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 - 사서쌤이 들려주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들 너는 나다 - 십대 5
조수진 지음 / (주)학교도서관저널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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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레터를 처음 보았을 때가 떠올랐다. 추운 겨울 난롯가에 앉은 여성과 그 옆에 서있던 남성, 둘은 연인 같아 보였지만 뭔가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알고 보니 여성은 사고로 남자친구를 잃고 오랜 기간 상심에 빠진 상태였고 그 옆에 있던 남성은 그런 여성을 오랜 시간 지켜준 사람이었다. 그런데 둘이 연인 관계로 발전하다니? 중학생이던 나는 그 둘의 키스신에 충격을 받았더랬다. 그래서 영화를 껐다.

그 장면을 자연스럽게 넘기기 위해선 내게 시간이 필요했다. 내겐 꽤 오랜 시간이 필요했던 것 같았다. 수년이 지나 대학생이 되고 어느 날 술을 많이 마신 날이었다.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하다가 문득 러브레터가 보고 싶어져서 주문했다. 그리고 며칠 후 도착한 DVD. 그리고 다시 1년여쯤 지나 어느 술을 마신 저녁, 나는 책장에서 러브레터 DVD를 보고선 재생시켰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았더랬다.

우선 카메라 각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특히 중학교에서 선생님을 만나고 충격을 받은 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장면을 잡는 카메라 구도, 그 구도가 참 마음에 들었다. 다음으로는 엔딩. 영화의 메시지가 주인공의 표정으로 표현되는 엔딩 장면이 너무나 좋았다. 이 장면을 얼마나 많이 돌려봤는지, 혹시나 비슷한 책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도서관에 갈 때마다 맨 마지막 장을 얼마나 많이 들춰봤는지 그때의 내 마음이 그립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골라보자면 주인공의 직업 자체가 마음에 들었다.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 사서라고 불리는 그 직업을 좋아한다. 내가 교사를 하게 된 계기도 학교 도서관과 가깝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책을 더 가까이하며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다. 사서들은 얼마나 책에 가깝나? 매일 수십수백 권의 책을 만지고 들춰볼 수 있는 그들이 부럽다.

<우리가 사랑을 이야기할 때>는 학교 도서관에서 근무하시는 분이 '사랑'에 관한 주제를 가진 책과 영화를 소개하는 책이다. 플립, 동백꽃, 미 비포 유, 냉정과 열정 사이 등 내가 좋아하는 작품들도 언급되어 있었다. 내가 바라보는 시선과 어쩜 나와 직장 경력이 비슷한 것 같은 이분의 시선을 비교해가며 지금은 사라져버린 어릴 적 순수함을 떠올리며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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