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초언니
서명숙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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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27일>

* 영초언니 by 서명숙 - 지금 영초언니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

* 평점 :★★★★

* 실제 읽은 날 : 2017.08.24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런데, 그런 대한민국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일어났다.

공정함은 누구 집 개의 이름인지, 부정청탁으로 자리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임명되고, 그런 이들이 대한민국을 쥐락펴락하며 살기에 바쁜 국민들은 그런 것은 전혀 모르는 날들..

우리는 잊고 살았다.

우리가 민주주의를 누리기 위해 누군가의 앞에 서서 달려간 이들의 용기를, 그들의 외침을, 그들의 행동을..

그때보다 많은 것을 누리는 시대인데도 우리는 몸을 최대한 숙이고 납짝 엎드린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놓칠까 싶은 개인주의,

남들보다 부족한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무서운 소심함,

나 아니어도 누군가는 하니까..하는 방관주의...

철저하게 이기적인 나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천영초'라는 인물이 다가온다.

불의한 국가권력에 맞섰던 이들의 이야기들, 그 중에서도 그 시대의 학생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 '천영초'라는 '센 언니'에 대한 기록이다.

그런 이가 있었는지도 모르게 지워지고 잊혀져버린 우리의 아픈 이야기를 읽는다.

2017년 지금 나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운동권 대학생들의 처절한 이야기를 읽어야한다.


제주도의 서명숙상회 딸 '서명숙'은 한낱 대학교의 학보사마저도 외부검열이 심해 스스로 자기검열이 들어가야 하는 생활,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선배와 동기들을 보면서 이제껏 몰랐던 세상에 눈을 뜬다.

고대신문사 뒤풀이에서 만난 '천영초'와의 인연으로 같이 자취를 하며 생활하는 서명숙.

노동야학의 교사 활동, 가라열이라는 여학생 모임, 가라열 멤버인 혜자언니의 시위대 주동등.. 대학가에 자유의 공기는 점점 사라져갔고 호흡 곤란 증세는 심해진다.

혜자 언니의 시위대 주동의 계기로 '천영초'는 미행조가 붙기 시작하고, 자유시위를 계획하던 그들은 붙잡혀 가 정신뿐 아니라 신체적으로 폭력, 강제구금을 당하고, 나중에 천영초와 서명숙을 비롯한 여학생들은 구치소에 갇히게 된다..


(P.109)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때 엄주웅이 사랑한 대상은 '서명숙'이라는 특정한 여학생이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암울한 시대에 불의한 국가권력과 감히 맞장을 뜨려는 자가 끊어내야 하는, 포기해야 하는, 남겨두고 떠나야만 하는, 그 모든 그리운 것들의 한 조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 모든 것이 다 삐딱하게 보이는 객기가 넘치고 용기가 넘치는 때가 있었다.

에너지가 철철 넘쳐 뭐든 달려들어 해낼 수 있겠다는 열정이 있을 때 성적 맞춰 들어간 과가 적성에 맞지 않음에 앞뒤 가리지 않고 서울로 올라갔고, 서울의 대학교들을 돌아다니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우연히 보게 된 학생들의 민주화운동들의 사진들을 마주한 순간..

나도 그들처럼 세상을 위해 나를 쓸 수 있을까?

지금 저 시대처럼 처절하게 민주주의를 외쳐야 하는 시대라면 나는 저들처럼 앞에 설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깊이 고민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저 객기에서 나온 영웅심리뿐인 망상이었음을, 나에게는 나를 버릴 만한 용기도 정의도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그런 후 나는 평범함 무리속에 천천히 스며들기 시작했고, 도전보다는 안전을 우선시하며 나를 지켜내기 바빴다.

무리와 다른 소리를 내게 되면 집중을 받게 되는 것을 알게 되고,

집중을 받는다는 것은 다른 이들과 척을 두는 일도 생긴다는 것도 알게 되고,

무리와 다른 이에게는 기회보다는 손실이 따르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평범하고 튀지 않으려는 소심함이 커졌다.

무엇이 진실인지 목소리를 내는 것도 두려워 쉬쉬 하던 나, 그리고 많은 사람들..

그렇게 나만 바라보던 시선을 사회로 돌리게 만든 사건이 '세월호 사고' 였었고, 그에 뒤따른 '최순실' 사건이었고, 까면 깔수록 알 수 없는 일이 하루가 멀다하고 공개되는 정치권에 대한 비리들..

나 혼자 조용히 살자..고 하기엔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촛불을 들고, 세월호를 추모하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그리고 <영초언니>, 이 책을 만났다.

누가 영초언니를 미친듯이 싸우게 만들었을까?

누가 이들을 도망자라 만들고, 행복이라는 단어가 낯설게 만들었을까?

왜 이들은 그렇게 행동을 했음에도 비겁함을 택했다고 말해야만 했을까?

자유라는 것을 향해 열심히 뛰어간 것 밖에는 없는데, 그것이 그토록 고통을 감내해야 하는 일이었는지..

그 두려움에 이기지 못한 것에 왜 그토록 비겁해했는지..

우리는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자유를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버린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있을 수 있었음을..

그들이 행동함으로 우리 또한 민주적인 촛불 의식을 할 수 있었음을..

그때의 처절함과 고통들이 담담하게 적혀 있는 이 이야기를 훗날 내 아이에게도 담담히 손에 쥐어주려 한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 세대보다 앞선 세대에서 자유를 위해 투쟁한 이들을 기억해야 지금의 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사랑하며 지켜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영초언니를 만나야만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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