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이벤 아케를리 지음, 손화수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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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3월 31일>

* 나는 그때 왜 비겁했을까? by 이벤 아케를리 - 나는 나쁜 사람일까?

* 평점 : ★★★★★


이 책을 마주하면서 나에게 선입견이 있음을 깨닫는다.

소개글에서 보여지는 몇 몇 단어들에서 나도 모르게 머릿속이 반응을 느꼈기 때문이다.

나의 무의식속에 숨겨있던 차별성과 나와 다른 것에 대한 거부감..

동등한 대우를 해야 한다는 생각과 더불어 동정의 대상으로 티내고 말아버리는 낮고 낮은 도덕심..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이라고 나눠서 이야기 하는 것부터 차별이라 해야 하나??

인식의 개선을 하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필요하겠구나.. 생각을 한다.

이 책의 연결고리로 생각난 '아름다운 아이 어거스트'..

참 아름다운 소설이었으나, 아이가 겪어야 할 세상이 녹록치 않음에 책을 덮으면서도 안타까웠었다.

그 안타까운 마음이 계속 마음속에 있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다른 시선을 접하고 싶었다.  

"라스가 그런 병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그도 우리와 같은 하나의 인격체라는 점이지.

물론, 겉으로 보기엔 우리와 조금 다를 수도 있어. 하지만 느낌과 감정 같은…… 그 속내는 우리와 전혀 다르지 않아.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다는 점만 제외한다면 말이야. 이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세상 속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시간과 도움을 필요로 하지."

바로 이런 긍정적인 시선을 만나보고 싶었다.


아만다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느라 걱정이 많은 무난하고자 노력하는 아이다.

개학후 신입생 멘토를 하는 친구들과 달리 아만다는 전학생인 라스를 책임지게 된다.

다운증후군인 라스가 학교에 적응할 수 있게 도움주는 역할에 부담을 가졌었지만, 라스와 같이 하는 것이 즐겁고 그를 진심으로 대한다.

자신의 모습과 라스의 모습이 비밀블로그에 포스팅이 되는 것을 알게 된 아만다.

아만다는 자신의 이기를 위해 친구인 라스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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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54) 그렇다고 내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람들을 무턱대고 싫어한다는 말은 아니다. 단지 나는 내가 그들과 상관없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다. 나는 세상의 오묘함을 그저 조금 떨어진 자리에 서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

그들과 함께 어울린다든지 그들이 내 인생에 끼어드는 것은 피하고 싶을 뿐이다.

(P.75) 라스를 책임지고 돌봐 줄 용기 있고 성숙한 학생은 온데간데없었다. 라스의 눈앞에는 용기는커녕 다른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할지 걱정하는 이기적이고 바보 같은 학생만 앉아 있을 뿐이었다.

(P. 290) "난 항상 남의 눈에 띄지 않기만을 바랐어. 하지만 막상 그런 일이 실제로 내게 닥치니 너무나 불행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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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보면 주인공의 행동이나 말들이 상당히 거슬릴 때가 있다.

답답해서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가는 경우는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때 이야기의 진행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다.

그래서 답답해 죽어버리겠다는 것과는 조금 다른 감정이다.

주인공이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때는 주인공이 행동이 나의 행동일거라는 일인칭 시점으로 바라볼 때인거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만다가 꼭 그랬다.

읽으면서 아만다가 하는 생각들이 짜증나고 거슬려 미칠 것 같았다.

그 마음 뒤를 바라보니 평소의 내 모습, 내 생각들이었다.

마치 유체이탈하여 내 모습을 쳐다보는 것 같은 소름돋는 느낌이었다.

아만다의 생각 하나하나가 말 하나하나가 다 내 이야기였다.

앞에 나서기를 꺼리면서도 소외되기는 싫어서 항상 주위를 맴돌면서도 거슬리는 사람이 안 되려 했고,

나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 남들이 뭐라고 할지 걱정되고 불안해하는.. 그런 내 모습을 정면으로 만나는 시간이었다.


(P.136) "왜 우리는 라스의 행동을 멈추는 것이 그를 도와주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걸까?"

"왜 라스는 그 이상한 행동을 계속하면 안 되었던 걸까? 왜 우리는 그런 라스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단지 내 말은 사회가 그런 식으로 돌아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거야. 다른 사람들의 놀림감이 되는 걸 두려워 하거나 보통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행동을 해도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말이지." 

(P.260) 복잡한 문제를 설명하기엔 너무나 간단한 말이었지만, 그건 진실과 그리 멀지 않았다.

내가 그 일을 했던 것은 내가 나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라 용기가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나쁜 짓을 한다는 것과 용기가 없다는 것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 것이라는 사실이다.

(P.286) "어느 날 거울을 보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약한 자들을 괴롭히는 사람의 얼굴은 여러분과 나처럼 무척이나 평범합니다.

여러분들도 거울을 보며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혹시 당신도 왕따를 주도하거나 모른 체 한 적이 있는 나쁜 사람이었는지."

"비겁함과 악함은 왜 같은 얼굴일까?" 

자꾸 내 어린 시절을 되돌아보게 한다.

나는 어렸을 적에 참 비겁했다.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된 엄마의 손을 붙잡고 집앞을 다니기가 창피했다.

놀이터에 노는 아이들이 뒤에서 수군거리는 모습을 보면서도 나는 고개를 떨군 채 그저 그 공간을 벗어나기만을 바랐다.

내 손을 지팡이 삼아 절뚝거리며 걷는 엄마의 모습을 친구들에게, 다른 또래들에게 보이기 싫었다.

엄마를 부축하며 갈 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않기를 빌었다.

진실로 용기가 없었다. 나의 엄마를 누군가에게 소개할 용기가..

왜 나만 이렇게 아픈 엄마가 있어야 하는지 원망스러웠다.

엄마의 존재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그 시절의 어린 나는 알지 못했다.

비겁한 나는 결국 학창시절 내내 엄마를 원망하며 지냈고, 내 존재를 스스로 깍아내렸다.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아 나를 흔드는 우울한 내 안의 모습들로 남아버렸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비겁하다.

그때 그런 마음이었던 것을 엄마에게 솔직히 말하고 용서를 구해야 했음을..

아만다를 보며 깨달았다.

아마 그때 내 손을 잡고 있던 엄마도 내 맘을 느꼈으리라. 엄마를 창피해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러나 단 한 번도 서운함을 비친 적도 나무란 적도 없으셨다.

마음을 열었던 친구에게 배신을 당해버린 라스가 마음에 깊은 상처를 받은 것처럼 금쪽같이 예뻐했던 막내딸이 엄마를 창피해하고, 원망하는 것에 당신의 가슴에도 상처가 났을거라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다.

그 우울한 내 모습은 아직도 진행형이었다.

오늘 엄마를 보러 간다.

엄마를 만나면 어렸을 적의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그때 그런 마음을 가졌었다고, 후천성 장애를 가지게 된 엄마를 마음으로 받아들이기엔 그때는 내 마음 그릇이 빚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사람들이 엄마의 모습을 구경거리처럼 쳐다보는 것이 그 누구보다 힘들었을 사람은 바로 엄마일거라는 걸 알지 못했던 철이 지지리도 없는 못된 딸이었다고..

혼자 고상한 척, 혼자 잘난 척 하는 남보다도 못한 딸이었다고..

30년이 넘어서야 깨달았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용서해달라고...

이제는 혼자서는 걷지도 못하시는 엄마에게 나의 용서가 닿아질지 모르겠지만, 이제서야 용기를 내본다.

아만다처럼..

"사과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미안해 하는지 그 진실된 마음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단다."


활자의 사이즈가 크고, 문장의 간격들도 시원시원하여 읽는 데 부담이 없었다.

어린이의 시선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여서 문장 역시 어려움없이 술술 읽혔다.

그 안에 든 내용은 한 번 읽고 지나치기에는 생각거리가 너무 많지만 말이다.

청소년문학이니만큼 많은 아이들이 서로 다름과 틀림에 대해,배려와 평등에 대해, 나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이 책을 통해 쉽게 알아챌 수 있었으면 한다.

다름이 어느 누구의 놀림감이 되어서도 안 되고, 도움이 손길이 필요한 이들에게 머리의 계산보다 가슴의 마음이 먼저 움직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우리 아이들이 진실로 알아채기를 바란다.

더불어 아이들이 보고 배워나갈 수 있게 진심으로 진심으로 어른들이 이 책을 통해 깨닫는 시간을 가질 수 있기를 바란다.

특히나 나와 아만다처럼 주변인으로 남고 싶어하는 이들에게 더욱 진심을 다해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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