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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콜스 - 영화 [몬스터콜] 원작소설
패트릭 네스 지음, 홍한별 옮김, 짐 케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12년 3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인공 코너는 아픈 엄마와 둘이 살고 있다. 엄마의 병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엄마는 늘 코너를 안심시키기 위해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코너는 12시 7분에 항상 악몽을 꾼다.
‘어둠과 바람과 비명이 있는 꿈. 아무리 세게 붙들려고 애써도 자기 손에서 손이 빠져나가는 꿈. 언제나 똑같이 끝나는 꿈’이다.
어린 소년답지 않게 그는 악몽을 아무에게도 털어놓지 않는다. 이렇다할 친구도 없었고, 아픈 엄마에게는 더더욱 말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와는 다르게 악몽에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몬스터는 오랜 세월동안 여러 모습으로 존재해왔지만 지금은 코너의 집에서 보이는 언덕 위 주석 나무의 모습을 하고 있다. 몬스터는 ‘난 삶과 죽음의 문제가 아니면 아무 때나 걸어오지 않는다.’며 코너에게 세 가지 이야기를 해준다. 이 이야기들은 코너와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몬스터는 이야기들이 코너의 진실이라고 말한다.
ㅡ너는 네 진실이, 네가 감추는 것이, 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라는 걸 안다.
ㅡ너는 이야기할 거다. 그러려고 네가 나를 불렀으니.
ㅡ네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할 거다. 네가 진실을 말할 것이다.
여기까진 무슨 이야기를 해줄지, 코너가 네 번째 이야기를 한다니 그게 무슨 뜻인지 너무나 궁금했다. 가면 갈수록 ‘코너의 진실’이 무얼까, 이 불쌍한 아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조마조마해졌다.
몬스터가 나타나기 시작할 무렵, 학교에선 해리가 코너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해리만 볼 수 있는 비밀스러운 표식이 코너에게 새겨지기라도 한 것처럼’ 해리가 괴롭히면 엄마끼리 서로 친구라 어릴 적부터 알고 지냈던 릴리가 해리를 저지한다. 하지만 코너는 릴리를 멀리한다. 그녀가 코너의 비밀을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 것에 화가 나있기 때문이다.
학교에선 해리 외엔 코너가 눈에 보이지 않는 듯하다. 모두들 코너의 부모가 이혼하고 엄마가 많이 아프다는 사실에 쉬쉬하며 그를 배려한다는 이유로 코너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러다 몬스터에 의해 코너는 해리를 무자비하게 때리지만, 학교에선 ‘코너니까’ 봐준다며 별다른 처벌조차 내리지 않는다. 그는 투명인간이 된 듯하다.
집에선 병이 악화된 엄마가 치료를 위해 병원에 가 있는 동안 코너와 정말 맞지 않는 외할머니가 와 계신다. 엄격한 외할머니는 코너에게 얌전히 굴라지만 코너는 몬스터로 인해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외할머니를 주저앉게 만든다. 하지만 외할머니 역시 평소 엄격한 성격과 달리 그 일에 대해선 넘어가준다.
코너에겐 이 모든 상황이 지리멸렬하게 싫었다. 그는 내색하지 않고, 감정을 숨기는 어른스러운 소년처럼 보였지만 결국 모든 것은 터져버리고 만다. 코너가 불러낸 몬스터로 인해.
ㅡ엄마가 죽을 거라는 걸 알고도 견딜 수가 없었어!
그저 끝나길 바랐어! 다 끝나길 바랐다고!
ㅡ네 잘못이 아니다. 너는 고통이 끝나기를 바랐을 뿐이다. 네 고통.
고통 때문에 네가 겪는 소외감을 끝내고 싶었다. 지극히 인간적인 바람이다.
ㅡ네가 무슨 생각을 하든 그건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네 마음은 하루에도 수백 번 모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너는 엄마가 떠나길 바랐고 동시에 엄마를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너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고통스러운 진실을 알면서도 마음을 달래 주는 거짓말을 믿은 것이다. 그리고 네 마음은 두 가지를 다 믿는 것에 대해 너를 벌주는 것이다.
ㅡ이게 내가 걸어 온 까닭이다. 너에게 이 이야기를 해서 너를 치유하기 위해.
삶은 말로 쓰는 게 아니다. 삶은 행동으로 쓰는 거다. 네가 무얼 생각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오직 네가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네가 방금 한 대로 하면 된다. 진실을 말하라.
가끔 우리는 버거운 상황에 나쁜 생각을 하곤 한다. 그때 몬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나쁜 것이 아니다. 생각일 뿐이다. 무수한 생각 중 하나. 행동이 아니었다.”
코너가 네 번째 이야기를 결국 하고야 말았을 때, 그는 받아들이게 된다. 그는 받아들여지게 된다. 이 모든 상황과 자신의 감정을.
나쁘기만 한 감정은 없다. 특히나 어린 아이에겐 더더욱 참아선 안 된다. 어떤 나쁜 상황이 생겼을 때 주변에서는 그것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게 해주어야 한다. 진실을 말한다면, 무슨 일이든 감당할 수 있다는 몬스터의 말이 깊은 울림으로 남는다. 어린 코너에게 일어난 비극은 내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일들과 너무나 닮아 있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나도 그시절 몬스터를 불러낸 기억이 있기 때문에.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그런 몬스터에 대한 기억이 하나쯤은 있을지도.
'성장이란 어느 의미로는 죄의 발견이라 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안에 괴물을 하나씩 키우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혼란을 겪는 때가 바로 청소년기다. 이 책을 보면 알게 된다. 우리가 진짜 괴물이 되지 않으려면 자기 안의 괴물을 똑바로 응시하고 정면 대결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선이거나 악이거나 인간의 진실을 두려움 없이 마주할 수 있는 진정한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원종찬(아동문학 평론가, 인하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