘이 있다.

()에 담긴 맥락을 떠올려 보면 된다.

 

시는 보이는 세계를 통해 보이지 않는 세계로 나아간다.

시어 또한 일상의 언어를 통해 그 너머로 나아가는 길을 활짝 열어 젖힌다.

치명적 도약을 거치지 않으면 인간은 결코 사물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노안

 

작은 글씨가 거리를 두니 잘 보인다

 

이제부터는 나무보다는 숲을 보라는 얘기겠지

 

이것저것 꼼꼼하게 따지지 말라는 얘기겠지

 

잘못이 있더라도 쉬이 용서하란 얘기겠지

 

집착하지 말고 여유를 가지란 얘기겠지

 

세상일에 웬만하면 고개 끄덕하며 살란 얘기겠지

 

어느 순간부터인가 책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 가까이서 보면 뿌옇게 보이던 작은 글씨가 거리를 두니 잘 보인다. 시간이 흐르면 눈도 늙는다. 시간이 흐르면 눈도 늙는다.

 

눈이 늙었는데 사람들은 자꾸만 이전처럼 사물을 보려고 한다. 변화가 싫은 것이다. 자기 고집을 내려놓고 다른 이의 말을 두루 듣는 의미로 노안을 읽는다.

자기를 중심에 세운 사람은 제 뜻과 어긋나는 의견을 들르려고 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말을 받아들이려면 자기 기준을 내려놓아야 한다.

 

-내려놓기

 

배가 풍랑을 만나 침몰하지 않기 위해

싣고 있는 짐을 바다에 대던지 듯

 

살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보석 아닌 보석을 눈물로 버려야 할 때가 있지

 

배가 침몰하지 않으려면 싣고 있는 짐을 바다에 내던져야 한다. 짐에 집착하면 배가 가라앉는 시간만 앞당길 뿐이다. 이치가 이런 걸 알면서도 사람들은 짐에 대한 욕망을 쉬이 내려놓지 못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간이란 곧 자본=돈을 의미한다. 짐을 포기하는 순간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돈도 한꺼번에 포기해야 한다.

 

눈물을 머금고 보석을 버려야 더 큰 보석을 얻을 수 있다. 보석을 꼭 물질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큰 보석이란 보석을 기꺼이 내려놓는 그 마음을 가리킬 수도 있다.

 

마음을 내려놓는 일만큼 어려운 일이 세상 어디에 있을까?

 

시는 총 5부로 구성 되어 있으며

그 안에는 100편의 시가 담겨져 있다.

책의 마지막 20페이지 가량은

문화평론가 오홍진님이 해설을 달아주어

시가 어려운 사람들에게도 쉽게 설명해주는

그런 친절한 책이다.

 

마지막 이 시는 저자의 경찰생활 경험을 담은 것 같다.

이런 시는 처음 접한다.

 

-살인

포도와 복숭아와 과일들이

도로에 널브러져 있다

씨며 투명한 즙이며 터져 나왔다

두 나무 사이에 자동차가 끼여 있다

죄판의 할머니는 방금 돌아가셨단다

운전자는 쪼그려 앉아 담배만 피워댄다

경찰의 물음에 블랙박스만보라고만 반복한다

빗줄기가 굵어지고 담배연기는

당최 하늘로 올라갈 생각을 않는다

막걸리 냄새가 역겹다

 

서평의뢰 받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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