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감촉》은 같은 해에 태어난 두 자매, 안나와 경선의 이야기다.1월생 안나와 12월생 경선. 같은 시간을 살아왔지만 투박한 외모와 눈에 띄는 아름다움이라는 서로 다른 조건 속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간다. 오랫동안 데면데면했던 두 사람은 경선의 암 수술을 계기로 간병을 함께하며 조금씩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소설은 자연스럽게 질문을 던진다.같은 시간을 살아왔는데 무엇이 두 사람을 이렇게 다른 삶으로 이끌었을까.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던 상처와 오해, 차마 꺼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몸’이라는 감각을 통해 조용히 되살아난다. 젊은 날에는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몸의 변화, 나이듦이 남기는 서글픔, 그리고 모든 ‘처음’이 몸에 새겨 놓은 기억들까지.시간은 흘러가지만 몸은 그 시간을 차곡차곡 기억하고 있었다.소설 속 “몸이란 삶의 조건이지만, 한편으로 죽음의 조건이기도 하다.”라는 문장이 오래 마음에 남았다.이 소설이 좋았던 이유는 노년을 단순히 지나온 삶을 회상하는 시간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삶의 끝에 조금씩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남아 있는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조용히 돌아보게 만든다.은희경 작가 특유의 담담한 문장은 큰 사건 없이도 오래 마음을 흔든다.나이듦을 두려움보다 이해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한 문장 한 문장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보고 싶은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