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 클래식 그래픽 노블
조지 오웰 원작, 피도 네스티 지음, 강동혁 옮김, 염승숙 해설 / 사계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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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에 묘사된 디스토피아적 세계는 텔레스크린이라는 감시장치, 언어의 사용을 통제하고 역사를 조작하고 통제하는 정치권력 등으로 형상화된다. 주인공 윈스턴은 역사를 조작하는 진리부 소속 당원이지만 체제에 저항하는 인물이다. 그 저항은 텔레스크린 앞에서 표정을 관리하고, 흩어져 가는 기억을 붙잡는 것 등 아주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이다. 모든 생각이 통제되는 이곳에서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일종의 반역과 같다. 하지만 윈스턴은 어느 골동품에서 산 일기장에 자신의 생각을 기록한다. 누가 감시하는지를 알아채기 위한 먼지 한 톨을 일기장에 올려둔 채로.


언어의 중요성은 책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제시된다. 사임의 "새언어의 목표는 생각의 범위를 좁히는 것이라네. 우리는 결국 사상범죄를 문자 그대로 불가능하게 만들 거야. 사상범죄를 표현할 단어가 사라질 테니 말이지. 필요한 모든 개념은 정확히 한 단어로 표현되겠지. 혁명이 완수되는 건 언어가 완벽해질 때야."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언어는 권력에 의해 통제되고, 언어가 사라지며 생각을 표현할 길도 사라진다. 윈스턴은 이에 처절히 저항하지만 결국 윈스턴의 모든 행위는 당원들에 의해 7년 동안 감시되고 있었으며 결국 모든 정신이 개조된 채로 죽음을 맞는다.


윈스턴의 죽음 이후 부록으로 제시되는 새언어의 원리는 많은 것을 함축한다. 인간의 생각은 언어에 의해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것, 생각을 나타낼 도구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사상도, 감정도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 윈스턴이 적발될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일기를 쓰게끔 했던 추동력은 이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자신의 생각을 붙잡는 행위로서의 언어가 갖는 소중함을 이 소설에서 찾아볼 수 있다. 거대권력에 저항하는 것, 일기 쓰기라는 어쩌면 아주 작은, 그러나 결코 거대권력이 언어를 바꾸기 전에는 막을 수 없는 것. 개성과 자유를 지키는 힘은 여기에 있다.


감시, 획일화, 개성의 몰살, 언어 사용 등 청소년에게 문제의식을 제기할 주제가 많은 책이지만 그만큼 무겁고 어렵기에 청소년들이 선뜻 읽기 꺼려지는 소설이기도 하다. 그래픽노블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하나의 시도이다.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던 빅브라더와 같은 감시체제, 그 감시체제 안에서 살아가는 회색빛 삶, 권력에 저항하거나 순응하는 인물의 모습과 행동 등이 적절한 삽화로 제시되며 위압감이나 공포를 나타내는 만화적 구성도 적절히 취하였다. 윈스턴이 책을 펼쳐볼 때 과감히 모든 그림을 생략하고 일반적인 도서의 구성을 취한 것 또한 그래픽노블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장점일 것이다. 이 책으로 권력과 감시, 언어를 통한 자유에 대해 청소년들이 좀더 생각할 기회를 갖게 되길 바란다. 물론 책을 읽기 힘들었던 어른들에게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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