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 할머니 사계절 아동문고 89
오채 지음, 김고은 그림 / 사계절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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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자가 개라 신선했다. 첫 장을 넘기면서 받은 느낌이다.
늙은 개가 늙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들려 준다.

 

 둘의 사이는 냉냉했다. 오메 할머니는 아들이 집 안에서 개를 키우고
손녀가 그 개와 함께 잠을 자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시골 할머니로서는 당연한 일. 시골에서는 개는 밖에서 키우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들은 곧 친근한 사이가 된다.


 오메 할머니는 자신처럼 늙어버린 개 봉지에게 연민을 느낀다.
아들내외가 일하러 나가고 손녀가 학교에 가고 나면
텅빈 집에 할머니와 봉지만 남는다.
정이 많은 할머니는 그동안 혼자 무료했을 봉지에게
함께 공원을 산책하기를 권하고 박스댁, 반지댁과의 만남의 자리에도
잊지 않고 데리고 간다.

 

 책 속의 할머니와  봉지는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할머니는 자식을, 봉지는 주인을 진심으로 사랑한다.
정직하게 순수하게 아무런 계산없이 사랑한다.
그 맑고 푸근한 관심이
각자의 입장에 따른 판단으로 왜곡되고 굴절되어
난반사 되는 갈등상황으로 변질되는 것이 안타깝다.
모두의 상황이 언제나 너그럽지는 않으니 어쩌면 별다른 도리가 없을지도 모르겠지만.

 

 거울을 본다.

지금의 내 모습 너머로 또다른 내가 어른거린다.
20년 혹은 30년 후에는
나도 오메 할머니처럼 늙은 몸으로 세상을 살고 있겠지.
우리 집 강아지 별이도 봉지처럼 늙은 개가 되어 있겠지.
그때 나도 별이도 겉모습만이 아닌 속마음도
오메 할머니처럼 봉지처럼 똑 같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그랬으면 좋겠다. 그랬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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