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기사단장 죽이기 - 전2권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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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 9일>

기사단장 죽이기 1,2 by- 무라카미 하루키

평점 : ★★★★반 (흔적을 남기다보면 점점 좋은 내용들이 많아져 별점이 높아집니다...^^)

실제 읽은 날 : 기사단장 죽이기 1 - 2017.08.05 / 기사단장 죽이기 2 - 2017.08.08


많이 기대되던 책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인 '1Q84'를 재미있게 본 탓이다.

줄거리가 기억나지는 않으나, 무척 흥미로웠던..

그런 작가의 책이어서 예약이 올라오자마자 몇 십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를 했는지 모른다.

내 서가의 책이 과부하에 걸려 욕심나는대로 책을 들일 수 없는 이유다.

과감히 도서관에 입고신청을 하고 제일 먼저 대출받은 수아씨...

책표지를 벗겨낸 검정 피부의 양장본 2권..

널 소중히 여겨줄께. 내 소유는 아니지만, 내 손에 있을 때는 그리 대해줄께..마음으로 한시도 북커버를 벗기지 않았다.

대출 2주째.. 검정피부의 이 책들은 처음 모습 그대로이다*^^*

뾰족한 모서리 한 곳도 검정 피부가 벗겨지지 않을 만큼....


1Q84도 그랬지만, 이 책 역시 읽히는 재미가 있는 책이다.

책에 나오는 잡다한 지식을 겸비하면 더 재미있을 거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책이다.

다양한 음악들, 다양한 차 종류들..

이번 주인공의 직업이 화가인지라 시각적 설명이 많다는 생각도 든다.

시각적 설명이 많으니 그 설명을 읽으면서 상상을 하게 된다.

그림에 대한 묘사가 특히 더 그렇다.

화가 주인공의 눈으로 보는 그림들의 설명..

아마다 도모히코의 <기사단장 죽이기>의 묘사는 열심히 머릿속에 그려보게 만든다.

실제 존재하지 않는 그림들이기에 묘사와 실제가 얼마나 동일한지 알아낼 수가 없다.

지금 우리가 접하는 명화 느낌이 진할 것 같은 그림이다.

그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고, 그림과 소통한 적이 없었던 나인지라 같은 그림을 본다해도 주인공과 같은 느낌을 받지는 못하겠지, 싶어 그가 알려주는 그림의 느낌을 문자대로 이해해본다. 그림을 보는 눈을 가진 주인공과 주위의 인물들이 부럽다는 말은 혀 뒷쪽으로 삼킨다.

맨시키 초상화도 궁금하고, 미완성된 마리에 초상화도 궁금하지만, 나는 <잡목림 속의 구덩이>가 미치게 보고 싶다.

무덤 안의 밀실을 연상케 하는 그 구덩이를 실제로 내가 마주했을 때 나에게는 과연 공포가 없을 것인가?

내가 일어나는 공포는 내 안의 '이중 메타포'의 존재성인지..

혹은 내 깊이 간직되어 있는 어떤 사실에 대한 기억인지..

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서인지.. 나의 존재성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자존감의 결여인지..


(P.1-157) "위장한 축복. 모습을 바꾼 축복. 언뜻 불행처럼 보이지만 실은 기뻐할 만한 일이라는 뜻이야. Blessing in disguise. 그리고 이 세상에는 당연히 그 반대도 있을 테지. 이론적으로는."


(p.1-369) 숲의 정적 속에서는 시간이 지나고 인생이 흘러가는 소리마저 들려올 것 같았다. 한 사람이 가고 다른 사람이 온다. 한 생각이 가고 다른 생각이 온다. 한 형상이 가고 다른 형상이 온다. 나 자신조차 반복되는 나날 속에서 조금씩 무너졌다가 재생된다. 무엇 하나 같은 장소에 머물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은 상실된다. 시간은 내 등뒤에서 조금씩 죽은 모래가 되어 무너지고 사라진다. 나느 그 구덩이 앞에 앉아 시간이 죽어가는 소리에 마냥 귀를 기울였다.


(P. 2-98) "어떤 일이든 밝은 측면이 있어. 제아무리 어둡고 두꺼운 구름도 뒤쪽은 은색으로 빛나지."


(P. 2-131) "왜냐하면 사람이 어떤 생각을 멈춰야겠다고 마음먹고 실제로 멈춘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하니까. 무언가를 그만 생각해야겠다는 생각도 하나의 생각이고, 그 생각을 갖고 있는 한 그 무언가 역시 생각의 대상이 되거든. 무언가를 생각하기를 멈추려면 그걸 멈추자는 생각 자체를 멈춰야 해."


(P. 2- 158) "저는 그저 흙덩어리지만, 썩 나쁘지 않은 흙덩어리이기도 합니다." ............

"건방진 소리지만, 제법 쓸 만한 흙덩어리라고 해도 좋을 겁니다. 적어도 어떤 종류의 능력을 타고났습니다. 물론 제한된 능력이지만, 그것도 능력임은 확실하지요.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은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따분할 틈은 없어요. 제가 공포나 공허함을 느끼지 않을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보다 따분할 틈 없이 사는 겁니다."

-- 인용구는 멘시키의 말이다.

사실 이 말을 제대로 읽어보자면 P.156부터 천천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나는 나이를 먹는 게 두려운가? "솔직히 저는 아직 실감이 안 됩니다. 삼십대 후반에 접어든 남자가 이런 말을 하면 바보같이 들릴지 모르지만, 왠지 이제 막 인생이 시작됐다는 기분이에요."

-- 인생이 큰 굴곡없이 원만하거나 눈치챌만한 무언가가 없이 잔잔함만 있다는 것은 좀 따분한 듯하다.

마음의 변화나 생활의 변화는 잔잔한 생활을 뒤흔들만한 일이 생길 정도의 데미지가 느껴져야 되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결혼을 하면서 꿈을 택하는 대신 생계를 택하고, 반복적인 일상에 젖어들어 주위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느 날 헤어지자는 아내의 통보에 멈춰있었던, 행복했었다라고 믿었던 6년의 결혼생활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그 시간동안 그가 겪게 되는 이야기, 생계가 아닌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그리며, 그가 몰랐던 그의 내면을 알아간다.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부터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의 모호함... 행복하다고 믿는 그 일상에 안주하려고 하던 그를 생각한다.

과거를, 현재를, 그리고 미래를..


(P.2-597) 그는 아키가와 마리에가 자기 아이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는 가능성의 밸런스 위에 자신의 인생을 구축하고 있다. 두 가지 가능성을 저울에 달고, 끝나지 않는 미묘한 진동 속에서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아내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귀찮은(적어도 자연스럽다고는 하기 힘든) 작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다.

나에게는 믿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비록 좁고 어두운 장소에 갇힌다 해도, 황량한 황야에 버려진다 해도, 어딘가에 나를 이끌어줄 무언가가 존재한다고 순순히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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