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니시드
김도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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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아트럼 문디*. 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무대 위의 배우들 이니까.” -p.50

*테아트럼 문디(theatrum mundi): 이 세상은 신에 의해 창조된 무대이고 인간은 역할을 맡은 배우임을 인간 스스로가 깨닫고 있음을 의미하는 문학 용어

소설에 등장하는 이 용어는 <배니시드>를 축약해 놓은 듯 하다. 주인공인 ‘나’가 마치 인생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보고도 못본 척, 알고도 모르는 척, 타의지만 자의인 척 살아가는 주인공의 의식을 따라가다 보면 뭐랄까 사건의 인과관계에 관한 비밀이 해소되었음에도 그것이 진실인지 상상인지 혼란스럽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흘러가지만 주인공 주변 인물들의 말과 행동은 무언가 부자연스럽고 작위적이면서 긴장감을 유발한다. 화자의 유추에 따라 맞춰지는 퍼즐이 진실인지 상상일 뿐인지에 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겨 둠으로써 꽉 닫힌 기괴함을 마주한 느낌이다. 모두가 일그러진 얼굴 위에 웃는지 우는지 알 수 없는 이상한 미소가 그려진 가면을 쓰고 연기하는 것만 같다. 유일하게 표리부동하지 않은 사람은 ‘자영이 엄마’뿐.

처음에는 화자(‘나’)의 쓸데없는(?) 생각의 나열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주인공이 정신이상자인가 싶었다. 그런데 이런 장치들이 더욱 이 미스터리 소설의 기괴한 분위기를 한껏 조고시켜준 것 같다. 도입부분만 잘 넘어가면 점점 더 흥미로워지는 소설. 다 읽고 나니 너무 섬뜩하고 정신이 혼미해지더라. 부산국제영화제 ACMP 화제의 선정작이라더니, 인정. 영상화되면 얼마나 숨이 막힐까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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