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의 기억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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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더 하고 더 괴로워하겠는가, 아니면 사랑을 덜 하고 덜 괴로워하겠는가? p.13

 

얼마나 사랑할지, 제어가 가능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제어할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다. 대신 뭐라고 부르면 좋을지는 모르겠으나, 사랑만은 아니다. p.13

 

첫사랑은 삶을 영원히 정해버린다. 오랜 세월에 걸쳐 그래도 이 정도는 발견했다. 첫사랑은 그 뒤에 오는 사랑들보다 윗자리에 있지는 않을 수 있지만, 그 존재로 늘 뒤의 사랑들에 영향을 미친다. 모범 노릇을 할 수도 있고, 반면교사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뒤에 오는 사랑들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수도 있다. 반면 더 쉽게, 더 좋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물론 가끔은, 첫사랑이 심장을 소작(燒灼)해버려, 그 뒤로는 어떤 탐침을 들이밀어도 흉터 조직만 나올 수도 있지만. p.136

 

대부분의 젊은 남자들, 특히 처음 사랑에 빠진 남자들이 그렇듯이, 그 또한 삶을ㅡ그리고 사랑을ㅡ승자와 패자의 관점에서 보았다. 그는, 분명히, 승자였다. 조운은 과거에, 그는 가정했다, 패자였다. 아니, 경기에 나서지도 않았다고 보는 쪽이 맞았다. 그러나 수전은 그의 생각을 교정해주었다. 수전은 모든 사람에게는 자기만의 사랑 이야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것이 대실패로 끝났다 해도, 흐지부지되었다 해도, 아예 시작도 못했다 해도, 처음부터 모두 마음속에만 있었다 해도, 그렇다고 해서 그게 진짜에서 멀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그것이 단 하나의 이야기였다.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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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
귀스타브 플로베르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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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어떤 돌발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바로 그날에 그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면서 모든 소리에 귀를 기울였고, 자리를 차고 벌떡 일어나기도 했고, 그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것에 놀라곤 했다. 그러다가 해가 지면 언제나 더한층 마음이 슬퍼져서 어서 내일이 오기를 바랐다. p.94-95

 

그 밖의 모든 세상사는 분명한 장소도 없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사라지고 없었다. 게다가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일수록 그녀의 생각은 그것에서 멀어져 갔다. 그녀를 가까이 둘러싸고 있는 모든 것, 권태로운 전원, 우매한 소시민들, 평범한 생활 따위는 이 세계 속에서의 예외, 어쩌다가 그녀가 걸려든 특수한 우연에 불과한 반면, 저 너머에는 행복과 정열의 광대한 나라가 끝간데 없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다. p.90

 

 

[늘 다른 곳을 바라보며 현재를 낭비하지 말고, 지금 여기, 현재를 채우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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싯다르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8
헤르만 헤세 지음, 박병덕 옮김 / 민음사 / 200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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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빈다가 말하였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배웠어, 싯다르타, 그리고 아직도 배울 것이 많이 있네. 우리는 쳇바퀴처럼 맴돌고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위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거야. 그 바퀴는 둥근 원이 아니라 나선형이고, 우리는 이미 많은 단계들을 거쳐온거야] p.33


어느 누구에게도 해탈은 가르침을 통하여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세존이시여, 당신은, 당신이 깨달은 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무에게도 말이나 가르침으로 전달하여 주실 수도, 말하여 주실 수도 없습니다. p.55


싯다르타는 자신의 길을 한 걸음 한 걸음 걸어나갈 때마다 매번 새로운 것을 배웠으니, 세상이 달라져 보였고 그의 마음이 마법에 걸린 듯 세상에 매혹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숲이 울창한 산 위로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그리고 저 멀리 야자나무가 우거진 강변 위로 태양이 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밤하늘에 별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것을 보았으며, 초승달이 마치 파란 바다를 떠다니는 한 조각의 배처럼 두둥실 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나무들, 별들, 짐승들, 구름들, 무지개, 바위들, 풀들, 꽃들, 시내와 강, 풀밭에서 반짝이는 아침 이슬, 저 멀리에 파랗고 뽀얀 빛깔을 하고 서 있는 높은 산들을 보았다. 새들이 노래하고 꿀벌들이 윙윙거렸으며, 벼가 익어가는 들판에는 은쟁반에 옥구슬 구르는 듯한 청아한 소리를 내며 바람이 불었다. 이 오색영롱한 천태만상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으며, 항상 달과 해는 비추고 있었으며, 항상 시냇물은 졸졸 소리내며 흐르고 있었고 꿀벌들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나 예전에는 싯다르타에게 이 모든 것들이 자신의 눈을 가리는 무상하고 기만적인 너울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본질적인 것이란 눈에 보이는 가시적 세계 너머 저편 피안에 있다고 생각한 싯다르타의 눈으로 볼 때에는 이 모든 것들은 본질적인 것이 아니었다. 따라서 예전에는 이 모든 것들이 불신의 눈으로 관찰되었으며, 철저한 사유에 의하여 무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깨달음을 얻어 자유로워진 그의 눈은 차안의 세계에 머무르게 되었으니, 그는 가시적인 것을 보고 인식하였으며, 이 세상에서 고향을 찾았으며, 본질적인 것을 추구하지 않았으며, 피안의 세계를 목표로 삼지 않았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추구함이 없이, 이처럼 단순소박하게, 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세상을 바라보니, 이 세상이 아름답게 보였다. P.71-72


언젠가 한 번은 그가 그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나와 비슷해. 당신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달라. 당신은 딴사람들과는 생판 다른 오직 카밀라일 뿐이야. 당신의 내면에는 당신이 매순간마다 그 속에 파고들어가 편안하게 안주할 수 있는 그런 고요한 은신처가 하나 있어. 나도 당신과 마찬가지야. 그런 은신처를 갖고 있는 사람은 얼마 안 되지. 하지만 모든 사람이 다 그런 은신처를 갖고 있는지도 몰라] P.107-108


그러나 자기가 그 내면의 소리를 들어보지 못한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자기가 보다 더 높은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여 본 지가 얼마나 오래되었던가! 자기가 걸어온 길은 얼마나 단조롭고 황량하였던가! 자기가 높은 목표도 없이, 갈증도 없이, 향상도 없이, 자그마한 쾌락들에 만족하면서도 결코 흡족해하지 못한 채 헛되이 보낸 세월이 그 얼마나 길었던가! P.123


<알 필요가 있는 것이라면 모조리> 하고 그는 생각하였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몸소 맛본다는 것, 그건 좋은 일이야. 속세의 쾌락과 부는 좋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나는 이미 어린 시절에 배웠었지. 그 사실을 안 지는 오래되었지만, 이제야 비로소 내가 그것을 직접 체험하게 되었군. 이제 나는 그 사실을 제대로 안 거야. 그 사실을 단지 기억력으로만 아는 것이 아니라, 나의 두 눈으로도, 나의 가슴으로도, 나의 위()로도 알게 되었어. 그것을 알게 되어 정말 다행이로군!> p.144 


그러나 강에 숨어 있는 무수한 비밀들 가운데에서 그는 오늘 단 한 가지만을 보았을 뿐인데, 그것이 그의 영혼을 사로잡았다. 그가 본 비밀은 바로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 강물은 흐르고 또 흐르며, 끊임없이 흐르지만, 언제나 거기에 존재하며, 언제 어느 때고 항상 동일한 것이면서도 매순간마다 새롭다! p.149


[바로 그렇습니다] 싯다르타가 말했다. [그리고 그것을 배웠을 때 나는 나의 인생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나의 인생도 한 줄기 강물이었습니다. 소년 싯다르타는 장년 싯다르타와 노년 싯다르타로부터 단지 그림자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을 뿐, 진짜 현실에 의하여 분리되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싯다르타의 전생들도 결코 과거의 일이 아니었으며, 싯다르타의 죽음이나 범천에로의 회귀도 결코 미래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무것도 없었으며, 아무것도 없을 것입니다. 모든 것은 현존하는 것이며, 모든 것은 본질과 현재를 지니고 있습니다] p.157-158


[나도 그것을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그 아이에게 강요하지도 않고, 그 아이를 때리지도 않고, 그 아이에게 명령하지도 않아요. 당신은 부드러운 것이 단단한 것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물이 바위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사랑이 폭력보다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칭찬하고 싶을 만큼 당신은 아주 잘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당신이 그에게 강요하지 않고 벌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당신의 착각이 아닐까요? 당신은 그 아이를 사랑이라는 끈으로 묶어 구속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날마다 그 아이를 부끄럽게 만들고, 당신은 당신의 호의와 참을성으로 그 아이를 점점 더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신은 그 아이에게, 오만불손하고 버릇이 잘못 든 그 아이에게, 바나나나 먹고 살아가는 두 늙은이의 오두막에서 살라고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 늙은이들이야 쌀밥만 먹어도 별미라고 생각하지만 우리의 생각이 그 아이의 생각일 수는 없는 것이 아닐까요? 그 아이의 마음은 늙고 고요한 우리 늙은이들의 마음과는 아무래도 다르지 않을까요? 이런데도 그 아이가 강요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벌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까요?] p.174-175


[당신이 나에게 그 옛날 바로 이 자리에서 들려주었던 그 이야기 말이에요. 누가 사문인 싯다르타를 윤회로부터, 죄업으로부터, 탐욕으로부터, 어리석음으로부터 지켜주었던가요? 아버지의 경건함, 스승들의 훈계, 자신의 지식, 자신의 구도 행위가 그를 지켜줄 수 있었던가요? 어느 아버지, 어느 스승이 지켜서서 그를 말릴 수가 있었겠어요? 스스로 삶을 영위하는 일, 그러한 삶으로 스스로를 더럽히는 일, 스스로 자신에게 죄업을 짊어지게 하는 일, 스스로 쓰디쓴 술을 마시는 일, 스스로 자신의 길을 찾아내고자 하는 일, 그런 일을 못하게 누가 막을 수 있었겠습니까? 친애하는 친구여, 이러한 길이 어느 누구한테는 혹시 면제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당신이 설마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당신이 어린 아들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에, 당신이 그 아이에게는 제발 번뇌와 고통과 환멸이 면제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라고 있기 때문에, 당신 아들에게는 그 길이 혹시 면제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믿고 있는 겁니까? 그렇지만 설령 당신이 아들 대신 열 번을 죽어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 아이의 운명을 눈곱만큼이라도 덜어줄 수는 없을 겁니다] p.176-177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내가 스님에게 들려드릴 말씀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혹시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스님은 지나칠 정도로 구도의 길을 걷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구도 행위에 너무 매달린 나머지 깨달음에 이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요?]

[도대체 어째서 그렇다는 겁니까?] 고빈다가 물었다.

[누군가 구도를 할 경우에는] 싯다르타가 말하였다. [그 사람의 눈은 오로지 자기가 구하는 것만을 보게 되어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으며 자기 내면에 아무것도 받아들일 수가 없는 결과가 생기기 쉽지요. 그도 그럴 것이 그 사람은 오로지 항상 자기가 찾고자 하는 것만을 생각하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는 까닭이며, 그 사람은 그 목표에 온통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 까닭이지요. 구한다는 것은 하나의 목표를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찾아낸다는 것은 자유로운 상태, 열려 있는 상태, 아무 목표도 갖고 있지 않음을 뜻합니다. 스님, 당신은 어쩌면 실제로 구도자일 수도 있겠군요. 목표에 급급한 나머지 바로 당신의 눈앞에 있는 많은 것을 보지 못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p.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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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열린책들 세계문학 152
오스카 와일드 지음, 윤희기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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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신이 아름다움보다는 더 오래 지속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야.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애써 많이 공부 하는 것 아니겠어? 격렬한 생존 경쟁 속에서 우리는 오래 견딜 수 있는 무언가를 원한다네. p.27

 

아! 젊을 때 당신의 젊음을 깨달으시오. 쓸데없는 것에 귀 기울이거나 희망 없는 실패를 만회하려 발버둥치거나, 아니면 무지한 사람들, 평범한 사람들, 저속한 사람들에게 당신의 삶을 내주면서 당신의 황금 시절을 헛되이 낭비하지 마시오. 그 모든 것은 다 우리 시대의 감상적인 목적이고 그릇된 이상에 불과하오. 당신의 삶을 사시오! 당신 안에 있는 경이로운 삶을 살란 말이오! 무엇 하나 잃지 마시오. 항상 새로운 감동을 찾아 나서시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마시오...... p.42

 

이봐, 친구. 살면서 일생에 딱 한 번 사랑하는 사람들이 진짜 천박하고 세상살이를 겉만 보는 사람들이야. 그들이 말하는 충성심이니 정절이니 하는 것을 난 관습의 무기력 혹은 상상력 결여라 생각한다네. 정서적인 삶에서 충실함을 얘기하는 것은 지성의 삶을 살면서 일관성을 주장하는 것과 같다고. 그건 실패했다고 고백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거라고. 충실함! 언젠가 내가 그걸 분석하고 말 걸세. 그런 태도 속에는 소유에 대한 강한 애착이 있는 거야.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들이 주워 가도 상관없다고 여긴다면 버릴 물건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 p.82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먼저 늘 자신을 속이는 것부터 시작해서 끝날 땐 다른 사람을 속이는 것으로 끝나지. p.86

 

보통 사람들은 인생이 그 비밀을 드러낼 때까지 기다린다. 그러나 소수의 사람들, 몇몇 선택된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신비가 그것을 가리고 있던 장막이 열리기 전에 스스로 제 모습을 드러낸다. 이렇게 되는 데에는 때로 우리의 열정과 지성을 직접적으로 다루는 예술, 특히 문학이라는 예술의 영향이 있다. 그러나 가끔은 무엇인가가 얽히고설킨 복잡한 개성이 나타나 예술의 그 역할을 대신하기도 한다. 어떤 의미에서는 실제로 그것이 진정한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나 조각이나 회화가 나름대로 공들여 다듬은 걸작을 지니고 있듯이 인생에도 그런 걸작이 있다. p.94

 

낙관주의의 바탕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공포라고. 우리는 우리 이웃이 우리에게 이익이 되는 미덕을 지니고 있다고 믿기 때문에 관대해질 수 있는 거야. p.121

 

과거의 한 가지 매력은 그게 지나간 일이라는 데 있는 거야. p.162

 

어떤 열정적인 경험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론이나 제도는 받아들이지 말하야 한다. 이 쾌락주의의 목적은 경험하는 것 그 자체지 쓰든 달든 경험의 과실은 아닌 것이다. p.205

 

정의를 내린다는 것은 한계를 짓는 것에 불과해. p.302

 

사람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꼭 적이 생기게 마련이거든. 그래서 인기가 있으려면 사람이 그저 평범해야 하는 거라고. p.303

 

게다가 사람이 사랑을 할 때마다 그 순간 하나하나가 유일한 사랑의 순간이라니까. 대상이 다르다고 전심을 다한 열정이 바뀌는 건 아니야. 오히려 더 뜨겁게 만들어 준다고. 우리는 인생에서 기껏해야 딱 한 번 위대한 경험을 할 수 있어. 그런데 인생의 비밀은 그 딱 한 번의 경험을 가능한 한 자주 반복하는 데 있는 거라고. p.304

 

<사람이 온 세상을 얻는다 해도 제 영혼을 잃는다면 무슨 이익이 있겠느냐?> p.330

 

나이 든 사람의 비극은 그 사람이 나이가 들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여전히 젊다는 데 있네. p.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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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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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문학은 주인공들의 행위와 사유를 통해 심리적이고, 정서적이고, 사회적인 진실을 드러내야 했다. 소설은 등장인물이 시간을 거쳐 형성되어가는 것이니까. p.31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p.34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나는 지금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당시에 일어난 일을 내 입장에서 해석한 것을 기억에 떠올리고 있는 것이다. p.76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과거, 조 헌트 영감에게 내가 넉살좋게 단언한 것과 달리,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P.101

 

마거릿은 자신이 변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는 걸 안다. 실제로도 그녀는 변했다. 그러나 나는 그 변화의 폭을 다른 사람만큼 느끼지 못한다. (...) 그래도 이렇게 말하련다. 마거릿은 사라져버린 것만 보고, 나는 변함없이 그대로인 것만 본다고. P.129

 

우리는 살면서 좌충우돌하고, 대책없이 삶과 맞닥뜨리면서 서서히 기억의 창고를 지어간다. 축적의 문제가 있지만, 에이드리언이 의미한 것과는 무관하게 다만 인생의 토대에 더하고 또 더할 뿐이다. 그리고 한 시인이 지적했듯, 더하는 것과 늘어나는 것은 다른 것이다. P.153

 

우리는 살면서 우리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얼마나 자주 할까. 그러면서 얼마나 가감하고, 윤색하고, 교묘히 가지를 쳐내는 걸까. 그러나 살아온 날이 길어질수록, 우리의 이야기에 제동을 걸고, 우리의 삶이 실제 우리가 산 삶과는 다르며, 다만 이제까지 우리 스스로에게 들려준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도록 우리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도 적어진다. 타인에게 얘기했다 해도, 결국은 주로 우리 자신에게 얘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P.165

 

회한(remorse)이란 말은 어원적으로 한 번 더 깨무는 행위를 뜻한다. 회한의 감정은 그와 같다. 내가 썼던 말을 다시 읽을 때 나를 깨무는 이가 얼마나 그악스러웠을지 상상할 수 있겠는가. 내가 내뱉었는지조차 잊고 있었던 그 말은 가히 고대의 저주처럼 여겨졌다. (...) 저주를 퍼부었던 젊은 시절의 나와 그 저주가 실제로 일어나는 것을 목도한 노년의 내가 느끼는 감정은 사뭇 다르다는 사실. 이는 말도 안 될 정도로 서로 무관하다. p.236-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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