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옷장 - 끝내주게 옷 못 입는 남자들을 위한 불친절한 해설서
민희식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필요한 책이다. 드레스 코드와 관련한 기본적인 상식이 부족한 사람이 많은 것도 사실이니까. 


그런데 이 책은 동시에 편협한 사고가 필터링 없이 제시되어 있어 불편하다. 남자가 봐도 불편할 정도고, 마초라는 표현도 걸맞지 않는다(하도 황당해서). 


예를 들어, "대부분의 남자들은 '하녀' 또는 '식모'에게 묘한 판타지를 느낀다"(71쪽)거나 신세경이 하이킥에서 스타로 급부상한 이유가 식모 역할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에서는 할 말을 잃었고. 


"로퍼를 신을 때는 반드시 맨발이어야 한다(116쪽)"는 말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맨발로 신어도 좋다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만, '반드시' 맨발이어야 할까? 영국에서 동료의 옷차림을 보면 로퍼를 신을 때 맨발보다는 양말에 로퍼를 신는 동료가 훨씬 많았다. 영국 사람이라고 꼭 드레스 코드를 맞춰 입지는 않다고 반박한다면, 할 말은 없다. 처치스 같은 구두를 어릴 때부터 갖춰 신는 일이 일상인 이들이 정작 그런 규칙을 고수하지 않는데, 맨발 규칙을 역설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규칙인가. 


"천한 신분은 개똥밭에 굴러도 잔병치레 하나 없이 건강하듯"(142쪽)이라는 표현에서는 나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다. 기계식 시계가 1년 단위로 몇 초의 오차가 있다는 설명에서는 헛웃음이 나왔고(일오차를 엄격히 준수하는 롤렉스도 하루에 0-4초의 오차가 허용범주다). 그런가 하면 AP를 "오데마스 피구에"(144쪽)라고... 롤렉스가 '고귀한 신분'을 상징한다고 설명하더니, 일본 야쿠자가 충성의 대가로 두목이 부하에게 롤렉스를 하사한다고 한다(145쪽). 야쿠자가 고귀한가? 


농담이라기에는 재미가 없고, 상식이라기에는 꽤 거칠고 편협하다. 비뚤어진 성적 취향은 불편하다. 이런저런 단점과 불편한 부분을 걷어내면, 기억하면 도움이 될 설명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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