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석에 반대한다 이후 오퍼스 7
수잔 손택 지음, 이민아 옮김 / 이후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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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문학의 해부학

 문학은 언제나 ‘대상’이 되어왔다. 우리는 왜 ‘대상’이 되기를 기피하며 대상이 되어줄 무엇을 찾게 되는 걸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본다’는 행위는 능동적이다. 토끼를 노리는 맹수처럼. 그럼 대상, ‘보여진다’는 것은 수동적인 상태로 마치 포식자의 먹잇감에 불과한 것이다. 희생자의 포지션을 고수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을 우리는 늘 느끼고 있다. 따로 취업 면접이나 혹은 성과평가, 구태여 학교생활에서의 성적 등을 들먹이며 말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대상’은 일방적으로 평가를 받는 객체로서 기능하기 마련이다. 보는 이에 의해 판단과 가치가 발생하는 비자발적인 존재로서 말이다. 해석이 요구되는 셈인데, 공교육을 걸고 넘어지지 않더라도 문학은 해석이 필요한 무엇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수전 손택이 『해석에 반대한다』에서 “현대의 해석 방법은 파고 들어가는 것이다. 파고 들어가면서 파괴한다(p.24.)" 라고 지적했듯이 해석은 모든 것을 내용으로 환원한다. 작품을 이해하고 해석해야 한다는 무조건적인 강박. 요 근래 미디어나 비평계에서 대두되는 강단식 비평과 다르지 않다. 단지 교양과 지식을 쌓는 목적으로 문학작품을 재단하고, 보는 이로 하여금 작품을 이해했다며 종속시키는 행위 말이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것을 ‘문학의 해부학’이라고 부른다. 여기서 가장 악랄하고 지독한 것은 정신분석학이다. 오이디푸스 삼각구조에 모든 것을 환원하여 대상을 해부하려는 시도. 수전 손택의 예술의 '성애학'은 이에 맞서 저항할 목적으로 내놓은 대안이다. 문학을 읽는 게 아니라 문학과 껴안기. 문학을 자신의 자아 성장을 위한 밑거름 내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일종의 자기계발서와 궤를 같이하는 접근법을 완강히 거부하면서 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해석이 아니라 사랑, 문학이라는 타자와 마주칠 수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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