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님! 청소하러 왔습니다
양단우 지음 / 여행마을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사모님! 청소하러 왔습니다


저자) 양단우

출판) 비전북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학과 모범 장학생, 양단우.”

영광의 순간 나는 당당하게 일어섰다. 몇백 명의 시선을 받으며 묵직한 상패를 받았다. 4년 연속 모범 장학생. 조업식의 하이라이트 속에서 당당히 빛나고 있었다. 

나는 만학도였다. 망할 놈의 가난한 집구석 때문에 고등학교 등록금이 밀려 졸업하지 못했다. 훗날 누군가의 도움으로 등록금을 갚을 수 있었고 간신히 ‘수료’라는 글씨를 지워 ‘졸업’으로 바꿀 수 있었다. 

이후 원하던 대학교에 입학했지만 금세 자퇴를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임대주택에 당첨되었는데 이사 갈 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포기에 익숙해져야만 했다. 

몇 년 후에는 불굴의 의지로 자퇴한 학교에 재입학을 했다. 신입생들은 90년대생, 나는 80년대생 꼰대였다. 그런고로 악착같이 학교생활을 버텼다. 그 결과로 바로 지금, 졸업식에서 그 영광을 누리고 있었다. (서두)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저자는 졸업식 한 달 전, 어느 대학교의 조교 행정실에 취업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매일 과장한테 불려가서 혼이 나는 게 하루 일과였다. 그러던 어느 날 스스로 목숨을 끊어버릴 것만 같아 과장을 복도로 불러낸다. 


서른 살이 넘은 여자는 네 살 백이 아이처럼 펑펑 운다. 눈물과 콧물이 뒤범벅되어서 복도 바닥을 흥건히 적시면서...

“죄송합니다. 잘못했습니다. 일을 너무 못해서 죄송합니다”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하는 과장은 책망 대신 “미안하다”는 말을 꺼낸다.


미안하시다뇨,

일머리도 없고 눈치도 없고 물러터져서, 

등신같은 제가 더 죄송할 따름인걸요.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다음에 올 친구에게는

부디 다그치지 말아주세요.

세상에는 일을 ‘잘’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따윈

한 명도 없으니까요.


졸업과 동시에 실업이 발생한 것이다.

이후 3년 동안 10번의 이직을 한다. 


여러 일을 거치면서 저자는 생각한다. 자신은 혼자서 하는 일이 적성에 맞다고. 그러면서 점차 ‘청소’일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다. 그때가 서른둘이었다.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던 타이밍에 카드값을 내라는 독촉 문자는 저자를 본격적으로 청소업에 뛰어들게 만든다. 


청소 앱에는 다양한 종류의 청소들이 있다. 이사 청소, 가전 청소, 가사 청소, 사무실 청소 등. 그리고 청소 관련 앱은 일을 시작하기 전에 교육까지 해준다고 한다. 그것도 무료로. 그리고 저자는 엄마 또래의 아줌마 혹은 할머니들과 교육을 받고 청소 일을 시작한다.


청소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나온다. 부잣집을 청소하며 실수한 일. 5평짜리 오피스텔 원룸이라고 좋아했다가 너무 지저분하고 쓰레기가 산더미인 집. 작은 사진관인줄 알고 착각했다가 100평 규모의 스튜디어를 청소한 일. 다양한 사람들과 일의 경험들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점차 단단해져간다.


그러다 ‘건망증’이 심해진다는 것을 느낀 저자는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가게 된다. 그리고 큰 이상을 느끼지 못한 저자는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것을 알게 된다. 


현실 속에서 먹고 사는 문제에 치중하다보니 그동안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들여다보지 못한 것이다. 청소 시간이 끝나면 바로 다음 집으로 이동해 일하며 끼니까지 거르는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것이다.  


이 책은 청소부로 근무했던 지난 142일과 그 외 취업 실패경험담이 함께 쓰여진 작가의 이야기가 담긴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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