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황근하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그의 본성이 드러났을 때 코라는 놀라지 않았다 ㅡ오래 기다리면 본모습은 나오기 마련이니까. 새벽처럼. -p.26

이 주의 흑인 대부분은 정부가 사들인 사람들이었다. 경매에서 구해 온 경우도 있었고, 재산 처분 판매에서 구입하기도 했다. -p.109

그들은 아프리카 방방곡곡에서 납치되었기 때문에 엄청나게 다양한 언어가 쓰였다. 바다 건너에서 온 말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박탈됐다. 간결함을 위해, 그들의 정체성을 지우기 위해, 반란을 억누르기 위해. 자신이 전에 누구였는지를 아직 기억하는 이들이 몰래 감춰둔 언어를 빼고는 모든 언어가 사라졌다. ˝그들은 그것을 귀중한 금처럼 숨겼지.˝ 메이블은 말했다. -p.112

시저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코라는 그 형언할 수 없는 야만을 다 겪고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기차에서, 영원 같던 그 터널에서, 코라는 마침내 시저에게 왜 자기를 데려왔냐고 물었다. 시저가 대답했다. ˝네가 할 수 있을 거란 걸 알았거든.˝ -p.116

코라는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두려웠는데 질문 때문은 아니었다. 진찰실의 번쩍거리는 금속 도구들이 꼭 테런스 랜들이 사악한 목적으로 대장장이에게 주문했던 연장들 같아 보여서였다. -p.117

자신의 불운이 유별난 일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진짜로 끔찍한 사실은 그것이 모두의 이야기라는 점이었다. -p.120

메이지는 열 살이었다. 랜들 대농장에서는 그 나이가 되면 기쁨은 전부 바닥나고 없었다. 검둥이 꼬마는 어제까지 행복했어도 그다음 날 암흑 속에 있었다. 그사이에 속박이라는 새로운 현실에 눈을 떴기 때문에. 코라는 그 소녀를 보며 나중에 자신의 아이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p.126

약한 고리ㅡ코라는 그 말의 느낌이 좋았다. 당신을 속박하는 사슬에서 결함을 찾는 것. 개별적으로 보면 고리는 별것 아니었다. 그러나 다른 고리들과 합치면 그 약함으로 수백만 명을 속박할 수 있는 강력한 쇠붙이가 되었다. 그녀가 고르는 사람들은 젊든 늙든 부유한 동네에서 왔든 소박한 거리에서 왔든 혼자서는 코라를 괴롭히지 못했다. 집단을 이룰 때 그들은 족쇄가 되었다. 어디서 찾아내든 계속 주시하며 그 약한 고리를 조금씩 잘라낸다면 뭔가를 이루어낼 수도 있을까. -p.146

악마의 손가락은 길고 날렵했다. 결국 세상은 손목과 발목에 채워진 쇠사슬을 못 알아채게끔 가르쳤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족쇄는 새로운 형태ㅡ열쇠, 그 지역의 디자인이 새겨진 술잔들ㅡ였지만, 족쇄의 목적을 달성했다. 그들은 그리 멀리 가지 못했다. -p.165

남부에서 모든 것이 그렇듯, 시작은 목화였다. 인정사정없는 목화라는 기관차는 아프리카인들의 육체라는 연료를 요구했다. 바다 건너에서 배가 아프리카인의 육체를 가져와 이 땅에서 일을 하고 더 많은 육체를 낳게 했다.
이 엔진의 피스톤은 지칠 줄 모르고 움직였다. 더 많은 노예들이 더 많은 목화로 이끌려 왔고, 이는 더 많은 목화를 재배할 더 많은 땅을 사들일 더 많은 돈으로 이어졌다. 노예무역이 끝나고 한 세대도 되지 않아 그 숫자는 걷잡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검둥이들이 너무 많아진 것이다. 노예들이 사슬을 끊고 자유를ㅡ또한 응징을 찾아 나설 때, 그다음 벌어질 일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p.183

감옥과 다름없는 곳을 누군가의 유일한 피난처로 만드는 이 세상은 어떤 곳일까, 코라는 생각했다. 그녀는 속박에서 벗어난 것일까 아니면 그 그물 속에 있는 것일까. 도망자 신세는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것일까? 자유란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바뀌는 것이었다. 숲을 가까이서 보면 나무들로 빽빽하지만 바깥에서, 텅 빈 초원에서 보면 그 진짜 윤곽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았다. 자유가 된다는 것은 사슬과는 혹은 얼마나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느냐와는 전혀 상관이 없었다. 대농장에서, 그녀는 자유롭지 않았지만 그 안에서 바람을 쐬고 여름 별을 바라보며 제한 없이 움직였다. 작음 안의 큰 곳이었다. 여기서, 그녀는 주인에게서 자유롭지만 일어설 수도 없는 작은 토끼장 속을 살금살금 돌아다녔다. -p.187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태어난다, 우리가 누군가를 사람이 아니라고 규정하지 않는 이상. -p.207

˝자유인이면 왜 가지 않아요?˝
˝어디로?˝ 리지웨이가 물었다. ˝자유인 증서가 있든 없든 흑인 소년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저 녀석은 충분히 봐서 알지.˝ -p.229

어떤 불운도 코라의 성격이나 행동 때문이 아니었다. 코라의 피부색은 검었고 이것이 세상이 검은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었다.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p.243

다른 사람에게 묶인 사슬을 보고 그게 자신의 것이 아님을 기뻐하는 것ㅡ언제든 얼마든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보는 것은 흑인에게 허용된 큰 행운이었다. -p.246

레드는 노스캐롤라이나 출신이었는데, 단속 담당자들이 아내와 아이를 목매단 이후 탈출을 했다. 그는 아내와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하려고 시신을 찾아 자유의 길을 몇 킬로미터를 걸었다. 실패였다ㅡ그 시체들의 길은 어느 방향으로 가도 끝없이 이어졌다. -p.294

˝이런 걸 왜 하세요.˝ 코라가 물었다. ˝저희 모두를 위해서요?˝
˝똑똑한 녀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밸런타인이 말했다. ˝모르겠니? 백인은 그렇게 해주지 않을 거다. 우리 스스로 해야 해.˝

˝우리는 모두를 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시도해볼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쓸모 있는 착각이 쓸모 없는 진실보다 낫습니다. 이 사나운 추위 속에서는 무엇도 자라날 수 없을 테지만, 우리는 그래도 꽃을 가질 수 있습니다.˝ -p.319

그가 어디서 탈출했을까, 얼마나 험난했을까, 얼마나 멀리 오니 그것이 다 잊혔을까 그녀는 궁금했다. -p.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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