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선으로 길게 뻗은 농로에 인기척은 없었다. 반야면을 쓴 섬뜩한 여자가 바로 옆을 지나간 지 몇 초밖에 지나지 않았다.
봄매미의 한층 드높아진 소리가 푸른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불길할 정도로 거대한 합창이었다.
엄청난 공포가 그를 덮쳤다. 온몸에 굵직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어느 쪽으로 도망쳐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오른쪽으로 가면 어딘가에서 아까 그 여자에게 따라잡히고 만다. 그렇다고 왼쪽으로 뛰자니 어디로 닿는지도 모르는 농로가 영원히 이어질 뿐이다.
여기는 어디냐! 대체 나는 어떻게 된 거냐!
그는 큰소리로 절규하며 실성한 사람처럼 밭으로 뛰어들어 퇴비냄새 나는 땅을 넘어지고 자빠지며 달리기 시작했다. - P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