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한 바퀴 웅진 우리그림책 9
정지윤 글.그림 / 웅진주니어 / 2011년 6월
평점 :
일시품절



우리 동네 한 바퀴

집집마다 꽃나무가 있었고 
장독대가 있었고 작지만 
늘 뛰어 놀던 마당이 있었다.
대문 밖으로 나가면 커다란 전봇대가 전기줄을 이어주고 있었고
할머니들의 이야기 소리와 
아이들의 백색 소음과  
청명한 파란 하늘이 있었다.

어렸을 적, 내가 살던 곳의 모습은 
'우리 동네 한 바퀴'(정지윤 글,그림 웅진 주니어 출판)
에서 보여주는 동네 모습과 
다르지 않다. 
아직 마을 공동체가 붕괴되지 
않았던 그때 그 동네에서는 누구나 
아는 사람이고 모두가 지인이다.

준구네 동네도 마찬가지다.
준구네는 엄마손 식당에 
채소를 배달한다.
식당 아주머니는 식당에서 나오는 
폐지를 순이 할머니에게
드리고 할머니는 고물상에 판다. 
한 동네 안에서 서로 서로
도움을 주고 받으니 자연스럽게 
친근한 사이가 된다.
정겨움이 느껴지지만 사람이 
주인공은 아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물리적 
공간으로서의 동네다.
준구, 순이 할머니 ,현서 등은 
이야기를 풀어 주고 
주인공인 동네의 구석구석을 
안내해 주는 역할을 할 뿐이다.
각 페이지에 있는 그림에 
사람들보다 
집, 나무,가게, 계단, 놀이터 등의 
크기가 훨씬 크게 묘사된
것을 보면 짐작 할 수 있다.
동네는 여러 각도에서 묘사되고 
자세하게 표현된다.
책을 읽는 아동은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서 볼 수 있는
낯익은 가게를 발견할 수 있다. 
또 생소하거나 전혀 다른
것들도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어떤 것이 친숙하고 
어떤 것이 새로운
풍경일지는 아동이 사는 
곳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작가가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전혀 그리지 않고 
집을 단독 주택이나 연립 주택으로만
표현한 대목에서는 
대부분의 아동이 의아해진다.

준구네 아채를 감쌌던 종이는 
순이 할머니, 계단을 예쁘게 
예쁘게 칠하던 소년, 고양이를
거쳐 현서 앞에 날아든다. 
현서는 이 종이로 배행기를 
만들고 동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 가 날린다. 
하늘을 나는 커다란 종이비행기 
아래로 여러 색깔의 지붕이 보이고 
옥상이 보인다. 
옥상에는 빨래가 펄럭이고
여러 식물이 자라고 장독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다.
밖과 완전히 차단되지 않은 
집의 구조는 거기서 사는 
사람들의 모습이 
집 밖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나온다. 
모락모락 피어나는 연기처럼 
퍼져서 동네의 따스한 온기가 된다.
 
대부분의 거주 형태가 아파트로 
바뀐 지금은 이런 풍경을 
현실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아파트를 
그리지 않았다.
밖과 완전히 차단된 아파트의 
모습은 작가가 생각하는 동네와 
어울리지 않는다.
동네는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여야 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봄부터 겨울까지 끊임없이 
쏟아지는 이야기는 물결처럼 출렁이고 
물방울은 방울방울 터져 예쁜 웃음소리로 변하는 곳. 그곳이 동네다.

종이비행기는 첫 장에서 만난 준구네 집 마당으로 떨어진다.
준구는 비행기를 주어 가지고 놀다가 보물상자에 잘 넣어 둔다.
마지막 장에  "그런데 종이비행기는 어디서 온 걸까요?"
라는 문장은 이 책을 하나로 묶어 주는 구실을 한다.
적게는 한 줄, 많게는 네 줄의 문장만으로 상황을 설명하고 
남은 여백은 그림으로 채워서 예전에 흔하게 있었던 동네의 모습을 되살려 놓은 정겨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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