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철도 분실물센터 펭귄철도 분실물센터
나토리 사와코 지음, 이윤희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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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 22일>

* 펭귄철도 분실문센터 by 나토리 사와코 - 되돌아가고 싶은 그런 날이 떠오르는.. 그저 나에게는 그런..

* 평점 : ★★★★★

* 실제 책 읽은 날 : 2017년 7월 12일

 

 

감동을 받는다는 것, 그것이 어떠한 마음이라고 단정을 짓지 못한다.

가끔 마음이 헷갈리기 때문이다.

가슴 어느 한쪽이 찡해오는 느낌 혹은 무엇인가가 뭉클 잡혀지는 느낌..

또 어떨 때의 마음는 바닷가의 물결이 저 멀리서부터 스멀스멀 기어오는 것처럼 티 안나게 움직이며 다가오다가 시야에 어느정도 확보가 된 이후에 높이 솟은 담벼락이 되어 달려드는 것과 같을 때도 있다.

안심하고 있다고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라고 표현하면 맞을 것 같다.

이 책이 그러했다.

첫 번째 느낌 + 맨 마지막 후자의 느낌이다.

별 고민없이 집어든 책이었고, 분실물에 담긴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일거라고 생각햇다.

물론, 예감은 분명 맞았다.

책 읽는 시간은 나와는 정서가 살짝 이들의 문화와 생각을 엿보는 시간이었다.

또, 예감이 맞아 느긋하게 책을 읽는 시간이었고, 내려놓은 마음이 훅 끌려나오는 야릇한 시간이었다.


아마토기타 여객철도에는 전철을 타고 다니는 펭귄이 있다.

가방 속에 유골 단지를 들고다니다 잃어버린 교코, 오래 전 친구가 준 편지를 넣어둔 부적주머니를 잃어버린 겐, 생각없이 들어선 대형 문구점에 산 별 생각없이 구입한 네모난 물건이 든 쇼핑백을 잃어버린 지에..

그리고, 화를 내며 아내를 데리고 아들 소헤이가 있는 역으로 찾아온 준페이..


도대체 펭귄이 어떻게 사람들 사이에서 돌아다닐 수가 있지?

펭귄이 돌아다니는 설정에 아무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럴수도 있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는 새 했는지도 모른다.

4번째 이야기를 읽으며, 앞의 페이지로 다시 돌아와서 읽는다.

앞으로 넘겼다 뒤로 넘겼다, 읽은 부분을 다시 읽고, 또 읽고..

그렇게 페이지를 돌려가며 책 속에 숨겨져 있는 퍼즐을 맞춘다.

맞춰가는 퍼즐이 조금씩 윤곽이 드러나면서 나는 심호흡을 한다.

그리고, 최대한 늦은 완성작을 보려고 자꾸 책장을 뒤적거린다.

그렇게 늦장부렸음에도 책장을 덮었다.

마치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이 된 것 같다.

"이 책 너무 좋더라..."...라고 입이 근질거리는....


(P. 169) "내가 지금 있는 곳이 내가 있을 자리라 생각하는 게 마음이 홀가분하고, 마음으로 이어진 누군가를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되면 그 순간부터 혼자가 아닌 거야."

(P. 172) 인터넷 세계에서조차 이제 자신의 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어떤 계기로 이어지게 된 누군가가 소중히 여겨지면 손을 내밀어보자고 결심했다. 설령 그 사람이 자신을 보고 있지 않더라도, 설령 그 사람이 눈앞에 없어 얼굴도 이름도 성별조차 모른다 해도.

(중략) 

인터넷 세계에서건 현실 세계에서건 지금 겐이 있을 자리는 없다. 그건 동시에 인터넷 세계에서건 현실 세계에서건 앞으로 자신의 힘으로 자신이 있을 자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는 얘기다.

(P. 313) "자신을 이해 못 하는 것이나 사람을 부정 안 했으면 좋겠어ㅛ. 부정당하면 당한 쪽도 다시 어르신을 부정할 거예요. 교류는 거기서 끊어져버려요."

(P. 381)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어졌다. 죽음, 치료, 수술, 아내에 대한 의무, 회사에 대한 책임, 죽은 아들을 향한 후회, 그런 모든 굴레가 펭귄의 볼록 솟아오른 배 주위에 달라붙어 있는 것 같아 무서워졌다.

평소처럼 펭귄과 같이 탔던 전철이 역에 들어서고 문이 닫히는 순간 준페이는 도망쳤다. 펭귄에게서, 모든 것에서.


두고두고 마음이 좋았다.

넘긴 책장이 쌓여갈수록 애잔한 두근거림, 슬픔인 듯 짠함인 듯 희망인 듯한 가슴 죄어오는 찌릿감.. 이 더해온다.

책을 덮어 감정이 사그러들었다가 흔적을 남기려 책장을 뒤적이니 또다시 그때 그 마음이다.

어찌 이럴수가 있는거지?

나에게 이 책의 느낌을 말하라면 난 서슴없이 '나미에 잡화점의 기적'과 비슷한 마음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나에겐 이 책은 어린 시절 되돌아가고 싶은 날, 어느 지점이다.

허망함과 간절함, 그리고 추억이다. 나에겐 그렇다.


「"운명에 자기 인생을 맡기면 편하겠지만 인생이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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