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 7인 7색 연작 에세이 <책장 위 고양이> 1집 책장 위 고양이 1
김민섭 외 지음, 북크루 기획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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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책장위고양이>라는 작가 에세이 구독 서비스의 첫시즌 글을 묶어 놓은 것이다. 작가 초대 플랫폼 ‘북크루’에서 제공하고, 에세이를 새벽 배송(쿠*과 마켓컬*가 떠오른다) 해주는 신선한 구독 서비스이다. 7명의 작가가 1주일 내내 그들의 삶 속에서 하나의 키워드를 향해 쥐어짜낸(작가들이 돌아가며 키워드를 정했기에, 키워드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쥐어짜내서라도 써야 하므로) 보석같은 글들이 실려있다.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그래 이거였다. 나는 갑자기 김솔통 같은 글을 쓰고 싶어졌다. 지구상의 중요도에 있어서 김도 못 되고, 김 위에 바르는 기름도 못 되고, 그 기름을 바르는 솔도 못 되는 4차적인(4차 산업혁명적인 것도 아니고 그냥 4차적인)존재이지만, 그래서 범국민적 도구적 유용성 따위는 획득하지 못할 테지만 누군가에게는 분명 그 잉여로우면서도 깔끔한 효용이 무척 반가울 존재. 보는 순간, ‘세상에 이런 물건이?’라는 새로운 인식과 (김솔처럼) 잊고 있던 다른 무언가에 대한 재인식을 동시에 하게 만드는 존재. 그리고 그 인식이라는 것들이 딱 김에 기름 바르는 것만큼의 중요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동안 써 온 글들이 과연 김솔통과 비슷한지는 잘 모르겠지만(너무 대단한 물건을 목표로 잡았는지도…), 그래도 일단 오늘도 쓴다. 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통에 담는 마음으로. 오늘도.

 

특히 기억에 남았던 김혼비 작가의 '마트에서 비로소'란 글이다.

김.솔.통. 이 책과 가장 잘 어울리는 물건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세이란건 김솔통같은 느낌이라고. ‘잘 보이지 않고 잊히기 쉬운 작고 희미한 것들을’ 작가는 책이라는 ‘통’에 담는 사람이라고.

김혼비 작가의 통찰력에 무릎을 탁!치고. '김솔통 아느냐?'고 여기저기 묻고 다니는 이상한 사람이 되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마트에서 김솔통을 찾아보니 통김솔이라는 요상한 이름표를 달고 있더라.) 에세이는 내게도 또다른 에피소드를 주었다.

우리 모두는 각자 인생이라는 에세이를 써내려가고 있다. 이 책을 읽다보면 독자인 내게도 키워드와 관련된 에피소드가 꼭 하나쯤은 있단 생각이 든다. 단지, 이렇게 맛깔나고 반짝반짝하게 쓸 수 없을 뿐. 그래서 ‘작가’라는 사람들을 통해 나와 비슷한 인생의 한 단락을 음미할 수 있었다. 참 매력적인 시도이다. 이제는 <책장위고양이> 시즌2가 진행중이고, <내가 너의 첫문장이었을 때> 작가들과 다른 작가들이 참여중이다. 시즌1과 다른 독특한 점은, ‘히든 작가’가 생겼다는 점. 복면가왕처럼 정체를 숨기고 있다가 시즌이 끝나고 구독자와의 만남에서 공개된다고. (난 종이책이 아니면 가독성이 떨어지는 이상한 병이 있기 때문에 아직 신청을 망설이고 있지만)

에세이의 매력을 제대로 보여준 책이었다. 간간히 에세이류를 읽긴 했지만, 여러 작가의 키워드별 에세이를 한데 모아놓은 이 책만큼의 매력은 느끼질 못했었는데. 스트레스받는 일상 중에 이 책 한 권 챙겨서 시원한 카페로 떠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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