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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신현승 옮김 / 시공사 / 2002년 1월
평점 :
문명의 발달과정에서 식량 생산은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입니다. 그 중에서도 동물의 가축화는 문명의 고도화를 이루기 위한 필수 조건이기도 합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에서는 수많은 동물 중에서 가축화가 가능했던 동물은 단 14종이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14종 중에서 인간의 문명화에 큰 기여를 했던 동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소" 입니다. 소는 울음소리를 제외한 나머지는 버릴 데가 없다 할 정도로 유용한 동물임과 동시에 인간과는 땔 레야 땔 수 없는 동물입니다. 소의 강인한 힘과 능력은 다양한 신화와 종교에서 신처럼 떠받들어졌으며 많은 예술 작품들의 모티브가 되기도 했습니다.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은 그러한 소가 가축화되고 산업화 되는 과정에서 벌어진 폐해들을 나열하고 있습니다. 과거 단순히 소 팔아 대학 보낸다는 고전적인 재산의 개념에서 멀어져 미국과 일부 대형 국가를 중심으로 해서 기업화된 축산 산업을 비판하고 보다 나은 환경, 보다 나은 세계로의 진입을 위하여 육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사회적, 문화적,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주로 비판하는 거대한 산업의 일부로서의 소고기는 한-미 FTA 등을 통해 우리의 식탁에도 친숙하게 오르게 되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보이지 않는 위협들이 존재하지만 값싼 가격으로 인해 과거에 비해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상품이 되었지요. 저렴한 가격으로 누구나 구매할 수 있는 음식이 된 것이 축복일지, 책에 나오는 대로 그 과정에 발생하는 여러 문제점들이 우리와 후손들에게 해악이 될지 의문입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 육식을 위한 가축의 사육은 여러 문제를 발생시킵니다. 어떤 동물이 식물이나 다른 동물을 먹을 때 그 먹이가 가진 생물자원이 소비자의 생물자원으로 환원되는 효율은 100%에 훨씬 못 미칩니다. 대개는 10% 수준에 불과합니다. 즉, 체중 450kg의 소를 키우기 위해서는 옥수수 4500kg 이 필요합니다. (총, 균, 쇠 250p)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는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자본가의 입에 스테이크 한 점을 넣기 위해 궁극적으로는 여러 명의 기아를 죽이게 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가 지적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점입니다. 뿐 만 아니라 그는 축산업의 대형화로 인해 그것을 키우기 위해 값진 우리의 수림들을 불태우고 다른 식물들을 파괴하며 환경을 오염 시키는 문제들을 제기함으로서 결코 값싼 육식이 축복이 아님을 상기시킵니다.
세계화를 주장하고 자본주의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말합니다. 대형화, 분업화되고 손쉽고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 파는 사람에게도, 사는 사람에게도 좋은 것이라고.(그와 관련된 책으로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토머스 프리드먼의 책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이 세계는 그들이 주장하는 것만큼 효율적으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가는 자본 증식에 대한 욕심으로 인해 다른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더 많은 자본을 모으려고 합니다. 그로 인해 예기치 않는 사회적, 환경적 불평등을 만들어 냅니다. 더 슬픈 건 자본주의를 경계하지 않는다면(엄밀히 말하면 정직하지 않은 자본가를 경계하지 않는다면) 그들이 말하는 것 보다 도덕적 해이가 더 팽배해진다는 점입니다. 그의 책에서 말한 바와 같이 가축화를 위해서 아마존 밀림을 불법적으로 불태우고 다른 동, 식물 종과 문명을 파괴하는 행위 등은 결코 도덕적으로는 용납이 되어서는 안 될 일입니다.
과거의 세계는 '승리하는 자가 정의다.' 로 귀결되는 세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다시 말하면, 미국을 위시한 자본주의의 승리는 부와 자본이 미덕이 되는 세상이었습니다. 책만 두고 보면 적어도 축산업은 아직까지도 그러한 마인드를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자본주의에 적을 두고 있는 다른 거대 자본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우리는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일까요? 이 세계는 축복의 시대일까요? 아니면 위기의 시대일까요? 문명의 붕괴 과정을 보면 과거 융성했던 문명이 멸망하게 되는 까닭 중 하나는 축복인 줄 알았던 것이 시간이 흘러 엄청난 위협으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물질적 풍요로 인하여 사치가 만연지고 그로 인해 자원은 고갈되고 도덕적으로는 해이 지며 빈부의 격차가 가속화됨으로써 멸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세계화 시대라고 합니다. 또한 지구촌이라고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말도 이제는 고리타분할 뿐입니다. 지금은 지구 반대편에 일어난 일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으며 직접적으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는 시대입니다. 그러나 적어도 육식에서 만큼은 그러한 위기를 감지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집니다.(왜 일까요? 한번쯤은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저자의 사고를 따라가다 보면 소고기 한 점이 우리 입으로 오기까지의 과정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그것이 사회 문화, 인류, 정치, 환경 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었는지 다각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채식주의자가 된다든지 혹은 소고기를 안 먹는 사람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기 한 점에 담긴 생각을 확대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습니다. 더불어 좀 더 해당 산업에 대해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함께 개선해 나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습니다.
미래는 어떤 음식을 즐기는 사회가 될까요? 그리고 우리는 이 사회와 지구의 미래를 위해 어떠한 음식을 선택해야 할까요?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와 환경, 그리고 인간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갖고자 하는 분들께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