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가격 - 뇌를 충동질하는 최저가격의 불편한 진실
엘렌 러펠 셸 지음, 정준희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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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의 점포수가 올상반기에 400개를 넘어섰단다. 이미 이 좁은 땅덩어리에 포화상태를 넘어선 그들은 주택가의 골목에까지 목표를 겨냥하고 있다. SSM사업이 비록 지금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이므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고 그저 여론을 의식해 잠시 몸을 웅크리고 있는 것이리라. 다시 사업에 박차를 가해 점포수 늘리기 경쟁을 시작해 버리면 골목까지 순식간에 장악해 버릴 것이다.

할인마트를 우리생활에서 떼어놓기란 상상하기 힘든 일일 것이다. 저 물건너 월마트야 한적한 동네에다 창고형 할인점을 차려 비용을 절감하는 전략으로 갔다지만 우리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어 멀리까지 자가용을 몰고 갈 수고로움도 없고 한여름에도 에어컨바람 빵빵하게 맞으면서 쾌적하게 쇼핑을 할 수 있다. 사실 재래시장의 상권붕괴나 대형마트들의 하청업체 쥐어짜기, 미끼상품 등의 얄팍한 상술 정도를 문제점으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책에서는 장기적인 안목과 생각치 못했던 부분에서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해제를 감수한 우석훈교수의 말처럼 모든게 너무 빨리 이루어 졌다. 지역경제를 이루는 소상인들이 서로간에 연결고리를 맺고 대응을 하기도 전, 10년이 조금 넘는 시간만에 대형마트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잡아 버렸다. 지금은 우리가 저렴한 가격으로 생필품을 공급받아 혜택을 누린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동네 구멍가게까지 SSM으로 장악하고 가격결정력을 완전히 손에 쥐고 나면 마트의 상술에 신나게 휘둘일 일만 남은 것이다.

원치 않는 소비를 할 때가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경우가 있겠지만 할인점에서 우연히 발견한 ‘너무나 싼’가격의 물건을 발견하고 구매를 한 경험이 한 번 쯤은 있을 것이다. 그렇게 구매한 물건은 필요에 의해 구입한 것이 아니라 미래에 필요할 것 같아서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부분 쓸모 없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만 생각하지 필요안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은 좀처럼 염두에 두지 않는다. 이런 현상을 저자는 소비자가 물건의 가치는 뒷전으로 미루고 가격에만 집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데 이를 뒷받침 할 몇가지 근거는

1.세일에 기간제한이 있기 때문에 지금 구매하지 않으면 나중에 비싸게 구매해야 한다는 조급증.

2. 평소보다 대폭 할인된 가격을 보았을 때 논리적이거나 이성적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결정으로 내리기 때문

3. 구입하는데 지출한 가격한 인지하지 못하고 오로지 할인해서 절약한 가격에만 집중한다.

4. 물건 자체 보다는 거래 자체에 만족을 느낀다.

5. 싸게 구매함으로써 똑똑한 소비를 했다고 믿으며 스스로를 능력있다고 생각한다.

대형마트들이 PB(자체 브랜드 상품)나 납품받는 물건들의 가격인하 압력을 통해 제조업체들을 쥐어짠다는 뉴스를 언론을 통해 들어봤을 것이다. 물건 만들어서 납품할 업체는 널렸고, 실질적으로 제품이 판매되는 유통채널을 쥐고 있으니 양쪽에 있는 소비자와 제조업체는 죽을 맛이고 가운데 있는 할인점들만 노나는 구조이다. 먼저 제조업체 측면에서 보면 압력에 못이겨 물건을 싸게 공급하기 위해서 비용절감에 또 절감을 시도한다. 그러다 보면 품질은 품질대로 떨어지고 혁신을 시도하기 위한 기회는 원천봉쇄된다.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판에 무슨 놈의 혁신인가. 거기다 노동자의 임금 역시 동결되거나 삭감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매우 악질적인 악순환을 만들어 내는데 물가상승률을 넘어서는 임금상승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결국 저렴한 가격의 물건을 선택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할인점들이 더욱 더 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자의 주장대로 저소득층은 저렴하고 만족스러운 물건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구매하는 것이다. 소비자와 노동자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인 동시에 노동자인 것이다.

최저가는 결국 저임금을 불러온다. 이것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이야기다. 이 구조를 탈피하기 위해선 우리가 더 이상 교묘한 상술로 위장한 저품질이나 일회용품에 집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싸다는 것. 특히 가장 싸다가는 것은 본능적으로 우리의 관심을 자극하고 흥분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구매는 물건의 자체의 가치와는 상관없이 그저 싸게 잘 샀다는 만족감과 자기 합리화를 불러올 뿐이다. 의식있는 소비, 현명한 소비를 위해 좀 더 신중함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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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주식투자 - 경제기사부터 읽어라
이승호 지음 / 이른아침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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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신문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사실 신문을 왜 읽어야 되는가를 따지기도 전에 많은 사람들이 그럴 시간이 없다라고 대답할 것이다. 책 읽을 시간도 없는 판국에 매일 읽어야 되는 신문이라니. 성공적인 투자를 위해서 신문, 특히 경제신문을 꼭 읽어야 하는 것이며, 읽는 다면 어떻게 읽어야 할까.


개인적으로 모 경제신문을 구독해 온지 5년쯤 되었다. 뭐 이제는 습관이 되어서 아침이 되면 자동으로 문 앞에 떨어진 신문을 주워와 졸린 눈을 비벼가며 1면에 뭐가 실렸나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신문이 생활의 일부가 된 후로 확실히 주변사람들과 대화하거나 웹서핑을 하다 보면 현 상황을 점하고 있는 정보나 이슈에 대해 좀 더 밝다는 느낌을 받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스스로 신문을 잘 활용하고 있는지, 효과적인 신문읽기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가끔씩 의문을 가져왔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만난 이 책은 신문을 읽는 행위에 대한 실태를 점검하고 보완하는데 꽤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책은 크게 신문을 왜 읽어야 되는지를 앞부분에 소개하고, 읽는다면 어떻게 읽어야 되는지에 대한 방법론과 놓치지 말야야 될 특정한 내용의 기사와 그 기사를 보았을 때 어떠한 관점으로 접근해야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신문 증권면에서 주식추천기사를 보고 주식을 사들인다면 십중팔구는 원하지 않는 장기투자의 길로 들어서는 비극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이미 신문에도 날 만큼 누구나 알고 있는 정보는 정보로서의 희소성이나 가치가 이미 빛을 바랬을 것이고 또 저자의 주장처럼 기관이 미리 매집을 해 놓고 물량을 떠넘기기 위한 낚시성 기사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 신문을 왜 읽어야 하고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은 무엇이란 말인가?


흐름을 알아야 한다. 경제의 흐름. 정치의 흐름. 국제정세의 흐름. 문화의 흐름 등등.. 특히 돈의 흐름에 주시해야 한다. 돈이 특정한 방향으로 쏠리기 시작하는데 혼자 엉뚱한 방향으로 달려가선 안된다.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이 어느 쪽으로 변화하고 있는지, 왜 변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야 기민하게 대응하고 적어도 남들보다 뒤쳐지지 않을 수 있다.


편식을 해선 안된다.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인터넷으로 기사를 접하다 보면 처음엔 안 그렇다 하더라도 결국엔 포털에서 배치해놓은 자극적이고 화제가 되는 기사위주로 읽게 된다. 주로 기사 하단이나 옆쪽에 배치해 놓은 목록에 눈이 가지 않을 수 없는데, 이런 식으로 기사를 읽다 보면 실컷 읽었는데 남는 게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개인적으로 신문을 구독하게 된 계기이기도 한데, 어떤 기업의 CEO가 신문을 아침에 차려진 푸짐한 밥상에 비유를 한 것이 기억에 남는다. 신문을 한 장 한 장 차례로 넘기다 보면 경제,정치 할 것 없이 다양한 분야를 빠짐없이 풍성히 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쉽게 지치는 이유 또한 너무나 많은 경제 현상을 이해하려고 하기 때문이다…”(88쪽)
신문을 읽는 방법도 효과적이야 한다. 당연히 꼭 읽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인지 신문이나 시황을 꾸역꾸역 무대포식으로 읽다 보면 진짜 물릴 때가 있다. 한 번 물리면 한동안 쳐다보지 않기도 한다. 원체 호기심이 많은 성격이라 이것 저것 꼼꼼히 읽어 들이곤 하는데 이게 독이 될 때가 있다. 이에 대해 저자는 경제수치나 기업의 영업이익 따위를 일일이 외우지 말고 그것이 플러스에서 마이너스로 혹은 반대로 전환되었거나 어느 쪽으로 추세를 유지하고 있는지 흐름만 파악하라고 권한다. 기준금리 같은 주요한 수치는 예외겠지만 확실히 개인투자자들이 미주알 고주알 꾀고 다닐 필요까진 없을 것이다. 신문 읽기를 습관화 하기 위해선 꼭 귀담아 들을 이야기다.


광고들이 실리는 경향을 파악하여 현시점의 트렌드를 살피라는 조언 역시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광고부분은 신경도 안쓰고 그냥 넘겨버리기 쉬운데, 어떤 산업이나 제품의 광고가 주로 실리는지를 통해 현재 무엇이 각광받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책 중반부터는 금리라던지 재무제표,PER,M&A, 그리고 CB나 BW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로 나온다. 이런 내용들은 어차피 주식투자를 위해서 읽어야 되는 관련 책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긴 하지만 신문에서 만났을 때 어떤 관점과 시각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알려주는 내용이니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저자는 신문에 익숙해지기 까지 3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고 했는데, 본인은 시간이 조금 더 결렸던 것 같다. 일부러 시간 내서 신문을 읽기도 그렇거니와 특히 모르는 용어를 일일이 찾아 보고, 까먹어서 또 찾아 보고 하는 일이 여간 곤욕이 아니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습관들이기 위해서 거치야 될 대수롭지 않은 과정이었던 것 같다(그 당시엔 귀찮고 곤욕스러웠어도). 신문읽기에 대해 회의적인 사람 혹은 읽기는 해야 되는데 엄두가 안 나는 사람, 그리고 읽고는 있는데 잘 읽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상당부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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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지식의 힘 - 돈의 흐름을 알아야 투자에 성공한다 나의 경쟁력 파워 시리즈 3
신현규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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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수세에 힘입어 지칠 줄 모르고 상승하던 주가에 드디어 제동이 결렸다. 쉬지 않고 올라온 지라 피로감이 누적 될 때로 누적 된 터였는데 때마침 불거진 유럽 발 재정위기 덕분에(?) 조정을 받는 듯한 양상이다. 유럽의 위기가 단기간에 쉬이 해결될 성격의 것이 아닌지라 비관적인 미래가 예상 될 법도 하지만 정말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그야말로 며느리도 모를 일이다. 확실한 것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세계경제는 어려움을 이겨내고 다시 앞으로 전진해 나갈 것이란 것이다. 그에 따라 주식시장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올라가고 내려가고를 반복하며 존속할 것이다.

서브프라임위기 적전에 전국민에 펀드열풍이 불어 닥치며 펀드계좌 1천만시대가 열렸다. 다시 3년이 지난 지금 주식계좌가 8백만을 돌파했다. 한국인 6명중 1명은 주식을 한다고 소리다.(물론 주식을 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계좌를 여러 개씩 보유하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정확한 이야기는 아니다.) 시간이 갈수록 예금금리는 낮아지고 있고, 명목소득이 물가를 쫓아가지 못해 실질소득은 갈수록 감소하고 있다. 상위10%의 부자가 아닌 이상 생활비걱정 그리고 향후 불투명한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을 아니 할 수 없는 시대인 것이다. 그래서 대안으로 비교적 쉬운 절차로 고수익을 올릴 수 있는 주식이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앞으로도 주식시장으로 계속 될 것이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주식시장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솔직히 어디서 주워들은 얘기인데 시장에 100명의 개미가 뛰어들면 95명이 깡통을 차고 5명의 개미들만이 돈을 번다고 한다. 뭐 실제로도 그리 틀리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문제는 95명의 돈을 잃는 개미들 중 상당수가 재무제표 항목조차 구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인데, 역시 어디선가 들은 비유를 들자면 포탄과 미사일이 오가는 전쟁터에 소총조차도 없이 맨몸으로 뛰어드는 격이라 할 수 있다. 철저한 공부와 준비 없이는 목숨이 한 순간에 오가는 전쟁터에서 절대로 살아남을 수는 없다.

주식입문서로 <주식투자 무작정 따라하기>와 <주식투자 궁금증 300문 300답>을 많이들 추천한다. 개인적으로도 입문서로 읽고 개념잡기에 좋은 책들이라 생각되는데 그 책들 다음에 읽을 책으로 <주식투자 지식의 힘>을 넣고 싶다. 앞의 두 책은 주로 매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데 반해 이 책은 주식투자를 위해 알아야 할 다양한 지식들을 담고 있다. 즉 매매기업이나 분석기법과 같은 투자 그 자체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투자와 관련되어 꼭 알아야 할 이야기들을 기자인 저자의 경험으로 녹여낸 것이다.

책은 저자가 머리말에 밝힌 대로 돈의흐름에 따라 구성되어 있다. 즉 기업->주식시장->투자자->정부 순으로 이어진다. 이 4가지의 주체들은 시장을 구성하고 움직이는 요소들이다. 각자는 자신들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와 목적을 가지고 시장에 참여하며 활동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는 취하는 입장과 포지션이 제각기 다를 수 밖에 없다. 저자는 기자생활을 하며 취재하고 깨우친 경험을 토대로 이 4가지 각 주체들이 시장에 어떻게 참여하고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서술하려고 최대한 노력했다. 특히 각 장마다 쉬운 예시를 들며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배려한 흔적이 느껴진다.

투자입문서로 본다면 막상 책을 펼쳐 들었을 때 실망하는 이들이 꽤 있을지도 모른다.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전매매기법을 기대했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은 투자방법 특히 기술적분석 같은 것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하지만 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돌아가는 흐름과 분위기를 익히는 데는 꽤 좋은 책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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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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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년전 가을, 리만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절정을 이룰 무렵 음모론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바로 <화폐전쟁>이라는 책과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그 중심에 있었는데, 상당히 그럴싸한 논리와 증거가 더 암울할 수 없었던 당시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핵심은 이렇다. 소위 말하는 ‘커튼 뒤의 사람들(The Men Behind the Curtain)’이라는 존재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막후에서 금융이라는 수단으로 실권을 장악하고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작인 화폐전쟁은 로스차일드가를 중심으로 그들이 쩐을 이용해 어떻게 권력을 쥐고 실질적인 지배세력으로 군림해왔는지부터 중국인들에게 어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네들에게 빤스까지 탈탈 털릴 것이라는 경고로 끝을 맺는다. 이번에 본인이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 등장한 속편은 17개나 되는 버라이어티한 국제은행가문들이 서로를 향한 겐세이와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실권을 쥐게 되는 활약상 아니, 만행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랄 수 있는 것은 쉽게 말해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에  작가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에 상상력을 더해서 살로 붙여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 읽는 재미란 지루한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흥미로운 소설형식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들이 당연시하던 사실을 뒤집거나 미궁 속에 감춰있던 진실을 드러낸 점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책은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영국,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이르기까지,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KGB나 CIA와 같은 정보기관에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 하거나 아예 생소한 각종 단체들까지. 이 모든 인물과 단체들이 전쟁이나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어떠한 이유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저자 쑹훙빙은 전작에서 결말부분에 중국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을 세계인들로 향하고 있다. 바로 국제은행가문들의 목표가 유럽과 미국이 끝이 아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최종목표는 전세계인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그들은 세계단일정부를 세우고 각 나라의 화폐를 폐지시키고 단일화폐로 통합하여 지배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얼핏 들으면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나 유럽이 돌아가는 꼬라지를 지켜보고 있자면 아주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음모론이 화제가 되면 반드시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그것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인데, 책의 앞부분에 감수자 박찬진씨가 1편에 이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적어 놓았으니 내용인즉슨  “이 책에 대한 진실게임식의 접근보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책의 중간에 이러한 얘기가 나온다. “가장 무지하고 우매한 사람만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눈으로 본 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우선 바로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사실이나 현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위험한 일일 수 있다. 더구나 그 사실이나 현상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거나, 가공 및 조작되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원인이나 결과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랐던 비화나 야사를 알아냈다는 흥분이나 쾌감만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몇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유럽에 불이 났다. 불을 끄겠다고 돈을 들이 부었는데 그다지 안심이 되질 않는다. 유로화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수준이나 상황이 천차만별일진데 하나의 통화로 묶고 금융정책은 공통으로, 재정정책은 따로 구사하니 그리스 같은 말썽꾸러기들이 생겨났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돈을 아무리 들이 부어도 계속해서 재발할 것이다. 그런데 모 블로거가 올린 글을 보고 퍼뜩 떠오르는 게 있다. 미국 같이 연방정부를 세워서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정치,재정까지 완전히 통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년 연말 유럽연합의 상임위원장인가 뭐시기를 선출하면서 EU의 정치통합이 차곡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One Asia라는 구호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섬나라 총리 하토야마는 내친김에 아시아 단일통화까지 제안했다. 남미쪽은 이미 안데스공동체와 UNASUR이, 중동에서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이른바 각 지역의 블록화가 착착 진행중이다. 이대로 가다 지역통합->지역단일통화->세계통합->세계단일통화 순으로 정말 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쑹훙빙은 전부터 ‘월드머니’라고 이름 붙인 세계단일화폐의 출현을 주장해왔다. 그와 별개로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그리고 중동의 산유국들과 기타 등등의 여러나라들과 무역 시 결제통화를 위안화로 하는 협약을 체결해 오고 있다. 이른바 위안화 기축통화만들기 대작전을 시작한 것인데 중국의 현 경제력이나 영향력, 그리고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코웃음 칠 단계이다. 하지만 날로 커가는 중국의 성장을 감안했을 때 언젠가는 달러화와 한판 붙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쑹훙빙은 책에서도 위안화의 기축통화 부상을 지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차이메리카라고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결별이 임박해 있다. 그 동안 중국은 미국에 수출로 대규모 흑자를 얻고 미국은 제품을 값싸게 수입해 쓰면서 서로 윈윈관계를 유지해 왔다. 거기에다 중국은 흑자로 얻은 달러를 미국의 국채에 투자해 위안화 절상을 방어하고 미국은 퍼준 달러가 다시 유입되어온 덕에 달러가치의 폭락을 방어하는 등 서로 꿩먹고 알먹는 사이였는데 이제 그사이가 쫑이 난 것이다. 최근 중국은 보유한 미국의 국채를 점점 빠른 속도로 팔아치우고 있다. 책에서도 저자가 잘 설명했듯이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달러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며 굳이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휴지로 점점 변해가는 미국의 국채를 끌어 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 수 천년 동안 가치를 지켜온 금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방의 어느 한 나라는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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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역사, 버냉키와 금융전쟁
데이비드 웨슬 지음, 이경식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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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년 연말 경제회복에 관하여 가장 눈 여겨 볼 지표인 미국의 실업률이 감소하면서 경제가 완전히 회생하는 듯한 희망을 주었으나, 연초 그리스로부터 불거진 유럽의 재정문제 등으로 세계경제에 다시 암운이 드리워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일고 있다. 그리스야 어떻게든 해결되겠지만 진짜 문제는 고질적으로 적자를 않고 왔으면서 그리스를 포함한 PIIGS국가들보다 경제규모나 부채규모가 훨씬 큰 영국이나 스페인일 것이다. 여기서 분명한 것은 우리는 아직 위기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서점가에 참으로 많은 경제서적들이 쏟아져 나왔다. 위기의 파급과 폐해가 컷 던 만큼 세인들의 경제에 관한 관심 역시 그만큼 커졌다고 볼 수 있는데, 그간 읽었던 수많은 책들과는 달리 금융위기를 색다른 방식으로 접근한 이 책은 읽는 내내 상당한 흥미를 가져다 주었다.

연방준비제도의 전 의장인 앨런 그린스펀은 19년 동안이나 의장으로 재임했다. 그에게는 세계 경제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수식어가 따라붙었고 서류가방지수나 특유의 불분명한 화법은 늘 세인의 관심대상이 되어 왔다. 그에 반해 이제 첫 번째 임기를 마치고 간신히 연임에 성공한 벤 버냉키는 헬리콥터벤이라는 우스꽝스런 별명과 함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시장에 막대하게 풀어재낀 유동성 때문에 갖은 비난에 시달려 왔다. 하지만 이 두 명은 이제 지금까지와는 엇갈린 평가를 받기 시작했는데, 그린스펀은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버냉키는 세계를 위기에서 구해낸 구원자로 평가 받기 시작한 것이다. 과연 헬리콥터벤이 그간 보여준 정책들은 구원자로써의 평가를 받기에 적합한 것인가. 아, 이 두 명에게 치명적인 공통점도 있다. 바로 서브프라임 위기를 과소평가했던 것인데, 그린스펀은 자서전 <격동의 시대>에서 위기의 전조를 맥주의 거품에 비유하며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음을 고백했다. 물론 그는 후에 장기간의 저금리정책 등은 자신의 실수라고 실토하였는데 오히려 버냉키는 그것이 위기의 원인은 아니라고 부정하는 입장이다.

이 책은 현 의장인 버냉키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2007년 4월 뉴센츄리 파이낸셜의 부도부부터 위기가 수면위로 떠올랐지만 이 책은 위기가 가장 격렬했던 2008년 3월의 베어스턴스로부터 9월의 리먼브러더스에 이은 AIG문제까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여타책들과는 달리 위기의 원인과 과정을 각종 도표들을 동원해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는다. 앞으로의 경제전망이나 분석따위도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다. 다만 버냉키와 재무장관 헨리 폴슨,뉴욕연방준비은행총재인 티모시 가이스너를 중심으로  그들이 미증유의 위기에 어떻게 대처하고 고민하고 또 싸워왔는가를 드라마 형식으로 보여준다. 이것이 이 책의 묘미랄 수 있는데, 지루하고 따분할 수 있는 금융위기를 나름 생동감있게 접근할 수 잇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올해 1월 버냉키를 역대최악의 표결로 우여곡절 끝에 연임에 성공했다. 오바마는 일찌감치 버냉키에 신뢰를 더해줬지만 야당은 물론이거니와 여당인 민주당으로부터도 상당한 비난에 시달리는 그가 연임에 성공한 이유는 어찌됐든 끝나지 않은 위기를 수습할 연속성을 보장해 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최악의 위기는 지나갔지만 어쩌면 버냉키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것은 지금부터 일지도 모른다. 이른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행해진 ‘비정상적인’대책들은 다시 원점인 ‘정상적인’수준으로 돌려놔야 하는 것인데, 제로수준인 금리부터 구제금융에 투입된 천문학적인 돈을 다시 회수하는 것까지 쉽고 만만해 보이는 일이 없다. 지금까지의 정책들이 과감하고 파격적이었다면 앞으로는 절묘하고 섬세한 컨트롤이 요구될 것이며, 모든 것들이 버냉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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