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신잡 SEASON 1 -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
양정우 외 지음 / 블러썸북스 / 2020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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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리뷰)

* 『알쓸신잡 season1』 by 양정우.양슬기.이향숙.문지은 - 알아두면 쓸데있어지는 잡학여행서 *

* 평점 : ★★★★

* 실제 읽기 마친 날 : 20.07.23

예능을 즐겨보지는 않는다.

연예인들의 입담에 볼때는 즐거우나 사실 남는 것이 없는 프로들이 많기도 하거니와 그들의 사적인 부분들까지 일일히 알고 싶지 않기도 하다.

굳이 찾아본다면 그들의 근황을 묻고 대답하는 식의 예능보다는 차라리 신나게 웃을 수 있는 것들이 좋고, 일상이 묻어나는 프로가 좋다.

또, 책을 읽게 도와주던 '요즘책방'같은 프로는 지향하는 취향이니 이런 취향을 딱 겨냥해 준 예능이 나왔더랬다.

'알쓸신잡'이라고, 왜 이리 이름이 어려울까,싶고 입에 착착 달라붙지 않을까,싶지만

프로를 보고 나니 이 제목만큼 어울릴만한 것도 없었겠구나, 했다.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라는 제목답게 패널들의 지식은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할 만큼 방대했다.

이야기의 주제가 따로 없이 흘러가는대로 굴비 엮이듯 엮이는 이야기들의 끝이 보이지 않아 신기했고, 놀라웠으며, 심지어 재미있기까지 하니.

그들이 지역을 돌아다니며 풀어내는 지식들은 그 지역을 동경하게 했고, 이미 다녀와 본 지역이 나올 때는 반갑고 몰랐던 지식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에 알고 가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져 나왔다.

신선했다, 이런 예능이..

오래오래 보고 싶었는데, 어느 순간 엔딩이 찾아왔다.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다.

그런 아쉬운 마음이 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나 보다.

예능, '알쓸신잡'이 도서, '알쓸신잡'으로 탈바꿈되어 나왔으니 말이다.

사실 예능은 보고 잊혀지는 것들이 많아서 정보의 기억보다 즐겁게 봤다는 기억이 많았는데, 책으로 만나는 '알쓸신잡'은 -알아두면 쓸 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 아니라 -알아두면 쓸 데 많아지는 신비한 잡학여행서- 라고 봐야 할 듯 하다.

챕터마다 텔레비전에서 놓쳤을 다양한 정보들이 정리되어 있어 그 지역을 알고 여행을 할 수 있는 훌륭한 여행서이다.

일반 검색으로는 놓쳤을 정보들이 잡학박사들의 이야기로 세상에 나오니 이 쓸모 많은 지식들이 사장되지 않는 운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알쓸신잡 season1』은 총 챕터7로 나누어져 있다.

차례로 보아도 괜찮고, 원하는 챕터부터 봐도 무방하다.

다양한 잡학박사들이 지나간 발자취마다 풀어놓은 지식들은 다양한 시선으로 지역을 보게 했고, 고정관념을 깨닫게 해주었다.

이를테면, 그 지역을 여행하면 지역 음식은 꼭 먹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나와 관심이 다른 이들과의 여행을 유하게 해줄 수 있는 개취를 인정하는 당일여행도 괜찮구나, 라는 생각.

p.37) 지방으로 여행을 갈 때면 그곳의 대표 메뉴를 맛보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생각은 '서울 중심주의'에서 비롯된 편견일 때가 많다는 것이다. 하긴 그렇다. 통영이라고 멍게비빔밥만 파는 게 아니고, 전주 사람들이라고 콩나물국밥을 매일 먹지는 않을 것이다.

여행이 스트레스가 되면 안 되듯 내가 궁금하지 않은 곳에 우르르 몰려가 사진 한 장 찍고 끝내버리는 시간 낭비를 하지 않게 해주는 합리적인 여행 방법이 지식과 한 몸이 되니 멋짐이 폭발한다.

'알아두면 쓸 데 있는 장소들'도 중요한 정보이지만, '읽어두면 쓸 데 있는 Book Pick' 코너가 책을 좋아하는 나를 더 붙잡았다.

'통영'편의 '박경리'작가의 장편소설,『토지』와 '순천.보성'편의 '조정래'작가의 장편소설인 『태백산맥』이 자꾸 눈에 밟혔다.

읽어야 하나 보다, 도전해 봐야 하나 보다, 라며.

그외, 다양한 책들의 소개는 읽어야 할 책이 늘어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했다.

p.82) 뇌는 할 일이 많고 바쁘다. 이런 뇌가 피로해지면 아데노신이란 호르몬을 분비해 자신의 피로를 알려준다. 이 아데노신이 아데노신 수용체와 만날 때 우리는 피로감을 느끼고 쉬어야 할 때라는 걸 아는 것이다. 그런데 커피에 든 카페인은 아데노심이 수용체를 만나지 못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즉, 뇌는 피곤한 상태인데 마치 에너지가 충분한 것처럼 속는다. (...) 너무 피곤할 때에는 커피를 마시는 대신 잠깐 눈을 붙여야 한다는 말이다. 우리의 뇌는 소중하니까.

p.91) 오히려 말썽꾸러기 피노키오가 어린이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아이들 내면의 충동과 욕망을 긍정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P.169) 시대가 바뀜에 따라 죽음에 대한 관념 자체가 바뀔 수도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재 우리는 죽음을 극복할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만, 미래에는 죽음이 극복할 수 있는 질병의 한 종류가 될 수도 있다고.

P.188) 프루스트 현상이란, 마르셀 프루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서 주인공이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냄새를 맡고는 갑자기 어린 시절의 일들을 떠올리는 것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것은 뇌과학적으로도 타당한데, 후각 정보를 처리하는 후각 신경구가 기억을 다루는 편도체와 가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여행을 하면서 문학, 과학, 음식, 역사, 경제등등의 다양한 지식이 펼쳐질 수 있다니, 또 그것들이 이렇게 쉽고 재미있게 받아들여지니 일석이조라 할 만하다.

이 외에도 프레카리아트, 젠트리피케이션등등의 용어의 출현까지 이 얼마나 일상에 도움되는 지식들인가.

p.93) 각종 SNS 공간이 그렇다. 그곳에서 일상은 멋진 말로 포장되곤 한다. 그럴수록 더 많은 주목을 받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SNS 속 일상에 너무 회의를 품을 필요는 없다.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는 이유가 오로지 진실을 듣고 말하기 위해서는 아니지 않은가.

P.127) 경주에서 가장 좋았던 것이 바로 이런 것이다. 그저 관람에서 그치지 않고, 유적지가 생활환경 속에 자연스레 스며들어 있는 것.

'통영'부터 '순천.보성'을 지나 '강릉' 그리고, '경주', '공주.세종.부여'를 찍고 '춘천'을 휘돌아 내가 사는 지역 '전주'까지.

어느 하나 놓칠 곳이 없다.

그 중 추억속으로 자꾸 나를 밀어넣었던 '경주'편은 기어이 사진첩을 열어보게 만들었다.

이야기를 읽으며 2018년으로 시간은 거슬러 가고, 그때의 추억이 새싹 움트듯 돋아나왔다.

아이들과 릉과 릉 사이를 거닐었던 '대릉원'이 떠올랐고,

'문무대왕릉' 앞에서 파도소리로 귀가 먹먹했던, 그렇게 하얗고 높은 파도를 처음 봐서 신기했던 그 날이 떠올랐고,

숙소로 이동중에 발견한 넓다란 공터에 두 개의 탑이 너무 예뻐 차를 멈춰야 했던, 탑이 멋져 그저 올려다 볼 수 밖에 없었던, 그 석탑이 '감은사지 3층석탑'이라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되었고,

실제로 처음 본 '첨성대'가 생각보다 작아 조금은 실망했던 기억까지.

가족 여행때가 마구마구 떠올라 읽는 내내 행복했다.





여행의 한 꼭지를 변화시켜준 지식 폭발 여행서이다.

아직 가보지 못한 '통영'과 '춘천'을 갈 때는 이 책을 꼭 필수 도서로 들고가리라.

다녀왔던 곳들도 이 책의 정보따라 다시 가보리라, 마음먹었다.

『알쓸신잡 season1』이라는 이름으로 세상에 나온 책, season2가 제작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준다.

어느 잡학박사들이 일상화되지 못한 지식들을 세상으로 풀어내줄지 궁금하다.

예능에서의 즐거움과 기억해야 할 지식들이 담겨 있는, 즐거운 여행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보고 싶다면, 지금 이 책이 정답이다.

* '알쓸신잡 시즌1'의 마지막 도시였던 '전주',

전주역 첫마중길에서 의미있는 인증샷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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