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돼가? 무엇이든 -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이경미 첫 번째 에세이
이경미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경미 감독의 첫 번째 에세이를 읽었다.사실 나는 이경미 감독의 작품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책을 읽고나니 감독의 작품들이 궁금해졌고 찾아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꼭 감독의  <미쓰 홍당무>, <비밀은 없다> 찾아봐야겠다.주황주황한 표지의 책은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을 좋아지게 했다.책 속에 있는 일러스트는 감독의 동생이 그렸다고 하는데 다재다능한 자매인 것 같아 부러웠다.15년간 끄적인 기록들을 바탕으로 마치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놓은 듯한 에세이는 꾸밈 없어 보여 좋았다.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책을 읽으면서 이제껏 계획대로 되지 않으면 슬퍼하고 한탄했던 내 과거를 떠올렸고,이 책을 읽고나니 '인생 참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는 정말로 당연한 말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것 같다. 엄마에게 늙으면 좋은 점이 뭐가 있냐?하고 
여쭤보니 '없다'고 했다는 일화와 엄마의 문자를 모아놓은 부분은 괜히 애틋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유쾌하면서도 솔직해서 매력적인 책이었다.소소한 공감이 되면서 위로가 되고 웃음도 나는 책이다. 이경미 감독에 대해 몰랐던 부분에 대해서도 알 수 있게 되었다.에세이는 가볍게 읽으면서도 느끼는 게 은근 많아서 가끔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공감이 되는 또 다른 에세이를 찾아봐야겠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들었던 부분-

"나는 나를 믿는 일이 제일 어렵다. 어쨌든, 아주 조금씩 가고 있다."

"올해는 남모르게 참 다사다난하게 겨우 보냈는데 이렇게 연말이 되니 그래도 살아남아 감개무량은••••••무슨. 시나리오만 쓰다가 죽기는 싫다."

"두렵다.실패를 경험하게 될 시간은 언제나 두렵다. 그런 날이 올 때면 운전석에서 절망했던 산동네 재개발 지역 좁은 비탈 골목 안에서의 그날 밤을 떠올려야겠다. 차 밖으로 나와서 멀리 떨어져 보니 불과 몇 분 전의 내 패배감이 작게 느껴졌던 그날 밤. 자 그럼 일단은 저 무쇠 냄비부터••••••.정말 큰일이다. 저건 진짜 방법이 없다."

"같은 입장이 아닌 사람에게 온전한 공감과 동의를 바라진 않는다.마음이 싫다는데 어쩌겠나. 나도 사람인지라 살다보니 나쁜 줄 알면서 싫은 마음이 생길 때가 있다. 다만,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티내지 말자 이 말이다. 마음 깊이 우러나오는 존중도 아름답지만, 때로는 정말 싫은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일도 아름다운 존중이다.진짜 싫은 상대를 위해 이 불타는 싫은 마음을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나는 우울증이 무섭다. 나의 모든 문제는 결국 내가 해결해야 하긴 하지만 이 병은 진짜 아무도 도와줄 수 없다. 때로는 이해받기도 어려워 혼자 늪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그냥 그렇게 존재 자체가 소멸될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걸 왜 이렇게 잘 아는 거지, 진짜 무섭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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