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기는 어려운 일이다.그의 본색은 그의 온 삶을 이해했을 때 비로소 드러나는 법이다." ㅡ <<이야기와 주역>>,p.92

"인생, 머 별거 없어요. 오늘을 잘 살면 내일도 잘 살 것이고 , 오늘을 게으르게 살면 내일도 게으르게 살 거예요"ㅡ수행자 시관스님

 

*** 요즘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에 정신이 팔려서 온전하게 독서하는 때가 드물어졌다. 이른 봄에 척박한 땅을 일구고 각종 씨앗과 모종을 심어놓았다. 이상기온으로 작물들이 냉해를 입고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위기를 맞았다. 작은 텃밭이니 화확약품을 쓰지 않고 오로지 땅심과 절기의 힘을 믿고 돌보기 시작했다. 작은 텃밭을 일구는 일이 점점 명상과 수행을 떠올리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어떤 조치를 취해놓고 그저 작물들이 회복하기를 기다리고 기다린다. 간신히 한가지 병해를 치료하고 나면 금방 뜻하지 않은 충해를 입는다. 조치를 취하고 뒤돌아서면 그 일들이 또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그래도 기다린다. 이 사소한 경험으로 농부의 마음을 그 애가 타는 마음을 짐작이라도 했다고 하기엔 염치가 없으나, 참 애가 탄다. 급기야 비약하자면 농부들이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던 심정이 이해되기 시작한다. 이런 즈음에 읽게된 책이 공선옥작가의 에세이다. 그 책을 읽고 "아, 망했다. 아, 써버렸어. 이번 생은 글렀구나"라는 감탄이 절로 났다. 내가 언젠가 글을 쓴다면 쓰고자 했던 내용을 쓰고싶던 문장의 형태로 이미 그가 써버렸다. 어쩔 것이냐. 세상에 거의 모든 것들은 이미 쓰여졌음을 다시 확인한다. 김두엽할머니의 책은 내게 그야말로 심플한 삶에 대해 말해주는 것 같다. 그 나이대에 들어선 이들의 입버릇같은 이야기지만, 정말 그 만큼의 겪음이 있는 인생-내 산 얘기를 책으로 쓰자면 소설로 열두권은 넘을 것이여-을 많지 않은 문장으로 보여준다.많지 않은 문장과 그림들이 어쩌면 열 두 권의 소설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해준다. 울림이 컸던 책이다. 그리고 역사속 인물들의 삶을 주역의 괘로 해석해내고 있는 책을 천천히 읽고 있다. 다 사람이 사는 일에 관한 책들이다. EBS다큐에서 보았던 깊은 산속 암자에서 수행중인 시관스님의 인터뷰 내용이 나를 다시 텃밭의 작물들로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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