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
가스통 르루 지음, 이원복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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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오페라의 유령'이 보이는 언행은 사람들로부터 호감을 얻지 못할 바에야 경외감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별명은 그에게 '에릭'과는 별개의 자아를 가진 '페르소나'와 같다. 그는 '에릭'보다는 '오페라의 유령'으로 존재할 때 더욱 당당하다. '몽샤르맹'과 '리샤르'는 전임자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유령'의 지정 관람석인 '2층 5번 박스석'을 다른 관객에게 내어준다. 그러자 유령은 두 감독에게 편지를 보내 '우리가 서로 평화롭게 지내길 원한다면 나의 관람석을 빼앗지 말아야 합니다. 이처럼 사소한 몇 가지 규정만 지켜 준다면 앞으로 나를 감독님의 보잘것없고 충직한 하인으로 여겨도 무방합니다'라고 경고한다.


그는 오페라 극장을 설계하는 데 참여했을 뿐, 단원들의 계약에 관여할 권리도, 극단의 일원으로서 급여를 요구할 권리도 없다. 하지만 그는 당연하다는 듯 부임하는 감독마다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하고 자신이 요구하는 것을 모두 들어줄 것을 요구한다. 원하는 대로 되지 않으면 자신이 가진 재능을 활용해 사람들을 공포에 떨게 만든다.

그의 행동은 '바람직한 의사소통'과 거리가 멀다. 하지만 아무도 그에게 "그건 옳지 않아"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의 외형이 너무 흉측해 가까이 다가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도 있지만, 지금껏 그와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이 없기에 '가까이 하면 안된다'라는 인식이 굳어진 것이다. 그렇게 그는 줄곧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접근하고, 원하는 것을 얻어냄으로써 잘못된 행동을 강화해왔다.



오래전부터 그에게는 '관계의 욕구'가 있었을 것이다. 한창 부모의 사랑을 받을 나이에 외면을 경험하고 흉측한 외모 탓에 그 누구와도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사랑받고 싶은 마음'과 '부모조차 외면한 얼굴을 누가 사랑해주겠어'라는 자괴감이 상충하면서 우울감은 깊어지고, 불안정한 마음으로 살아갔을 것이다. 결국은 아무도 찾아올 수 없는 지하에 자신만의 공간을 마련하고 말 그대로 '유령'처럼 살아간다.

그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누군가로부터 사랑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여러 조건으로 인해 그 권리를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살아왔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그를 '에릭' 그 자체로 아껴주었더라면, 그는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마음 아프다.




※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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