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호미 한자루를 사면서 농업에 대한 지식을 장악했다고 착

각한 적이 있었다.

 

안쪽으로 휘어져 바깥쪽으로 뻗지는 못하고 안쪽으로만

날을 세우고

 

서너평을 나는 농사라고 했는데 

호미는 땅에 콕콕점을 찍으며 살았다고 말했다

 

불이 호미를 구부렸다는 걸 나는 당최 알지 못했다

나는 호미 자루를 잡고 세상을 깊이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너른 대지의 허벅지를 물어뜯거나 물길의 방향을 틀어 돌

려세우는 일에 종사하지 못했다

그것은 호미도 나도 가끔 외로웠다는 뜻도 된다

다만 한철 상추밭이 푸르렀다는 것,부추꽃이 오종종했다

는 것은 오래 기억해둘 일이다

 

호미는 불에 달구어질 때부터 자신을 녹이거나 오그려 겸

손하게 내면을 다스렸을 것이다

날 끝으로 더이상 뻗어나가지 않으려고 간신히 참으면서

 

서리 내린 파밭에서 대파가 고개를 꺾는 입동 무렵

 

이 구부정한 도구로 못된 풀들의 정강이를 후려치고 아이

들을 키운 여자들이 있다

헛간 시렁에 얹힌 호미처럼 허리 구부리고 밥을 먹는

 

 

***도시에 오래 살다보니 작은 텃밭을 일궈보는 꿈을 갖게 된다.

어딘가에서 도시 농부를 양성한다는 학습장이 있어서 기웃거리다 대장장이가 두드려서 만들었다는 멋진 호미 한자루를 졸업기념품으로 받았다. 마치 만석지기의 기개를 얻은 것처럼 호기로워졌다. 자, 이제 이 호미로 일구어낼 땅만 한조각 있으면 되겠구나...그러다 이 시를 읽게되었다.

나의 호미는 어떤 말을 하게 되려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