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김누리 지음 / 해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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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by 김누리 *

* 불안과 불행을 당연하게 여기는 기형적인 사회를 말하다 *

 

저자가 말하는 독일교육에 대한 방송이 인상깊었다는 지인의 이야기에 관심이 갔다.

아이들이 교육이 고등교육으로 넘어가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생각이 들었다.

초등때는 교육에 대해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나, 중학교, 고등학교를 바라보면서 선택지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지금 현 사회와 다른 방식의 교육을 받아들이거나 아니거나..

우리 나라의 미래가 아이들에게 달려 있는데도 그들의 교육에 대해 모 아니면 도라니.. 어쩜 이렇게 획일적인 사회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름의 고민과 고민을 한 끝에 큰 아이의 고등학교를 결정했으나, 최선보다는 차선이었다고 해야 할 듯 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아이 학교를 정하고 나니 교육이란 분야에 더욱 관심을 쏟을 수 밖에 없었다.

그런 마음가짐의 나에게 '독일'이라는 나라의 교육을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렇게 손에 든 책은 교육뿐 아니라 심리, 정치, 사회분야에 이르기까지 나를 끌어들였다.

 

42- 우리나라의 갑질은 그 개개인의 인성이 잘못돼서 그런 명도 물론 있겠으나, 제도적으로 그걸 허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입니다. 권력을 가지고 있으니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요.

49- 거창한 존칭과 수식어를 걷어내고 이름만을 부르는 순간 사람들의 관계에는 엄청난 변화가 시작됩니다. 문화라는 건 인간과 인간이 맺는 관계들의 민주적 변화를 뜻하는 것이지요. 남성과 여성, 교사와 학생, 남편과 아내, 이런 관계들이 수평적으로 바뀌는 것입니다.

 

- 아, 이런..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우리는 민주주의 국가에서 산다고 생각해서 모든 것이 그러하려니 살았는데, 정치만 민주화가 있던 것이 아니었다.

요즘 내가 시도때도없이 욱하고 치밀어 오르는 화의 대부분이 일상의 민주화가 되지 않아서였음을,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말했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싶어 그렇게 화가 끓어올랐음을 깨달았다.

일상의 화의 정체에 대해 알게 된 나는 읽으면서 가슴이 떨려온다. 설레어온다.

경제 민주화가 된 사회라니, 문화 민주화가 된 사회라니..

너무나도 당연하여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온다.

쏟아지는 이야기들을 받아내며 과연 이런 사회가 가능한건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내가 알던 사회의 모습은 도대체 얼마나 좁고 좁은 우물 안의 모습이었을까.

 

* 1969년 빌리 브란트 정부

→ 과거 청산을 잘한 나라 : '더이상 아우슈비츠가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표를 가진 교육.

'비판 교육' : '적응'보다 '비판'을 더 중시.

: 기존의 질서에 대한 비판적인 안목을 기르는 것, 불의한 권력에 저항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p.69- 독일의 비판 교육은 비판적 사유 능력을 기르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학생에 대한 평가 방식도 우리와는 상이합니다. 우리처럼 사지선다, 오지선다 하는 '선다형'문제는 전혀 없고, 단순한 지식을 묻는 '단답형' 문제도 거의 없습니다. 이런 식의 평가 방식 자체가 반교육적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선다형 문제는 모르고도 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이라기보다는 '사기'에 가깝다고 봅니다. 단순한 지식을 묻는 것은 위험하다고 여깁니다. 그것은 주입식 교육에 상응하는 평가 방식이고, 주입식 교육은 파시스트 교육의 전형이기 때문입니다.

→ 복지 정책을 잘한 나라 :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바푁' (대학생 생활비 지원 제도) - 바푁을 통해 모든 아이들이 집안 형편과 관계없이 최고의 교육을 받고, 그럼으로써 독일 사회가 '교양 사회'가 되기를 꿈꾼 것.

p.65-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에 드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가가 교육에 대한 책임을 방기한 채 사립 학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이지 직무유기입니다. 이제는 대학교까지 학비를 모두 없애야 합니다. 독일은 전후의 배상금 지불까지 포함해서 그야말로 재정적으로 파산이 난 나라였습니다. 의지만 있으면 대학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역사적 사례인 거지요.

 

95- 한국인 대다수는 '내 안의 파시즘'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이러한 억압의 문화, 부조리의 상황을 하나의 문제로서 인식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사물의 정석', '세상의 이치', '자연 상태'라고 생각한 것이지요.

- 이제껏 제대로 느끼지 못했던 '내 안의 파시즘'을 깨달으면서 허탈해졌다.

내가 나라고 믿었던 모습속에 권위주의는 어느새 뿌리 박혀 있었고, 부조리에 입 뻥긋 하지 못하게 길러진 나의 모습을 보며 나의 사고는 도대체 어디로 숨었는지 알 수 없다는 것뿐이다.

사고하지 않는 나의 모습에 부족함과 무능함을 느꼈다.

내가 잘 하는 것이 없어서, 내가 능력이 없어서 안 되는 것이라고, 이제는 내가 나이가 많아서 안되는거라고 끊임없이 자책하고 스스로 굴욕적인 단어를 서슴치 않았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를 탓했는데, 망할.

비정상적인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처럼 느끼게끔 세뇌시킨 것들 때문이었다.

화가 치밀어오는 것을 계속 눌러야만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나를 이해하는 것이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정치적인 것이다'

 

179- 정말이지 한국은 한 인간이 존엄한 존재로서 자존감을 갖고 살아가기가 너무도 힘든 사회입니다. 정부가 인간으로서 살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인 교육, 주거 등에 있어 너무나 많은 것을 시장에 맡겨두고 나 몰라라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정부의 이런 무책임한 모습을 세계 최저의 재정지출이 생생하게 증언하는 것입니다.

189- 정권이 바뀐다 해도 사회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들 사이에서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혐오의 정서가 퍼져나가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를 통해 현실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좌절감과 절망감의 표현입니다.

 

한국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내가 가장 인상깊게 살펴본 꼭지는 '대한민국의 거대한 구멍'중 <경쟁의 덫에 걸린 한국교육>편이었다.

지금 한국 사회가 처해 있는 시대착오적인 현상들이 그대로 아이들에 전달되어 교육되어지고 있다는 것에 무서움을 느꼈다.

몰랐을 때는 몰라서 괜찮다 넘어갔는데, 팩트를 짚어주니 이제는 몰랐다고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① 인권 감수성의 부재

② 소비주의 문화

③ 자아를 유린하고 파괴하는 강압, 폭력적 교육의 실태 - 성숙하지 못한 성교육과 생태교육의 부재

④ 뿌리박혀 있는 권위주의 사회와 승자독식의 논리와 연결되는 살인적인 경쟁 시스템

125- 한국은 너무도 많은 재능들이 발현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사회이지요.

한국은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일 뿐만 아니라, 기회를 박탈당한 사람들을 차별하는 사회이기도 하지요. 사람들은 이러한 '이중의 박탈'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며 살아갑니다.

128- 이 사회는 끊임없이 자기를 착취하도록 요구합니다. 그러면서 착취의 결과로 생긱는 온갖 불행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합니다. 정말 이상한 사회입니다.

 

- 인권을 무시하는 현재의 교육이 나 아닌 다른 이들의 인권을 돌 보듯 하고, 극에 달하는 소비형태는 소위 '예쁜쓰레기'들을 사모으는 지경까지 가게 되었으며, 최근 떠들썩한 n번방은 말그대로 인간의 탈을 쓴 악마가 활개치고 다니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되었다.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우리는 웃고 떠들며 누가 더 많이 사나, 내기하듯 경쟁적으로 소비를 하는 것으로 그 누구보다 우월하다고 뻐긴다. 그 꼴이 마치 졸부를 연상케 한다.

내가 받은 교육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그때를 아련하게 추억하는 세대들이 또다시 아이들을 당연하게 그런 교육으로 밀어넣고 있다. 눈곱 만큼의 망설임도 없이 공장에서 돌아가는 레일위에 아이들을 올려 놓고 있다.

미친듯이 공부, 공부를 외치는 한국의 부모들.

우리는 어쩌다 공부에 미치고, 취업에 미친 국민들이 되었을까.

사회 전체를 떠다니는 불안, 공포, 경쟁같은 단어들은 먼지처럼 사람들에게 달라붙는데,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재벌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노동자들을 '기업 살인'으로부터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불평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 어떻게 정의로운 과세를 실현할 것인가, 어떻게 아이들을 이 살인적인 경쟁에서 해방시킬 것인가, 어떻게 이 학벌 계급사회를 혁파할 것인가?'

이런 중요한 문제들을 우리 사회가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날들이 올 수 있을까?

위와 같은 문제들이 정치판에서 논의가 되는 날, 덩실덩실 춤추고 폭죽을 팡팡 터트려야 할 것 같다.

우리 나라에도 68혁명이 일어나기를 바라본다.

평화체제의 남과 북이 시스템를 정비하여 누구의 종속국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는 나라가 되기를 바라본다.

내 아이들이 현재에 집중하며 자신의 재능을 온전히 발휘하는 것을 응원해주는 사회가 오기를,

하루 꼬박 볕도 안 드는 실내공간에서 8시간이상의 시간을 의자에 꼼짝 않고 앉아 종이쪼가리를 쳐다보고, 사유없이 설명만 듣는 폭력이 사라지는 교육개혁이 일어나기를.

사유하지 못하게 만드는 사회, '현재'를 즐기고 그 속에서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사회, 행복감을 느낄 권리마저 박탈당하고 스스로를 정신없이 굴려야 덜 불안한 사회.

북유럽의 복지정책을 부러워하고, 행복 지수가 높은 나라를 부러워하면서 왜 지금 이런 비정상적인 사회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하지 않는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저자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과 비슷한 조건의 독일의 통일에 대해, 복지정책에 대해, 과거 청산에 대해 자세하게 짚어준다.

인권감수성, 성교육의 부재와 직진적 소비문화, 그리고 권위주의가 팽배한 사회는 우리를 우울과 불행속으로 밀어 넣는 촉진제였고, 비정상인 사회를 정상적인 사회라고 둔갑시켰다. 이런 악순환의 연결 고리를 제대로 인지하여 일상의 민주주의가 이룰 수 있는 방향성과 더불어 남과 북이 함께 웃으며 통일의 길을 제시한다.

 

다가오는 국회의원선거, 그 나물에 그 나물이라고 울며 겨자먹기로 투표를 해야 하는 우리.

투표를 했다해서 우리가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 아니라 차선의 선택이었음을 그들은 알아야 할 것이다.

분명 우리가 바꿔나가야 한다.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고 어떤 정치판을 만들어야 하는지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문제이다.

한국 사회의 정치에서든 교육에서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변화없이 돌아가는 모습에 회의를 느끼는 모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강력한 한 방이 아닌 강력한 여러 방이 들어있어 수시로 화를 내게 되고, 내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로 인해 스스로가 힘들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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