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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책의 내용보다는 책의 저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 책을 읽기 시작한 게 사실이다.
스스로 작품 속에서 이야기 하듯이 ‘바로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모든 이들의 관심이
쏠려 있는 대단한 영화에 나오는 인물’이 처음 세상에 내놓는 소설집이 아닌가.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톰
행크스’는 사라지고, ‘타자기’가 남게 되고, 책장을 덮고 나서는 피부색이 어떻든, 어떤 언어를 사용하든, 아직까지도 사람 사는 세상에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애정이 남아있고, 그 사실을 이 책의 열일곱편의 단편 혹은 연작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글로 표현된 이 작품들은, 톰 행크스가 출연했던 영화들과도 많이 닮아 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포레스트 검프’, ‘그린 마일’ 등. 그 속에서 톰 행크스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사람에 대한 배려와
애정을 잘 표현해 주었다. 그가 작품을 선택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이런 것들이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속에서 전체 작품에서 뜻하지 않은 선행을 베풀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기적과 같은 배려를 받기도 하는 작품속 인물들. 그
인물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사람을 한없이 편안해지게 한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톰 행크스는 이 작품들을 써나갈 때 자신의
애장품인 ‘타자기’를 이용해서 작성해나갔을까? 수정기능도 없고, 자동 고침 기능도 없고, 맞춤법 기능도 없는 그런 타자기. 게다가 한번 작성했다고 해서, 여러 부를 인쇄할 수도 없는 그런 타자기. 만약 그렇다면, 이 글들을 타이핑 하기 전에 얼마나 많이 고민하고, 머리속에서 그려보고,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을 거쳤을까.
그러고 보니, 수정하기 너무 쉬워진 지금은, 유니크한 작품을 찾아보기 힘들어진 것 같다. 인터넷만 잠깐 뒤져봐도
수많은 작가가 내놓는 홍수와 같은 글을 많이 찾을 수 있고, 그 글들이 다들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만큼 독창적이고, 고민의 흔적이 역력한 작품을
찾기도 힘들어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타자기’를 사랑하는 ‘톰 행크스’가
써 내려간,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유니크하달 수
있겠다. 혹시, ‘톰 행크스’의 손은 거들뿐, ‘타자기’가
다 써내려간 것일까?
디지털 문화가 되어버린 현대에서,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만날 수
있는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인간미, 다른 말로 사람다움을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일독을 권유하고 싶다. 책장을 덮으면서는 옆에 있는 가족들, 친구들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며, 가슴에 손을 올리며, 나도 아직 인간미가 남아있구나…하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워드프로세서가
아닌, 만년필이나 타자기를 붙들고. 머리를 싸매며 단어를
고르고, 문장 앞뒤를 바꿔보며 쓰다보면, 세상에 딱 한번
밖에 나올 수 없는 글을 쓸지도 모르겠다. ‘내 마음의 명상록’이라는
제목으로 쓰여진 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