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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를 좋아해? ㅣ 사계절 1318 문고 146
김지현 지음 / 사계절 / 2024년 6월
평점 :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올해 한 달에 한 번 ’채식의 날‘ 식단을 운영한다. 기대되는 마음도 잠시, 식단표를 붙여 주니 아이들은 금방 채식이라는 글자를 캐치하고서는 온갖 말을 쏟아낸다. “쌤 이런 거 대체 왜 하는 거예요?” “아 맛없겠다” “이날 밥 안 먹어!” “학교가 돈이 없나?” 그러면 대체 어디서부터 설명을 해 줘야 할지 막막해진다. 그리고 좀 야속해지기도 한다. 딱 하루인데, 그걸 못 참나?
<브로콜리를 좋아해?>는 좋아하는 대상이 채식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채식을 시작하게 된 유진의 이야기이다. 또래 남학생이랑은 사뭇 다른 희원이 고기를 먹지 않고, 그 때문에 급식 역시 먹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주인공은 선뜻 채식을 시작한다. 유진이 채식을 결심하자, 친구 수현도 유진을 따라 채식에 동참한다. 이 과정은 아주 자연스럽게 전개된다. 채식이 왜 좋은지,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채식을 해야 한다는 당위보다는, 서로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우선시되며 셋만의 채식이 시작된다.
그 외에는 평범한 성장소설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인물들은 자신의 선택을 소신껏 지켜나가지만, 자신의 선택에 어떤 당위나 명분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내 옆의 누군가가 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 식사를 함께 할 수 없'다는 이유로 채식을 이어나간다. 이 소설은 채식의 중요성을 설파하는 데 힘을 싣지 않는다. 인물이 한 선택에 대해 그 인물이 각자의 방식과 가치관으로 이를 어떻게 이어나가는지를 따라갈 뿐이다.
어쩌면 소설은 채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인공이 갖는 사려깊음과 단단함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의 사려깊은 시선을 따라가면, 그곳에는 학교를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걷는 은오가 있고, 고양이로 인해 채식을 결심한 희원과, 동물을 사랑하고 열정이 넘치는 수현을 두루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이 인물들이 각자의 삶을 선택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단단한 모습 역시 만날 수 있다.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선택해 나가는 인물들 속에서 독자는 그동안 당연히 여겼던 것들에 의문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고기를 안 먹는 삶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소설 속 아이들처럼 말이다.
이제 독자가 작가의 질문에 답할 차례다. 넌 브로콜리를 좋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