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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ㅣ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평점 :
택배로 받아 든 책은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지은이.
내가 모르는 바닷가 아이들의 초등학교 이야기.
낯선 만큼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나고 자란 곳이 가난한 변두리 도시인 나로서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등교해야 할 만큼
학생수가 많았던 국민학교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촌지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학생 인권이라는 말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을
학생 신분으로 지낸 나로서는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공감할지 어느 부분에서 난감할지
기대가 되었다. 두근두근..
이야기는 소박했다.
한 반에 9명인 아이들과 복닥복닥 생활하는 선생님 모습,
9명 아이들의 시와 시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시를 느끼는 마음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많은 방법중에 어쩌면 시는
아이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들여다보고 돌돌돌 연필심을 굴려가며
글로 표현하는 것은 동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들이 많아서 읽기에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시는
싱싱하고 거칠고 아직 덜 익은 사과처럼
풋풋해서 풀냄새가 났다.
눈이 계속 가는 아이의 시는 신중하게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미래를 혼자 상상해 보고 피식 웃는다.
이렇게 온전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내고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탁선생님은 어떤 분일지..궁금해진다.
아이들을 주체로 대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끝없는 배려심으로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단련시키는 교육방식은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자의 사명, 교육기관의 합리적인 시스템, 학부모의 마음가짐 등등
고려되고 바람직하게 선행되어야할 일들이 많이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터.
그런 바탕에서도 열심히 내공을 발하고 있는 탐쌤이
교사라는 직업을 멋있고 근사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기호쌤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김준산쌤의 교사, 가르고 치다
그리고 이계삼 선생님의 책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다른 시선으로 오직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녹여낸
이 책은 탁선생님의 감수성과 내공이 깊게 각인된 책이다.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이 담긴 책이다.
훌쩍훌쩍 아이들의 슬픔이 묻어있는 책이다.
팔닥팔닥 살아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