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친구 베틀북 그림책 50
구스노키 시게노리 글, 후쿠다 이와오 그림, 고향옥 옮김 / 베틀북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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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친구'의 앞표지에는 
무서운 할아버지 앞에서 
야단을 맞고 있는 세 친구가 있다. 
식은땀을 흘리고 눈물, 콧물까지 
줄줄 흘리면서 잡혀있는
모습을 보니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저러나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은 
흰색 바탕으로 인해서 더 잘 눈에 띈다.
이 책의 주인공은 삼총사, 올망졸망한 꾸러기들이다. 
정겨운 골목길 어디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는 열 살 언저리의 아이들은 요놈 할아버지
나무에서 장수풍뎅이를 잡다가 그만 걸리고 만다. 

무서운 할아버지는 "요놈! 요놈! 요놈!"을 
외치며 아이들을 혼내고 어쩔 줄 몰라 하던 
아이들은 그중 한 명이 도망을 치자 나머지 
아이들도 뒤따라 도망친다. 
요놈 할아버지가 천둥같이 큰 소리로 
아이들에게 호통칠 때의
장면을 묘사한 그림은 사건의 긴장감과는 
대조적으로 익살스럽다. 

의도적으로 크게 그린 할아버지의 
얼굴이 감정을 더 잘 드러내는
역할을 하지만 이런 부자연스럽고 
과장된 모습은 웃음도 자아낸다. 
맨 먼저 도망간 히데토시가 넘어져서 
할아버지에게 잡힌다. 
나머지 친구들은 빈터까지 달려가 
간신히 도망에 성공하지만 두고 온 친구 
걱정에 '다시 돌아가야 할까?'하고 갈등을 겪는다. 
갈등하는 장면을 줄글이 아닌 입말로만 
묘사하여 아이들의 갈등이 
더욱 현장감 있게 느껴진다. 
또 울고 있는 울보 친구 그림 위에 
울음소리를 묘사한 글자를 여러 번 
크게 써 놓아 마치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 청각적 효과를 내고
두 친구의 갈등의 절정을 형상화한다. 
좋을 따만 친구는 진짜 친구가 아니라고 
생각한 두 명의 아이들은 무서워 죽을 것 같지만, 
꾹 참고 다시 요놈 할아버지 집으로 간다. 

잡았던 장수풍뎅이를 
할아버지에게 돌려드리고 용서를 구한다. 
요놈할아버지는 처음에는 화를 내셨지만, 
친구 소중한 줄 아는 대견한 아이들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주시며 진짜 친구들을 용서해 준다. 

다시 만난 세 친구는 서로에게 사과하고
서로를 용서한다. 친구의 실수를 비난하기보다는 
친구를 먼저 생각하고 걱정하는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이 아름답게 나타난 대목이다.
이 책은 어릴 적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보았을 
일을 소재로 삼아 아이들의 언어로 
재미있게 쓴 작품이다. 
이야기를 전개하는 방식도 자신의 이야기를 또래 
친구에게 말해 주는 것 같은 구어체를 
사용하여 친근감을 준다. 
일본 작가의 글이지만 어느 나라 
아이들이 읽어도 공감이 
가는 보편성을 갖고 있다.
자기 중심성에서 벗어나 친구에게 
배려하기 시작하는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읽기에 적당하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진짜 친구란 
무엇인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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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한 바퀴 웅진 우리그림책 9
정지윤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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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우리 동네 한 바퀴

집집마다 꽃나무가 있었고 
장독대가 있었고 작지만 
늘 뛰어 놀던 마당이 있었다.
대문 밖으로 나가면 커다란 전봇대가 전기줄을 이어주고 있었고
할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와 
아이들의 백색 소음과  
청명한 파란 하늘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곳의 모습은 
'우리 동네 한 바퀴'(정지윤 글,그림 웅진 주니어 출판)
에서 보여주는 동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직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지 
않았던 그때 그 동네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지인이다.

준구네 동네도 마찬가지다.
준구네는 엄마손 식당에 
채소를 배달한다.
식당 아주머니는 식당에서 나오는 
폐지를 순이 할머니에게
드리고 할머니는 고물상에 판다. 
한 동네 안에서 서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니 자연스럽게 
친근한 사이가 된다.
정겨움이 느껴지지만 사람이 
주인공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동네다.
준구, 순이 할머니 ,현서 등은 
이야기를 풀어 주고 
주인공인 동네의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각 페이지에 있는 그림에 
사람들보다 
집, 나무,가게, 계단, 놀이터 등의 
크기가 훨씬 크게 묘사된
것을 보면 짐작 할 수 있다.
동네는 여러 각도에서 묘사되고 
자세하게 표현된다.
책을 읽는 아동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낯익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생소하거나 전혀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어떤 것이 친숙하고 
어떤 것이 새로운
풍경일지는 아동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전혀 그리지 않고 
집을 단독 주택이나 연립 주택으로만
표현한 대목에서는 
대부분의 아동이 의아해진다.

준구네 아채를 감쌌던 종이는 
순이 할머니, 계단을 예쁘게 
예쁘게 칠하던 소년, 고양이를
거쳐 현서 앞에 날아든다. 
현서는 이 종이로 배행기를 
만들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 가 날린다. 
하늘을 나는 커다란 종이비행기 
아래로 여러 색깔의 지붕이 보이고 
옥상이 보인다. 
옥상에는 빨래가 펄럭이고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장독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밖과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집의 구조는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집 밖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나온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처럼 
퍼져서 동네의 따스한 온기가 된다.
 
대부분의 거주 형태가 아파트로 
바뀐 지금은 이런 풍경을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그리지 않았다.
밖과 완전히 차단된 아파트의 
모습은 작가가 생각하는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다.
동네는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여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는 물결처럼 출렁이고 
물방울은 방울방울 터져 예쁜 웃음소리로 변하는 곳. 그곳이 동네다.

종이비행기는 첫 장에서 만난 준구네 집 마당으로 떨어진다.
준구는 비행기를 주어 가지고 놀다가 보물상자에 잘 넣어 둔다.
마지막 장에  "그런데 종이비행기는 어디서 온 걸까요?"
라는 문장은 이 책을 하나로 묶어 주는 구실을 한다.
적게는 한 줄, 많게는 네 줄의 문장만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남은 여백은 그림으로 채워서 예전에 흔하게 있었던 동네의 모습을 되살려 놓은 정겨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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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 초등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 1
안영은 지음, 김성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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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는 저학년을 위한 그림동화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이자 
건축가, 발명가,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발명에 대해서 쉽게 풀어쓴 책이다. 
앞표지에는 사람보다 훨씬 큰 4단 케이크가 지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다. 

분홍색 생크림으로 멋지게 장식된 
케이크 맨 위에는 새빨간 체리가 앙증맞게 올려져 있다.
어린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달콤한 케이크로 
이야기를 구성한 방식이 호기심을 자극한다.

처음에는 다 빈치라는 실존인물의 이름이 
나와서 인물이야기로 착각을 했다. 
그러나 동화(허구)의 형식을 빌려
인물이야기를 쓴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이야기는 객관적 사실을 근거로 
써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서 이 책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앞에서 언급했듯이 
상상력과 창조력의 대명사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주인공으로 
하여 상상하는 방법, 무엇을 발명하고 창조하는 
방법에 대해서만 쓴 그림동화라고 정의하겠다. 
책 끝 부분에 나오는 그에 대한 간략한 
설명은 실존했던 다 빈치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해할 아이들에게는 다소나마 도움이 될 것이다

다 빈치는 스포르차 공작의 결혼식을 특별하게 
만들기 위해서 궁리를 하다가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로 결혼식장 자체를
만들기로 한다. 이렇게 큰 케이크를 
한 번도 만들어 본 경험이 없는 
요리사는 반대하지만, 건축가와 목수가 
요리사의 지적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자 웃으며 찬성한다. 
마을 사람들까지 모두 힘을 모아 케이크를 만든다. 
그러나 쉬지 못하고 계속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서서히 지쳐간다. 
이때 다 빈치가 여러 기계를 발명하여 
기계가 사람들이 했던 힘들고 번거로운 일을
대신하게 되자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는 
무사히 완성된다.

이 책을 읽고 독자는 다 빈치의 발명의 
시작은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불편함을 느끼면 
불편한 채로 익숙해지거나 투덜대기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다 빈치는 깊이 고만하고 생각해서 
보다 편리하고 더 나은 해결책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상황을 바라보는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 낸다. 불편함을 
불편함으로 제대로 인식하고
바꾸어 보려고 시도 할 때 우리는 
누구나 다 빈치가 될 수 있다.
다 빈치의 상상력은 그야말로 엉뚱하다. 
그러나 엉뚱한 상상력은 공상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세하고 꼼꼼하게 
수첩에 기록한다. 머릿속에 있던 
생각은 글자로 바뀌면서
현실에 적용되는 가능성이 생기고 
구체성을 획득한다. 이러한 기록 작업은 
다 빈치의 상상력에 보석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책 뒷부분에 세상에서 가장 큰 
케이크가 있다. 광택 용지(아트지)의 
반짝거림과 세밀하고 아름다운 케이크 
그림이 어우러져
독자의 눈을 즐겁게 한다. 
다 빈치의 뛰어난 관찰력과 지혜로운 
발명품으로 형상화된 이 케이크를 
우리도 한 번 즐겨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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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의 입김 - 작고 작은 것들을 찾아가는 탁동철과 아이들의 노래 자꾸자꾸 빛나는 4
탁동철 지음 / 양철북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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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로 받아 든 책은 낯설었다.

내가 모르는 지은이.

내가 모르는 바닷가 아이들의 초등학교 이야기.

낯선 만큼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했다.

 

나고 자란 곳이 가난한  변두리 도시인 나로서는,

오전반 오후반으로 나누어서 등교해야 할 만큼

학생수가 많았던 국민학교 시절을 보낸 나로서는,

촌지가 왔다갔다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학생 인권이라는 말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을

학생 신분으로 지낸 나로서는

이 책의 어느 부분에서 공감할지 어느 부분에서 난감할지

기대가 되었다. 두근두근..

 

이야기는 소박했다.

한 반에 9명인 아이들과 복닥복닥 생활하는 선생님 모습,

9명 아이들의 시와 시를 대하는 태도 그리고

시를 느끼는 마음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수많은 방법중에 어쩌면 시는

아이들이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자신의 마음을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들여다보고 돌돌돌 연필심을 굴려가며

글로 표현하는 것은 동심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시들이 많아서 읽기에 좋았다.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의 시는

싱싱하고 거칠고 아직 덜 익은 사과처럼

풋풋해서 풀냄새가 났다.

눈이 계속 가는 아이의 시는 신중하게 천천히 읽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미래를 혼자 상상해 보고 피식 웃는다.

이렇게 온전하게 아이들의 마음을 받아내고

다시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낸 탁선생님은 어떤 분일지..궁금해진다.

 

아이들을 주체로 대하면서도 아이들에게 끝없는 배려심으로

무엇이 되었든 스스로 할 수 있도록 단련시키는 교육방식은

결코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자의 사명, 교육기관의 합리적인 시스템, 학부모의 마음가짐 등등

고려되고 바람직하게 선행되어야할 일들이 많이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 현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할 터.

그런 바탕에서도 열심히 내공을 발하고 있는 탐쌤이

교사라는 직업을 멋있고 근사하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엄기호쌤의 교사도 학교가 두렵다, 김준산쌤의 교사, 가르고 치다

그리고 이계삼 선생님의 책들과는 다른 방향에서

다른 시선으로 오직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추고

아이들과 함께 한 시간을 녹여낸

이 책은 탁선생님의 감수성과 내공이 깊게 각인된 책이다.

까르르 까르르 아이들의 웃음이 담긴 책이다.

훌쩍훌쩍 아이들의 슬픔이 묻어있는 책이다.

팔닥팔닥 살아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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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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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시는 극단의 함축성와 은유가 넘치는 시.
일상의 언어 말고 
시의 언어, 시인의 언어로 현실을 번역해 놓은 성.

멋진 소설은 가장 단순하고 순수한 진리를
서사를 통해 극적 요소를 첨가해서 완성된
길고 긴 하나의 이야기.
개인적인 생각이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우연히 읽었다.
방학을 맞은 아이와 별마당 도서관 구경을
갔다가 2층 의자에 앉아서 읽었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하나.
자기 인생의 주인은 자신.
그 어떤 충고나 보살핌, 돌봄도
결국 받아들이는 본인이 어떤
인성으로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디딤돌이 되기도 하고 무의미가 되기도 
한다는 것.

책을 읽으면서 새로운 교훈을 찾거나
심오한 의미를 추구하는 독자라면
이 책 읽기를 말리겠다.
이 책은 우리가 놓친 어떤 큰
깨달음을 주거나 거대한 사상을
전개하지 않는다.
마음이 고운 사람이라면
이미 알고 있는 삶의 진실을
흥미진진한 플롯으로
여러 명의 시점으로
여러 개의 편지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들며 
유머 또한 잊지 않고 넣어서
독자에게 풀어 놓는다.

따뜻한 손난로 같은 책이다.
이현주님의
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라는
작은 책이 생각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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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2017-08-1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