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전쟁 2 - 금권천하 화폐전쟁 2
쑹훙빙 지음, 홍순도 옮김, 박한진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년전 가을, 리만브러더스 사태로 금융위기가 절정을 이룰 무렵 음모론이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다. 바로 <화폐전쟁>이라는 책과 <시대정신>이라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가 그 중심에 있었는데, 상당히 그럴싸한 논리와 증거가 더 암울할 수 없었던 당시의 경제상황과 맞물려 사람들에게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핵심은 이렇다. 소위 말하는 ‘커튼 뒤의 사람들(The Men Behind the Curtain)’이라는 존재들이 대중들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막후에서 금융이라는 수단으로 실권을 장악하고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는 것이다. 특히 전작인 화폐전쟁은 로스차일드가를 중심으로 그들이 쩐을 이용해 어떻게 권력을 쥐고 실질적인 지배세력으로 군림해왔는지부터 중국인들에게 어서 정신차리지 않으면 그네들에게 빤스까지 탈탈 털릴 것이라는 경고로 끝을 맺는다. 이번에 본인이 예상치 못했던 타이밍에 등장한 속편은 17개나 되는 버라이어티한 국제은행가문들이 서로를 향한 겐세이와 합종연횡을 거듭하면서 실권을 쥐게 되는 활약상 아니, 만행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이 책의 장점이랄 수 있는 것은 쉽게 말해 딱딱하지 않다는 것이다. 역사적 사실이라는 뼈대에  작가가 수집한 방대한 정보에 상상력을 더해서 살로 붙여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여기서 읽는 재미란 지루한 역사이야기가 아니라 흥미로운 소설형식이라는 점, 그리고 우리들이 당연시하던 사실을 뒤집거나 미궁 속에 감춰있던 진실을 드러낸 점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책은 프로이센의 비스마르크 이야기로부터 시작된다. 영국,프랑스를 거쳐 미국에 이르기까지, 히틀러와 2차 세계대전 그리고 KGB나 CIA와 같은 정보기관에 한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법 하거나 아예 생소한 각종 단체들까지. 이 모든 인물과 단체들이 전쟁이나 큰 이슈가 되었던 사건들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거나 어떠한 이유로 개입했는지에 대해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

 

저자 쑹훙빙은 전작에서 결말부분에 중국인들의 경각심을 일깨웠지만 이번에는 그 대상을 세계인들로 향하고 있다. 바로 국제은행가문들의 목표가 유럽과 미국이 끝이 아닌 전세계를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그들의 최종목표는 전세계인들을 노예로 만드는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말이다. 그들은 세계단일정부를 세우고 각 나라의 화폐를 폐지시키고 단일화폐로 통합하여 지배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예견한다. 얼핏 들으면 1999년에 지구가 멸망할 것이라는 주장과 별반 다를 게 없어 보이나 유럽이 돌아가는 꼬라지를 지켜보고 있자면 아주 현실성이 없는 얘기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다.

 

음모론이 화제가 되면 반드시 뒤따라오는 것이 있다. 바로 그것의 진위여부에 대한 논쟁인데, 책의 앞부분에 감수자 박찬진씨가 1편에 이어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적어 놓았으니 내용인즉슨  “이 책에 대한 진실게임식의 접근보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다 폭넓은 시각을 가져보라는 것”이다. 책의 중간에 이러한 얘기가 나온다. “가장 무지하고 우매한 사람만이 진부하기 이를 데 없는, ‘눈으로 본 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믿는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우선 바로 의심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사실이나 현상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때로는 위험한 일일 수 있다. 더구나 그 사실이나 현상이 누군가에 의해 의도되었거나, 가공 및 조작되었다면 더욱 그러하다. 때로는 입체적으로 바라보고 원인이나 결과를 고민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모든 일이 그냥 일어나지는 않는다. 반드시 인과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얻을 수 있는 수확은 대다수의 사람들이 새까맣게 몰랐던 비화나 야사를 알아냈다는 흥분이나 쾌감만이 아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몇 가지의 생각이 들었다.

 

미국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유럽에 불이 났다. 불을 끄겠다고 돈을 들이 부었는데 그다지 안심이 되질 않는다. 유로화라는 근본적인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미봉책이기 때문이다. 각국의 경제수준이나 상황이 천차만별일진데 하나의 통화로 묶고 금융정책은 공통으로, 재정정책은 따로 구사하니 그리스 같은 말썽꾸러기들이 생겨났다. 이런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돈을 아무리 들이 부어도 계속해서 재발할 것이다. 그런데 모 블로거가 올린 글을 보고 퍼뜩 떠오르는 게 있다. 미국 같이 연방정부를 세워서 중앙정부의 통제하에 정치,재정까지 완전히 통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작년 연말 유럽연합의 상임위원장인가 뭐시기를 선출하면서 EU의 정치통합이 차곡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부터 One Asia라는 구호가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섬나라 총리 하토야마는 내친김에 아시아 단일통화까지 제안했다. 남미쪽은 이미 안데스공동체와 UNASUR이, 중동에서도 사우디를 중심으로 한 공동체가, 이른바 각 지역의 블록화가 착착 진행중이다. 이대로 가다 지역통합->지역단일통화->세계통합->세계단일통화 순으로 정말 가버릴지도 모를 일이다.

 

쑹훙빙은 전부터 ‘월드머니’라고 이름 붙인 세계단일화폐의 출현을 주장해왔다. 그와 별개로 중국은 브라질, 러시아 그리고 중동의 산유국들과 기타 등등의 여러나라들과 무역 시 결제통화를 위안화로 하는 협약을 체결해 오고 있다. 이른바 위안화 기축통화만들기 대작전을 시작한 것인데 중국의 현 경제력이나 영향력, 그리고 경제에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했을 때 아직은 코웃음 칠 단계이다. 하지만 날로 커가는 중국의 성장을 감안했을 때 언젠가는 달러화와 한판 붙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쑹훙빙은 책에서도 위안화의 기축통화 부상을 지지하고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흥미로운 부분이다.

 

차이메리카라고 불리는 중국과 미국의 관계에 결별이 임박해 있다. 그 동안 중국은 미국에 수출로 대규모 흑자를 얻고 미국은 제품을 값싸게 수입해 쓰면서 서로 윈윈관계를 유지해 왔다. 거기에다 중국은 흑자로 얻은 달러를 미국의 국채에 투자해 위안화 절상을 방어하고 미국은 퍼준 달러가 다시 유입되어온 덕에 달러가치의 폭락을 방어하는 등 서로 꿩먹고 알먹는 사이였는데 이제 그사이가 쫑이 난 것이다. 최근 중국은 보유한 미국의 국채를 점점 빠른 속도로 팔아치우고 있다. 책에서도 저자가 잘 설명했듯이 장기적 관점에서 미국의 달러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며 굳이 미국이 디폴트를 선언하지 않더라도 휴지로 점점 변해가는 미국의 국채를 끌어 안고 있을 이유가 없다. 수 천년 동안 가치를 지켜온 금이 훌륭한 대안이 될 것이다. 하지만 미국의 손아귀에서 자유롭지 못한 동방의 어느 한 나라는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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