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코다 이발소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북로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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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3월 19일 >

무코다 이발소 by 오쿠다 히데오 - 외면하던 노후에 대한 직설적인 보고

평점 : ★★★반

 

 

가볍고 길지 않은 문체여서 쉽게 집어든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공중그네'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번 역시 가벼운 마음으로 읽자... 그런 마음으로 책장을 열었다.

뒷 부분의 간략줄거리만으로도 새로운 이야기를 접한다는 마음에 가슴이 콩닥거렸는데, 읽으면서.. 왠지 속았다는 느낌이 든다.

내용이 좋지 않았다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지만, 전작에 비해 조금은 단촐하다는 느낌??^^

잔잔한 시골의 일상의 이야기가 그려진 '일본판 전원일기'를 보는 듯 했다.


무리없이 흘러가는 시골의 모습이 지극히 평범해보이며, 복잡하고 빠르게 지나가며 타인의 시선을 공유하는 시간이 적은 도시에서 사는 이가 바라보는 시선...


젊은이들이 떠난 시골의 작은 마을... 젊은이들이 시골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들...

내가 사는 지역이 걱정은 되나 그 지역에서 힘들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부모들 마음...

점점 각박하게 돌아가는 사회속에서 서로서로 챙겨주는 '정'이 있어 서로에게 의지하는 내 부모들의 모습들...

'무코다 이발소'는 아버지의 가업을 이어받은 무코다 야스히코씨가 운영을 한다.

'무코다 이발소'는 동네 사랑방이며 동네의 모든 이야기들이 거쳐가는 곳이기도 하고, 적절한 중재자 역할을 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생활하던 아들이 다니던 회사를 접고 가업을 잊는다 하며 내려오는 것에 야스히코씨는 비전없는 시골의 삶을 자식에게 되물림해주는 것것은 아니라 생각을 한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을 싫어하고 오기 싫어한다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조금 더 큰 야스히코씨..

시골에는 밝은 미래가 없다고, 시골을 피난처로 생각하지 말라고..

그렇게 자신이 살고 있는 시골에 대한 인식을 했던 야스히코씨는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을 겪으며 자신의 염려와 달리 젊은이들의 열정과 패기들이 그 곳에서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기 시작한다.


전에 읽었던 웹툰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만석할아버지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노인네가 오래 살다가 죽으면 다 호상이야!!

살 만큼 살았으니까 죽는 게 당연하다 이거야! 늙었으니까 그만 죽어야 한다 이거야!

노인네는 죽어도 잘 죽은 거란 말이야.....?" 

나이의 앞 숫자를 바꾸고 나니 슬슬 '노후'라는 단어가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물론, 아직도 늙을 노자를 쓰는 노후라는 단어가 내 생활에 직접적으로 다가오지는 않지만, 분명 지금부터 정신 바짝 차리고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맞다.


소소한 시골의 이야기가 가득찬 이 소설를 보며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현실이 겹쳐진다.

우리보다 앞서서 고령화시대를 맞이한 일본..

거기에 발 맞추듯 고령화 인구가 늘어난 우리 나라..

내가 사는 아파트만 해도 아이들보다 어른신들의 유동이 크고, 놀이터에서는 아이들 목소리를 들은지가 얼마나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아이들이 학원으로 열심히 도느라 놀이터에 나올 수가 없는 것이고, 한자리에서 가지고 놀 수 있는 스마트폰이 있어 굳이 놀이터까지 나가지 않는 것이 놀이터에 아이들이 없는 더 큰 이유이기는 하다.)

살아가며 느끼는 것이 있다면 적절한 조화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친구들도 이성과 동성이 적절하여 서로 닮을 점, 서로 다른 점을 자연스럽게 아는 것이 좋고, 사회 구조에서도 중년과 청년 그리고, 청소년이 각자 자신들의 움직일 그 곳들에서 활동해주는 것이 서로에게 윈윈이 되어주니 말이다.


이 책에서는 시골의 갖고 있는 문제점을 단촐한 문장으로 제시를 해준다.

또, 문제점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고, 변화를 꾀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도 제시를 해준다.


(P.68) 도마자와의 고령화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동네 전체의 골칫거리다.

하가야 이런 쇠락한 지역은 어디나 비슷한 상황일 것이다.


(P.105) 나이 든 사람은 나이 든 사람끼리 얘기가 통하는 것일까.

괜한 간섭이라면 삼가야겠다는 생각에 야스히코는 한동안 지켜보기로 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옆에 누가 없으면 외로워할 것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역 세대의 오만한 착각일지도 모른다.

여든이 된 어머니도 매일 하는 일이 없는데도 재미나게 살고 있다.


(P.162) 다이스케는 정신적으로 지쳐 있는 것이다. 그것은 공동체 사회의 인간관계에 대한 거부증이다.

도시 같으면 이런 간섭 없이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시골에서는 선택의 여자가 없다.


(P.312) 삿포르나 도쿄 같은 도시에 살면 주위에서 뭐라 말하는 사람이 없어 살기는 편할지 모르겠지만, 사람과 친해지거나 여자를 사귀게 되면 피치못하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을 수밖에 없는데, 숨기는 일이 있으면 사람과의 교제를 피하게 될 테고, 또 괴로울 테니까..-----(중략)----

 "무슨 일이 있으면 옛날에는 따돌렸지만, 앞으로 조그만 동네는 그래서는 안 되죠.

다들 편견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동네를 만들어야 하잖아요."

 "너, 언제부터 그렇게 말하는 인간이 되었느냐?"

 "변화가 없는 동네잖아요. 조금은 변화를 불러일으키자 싶은 겁니다."


이제 중년에 접어선 나에게 이 책은 말한다.

'너의 노년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니?' 라면서...

아직은 나에게는 무리수다.

무엇이 정답인지 무엇이 맞게 흘러가는지는 모르겠으니 말이다.

그래서 전체적인 사회 분위기를 따라 최선을 다해 현재를 살 수 밖에 없을 뿐이라고..

그러나 절대 나 하나 변한다고 뭐가 달라지나? 라는 자조적인 변명이 아니다.

내가 위치한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살면 나도 변하고 남도 변하며 사회도 좀 더 조화롭게 돌아가는 톱니바퀴가 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노령화 시대를 맞이한 우리 청년, 중년들에게 시골의 현실을 바라보게 해주는 이 책은 지금 이 상황을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직시하여 좀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생각거리를 제시한다.

이제 그 생각거리를 우리 세대 그리고, 우리의 아이들 세대에 적절하게 조화시켜 주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한다.

청년들과 중년들의 더 많은 열정이 필요한 시골을 살려 아이들에게 물려주는 방법..

야스히코가 말한 것처럼 시골에는 밝은 미래가 없는지, 그의 아들 가즈마사가 말한 것처럼 편견 없이 사이좋게 지낼 수 있는 마음 편한 동네를 만들 수 있는지는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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